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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세제 이슈 살펴보니…

도일 남건욱 2006. 7. 4. 01:09
세계 주요국 세제 이슈 살펴보니…
미국 재산·소득세보다 소비세 우선
유럽 개인-기업 세율 인하 경쟁 가속
일본 세금 인상이 9월 총선 최대 이슈
경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세금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조세제도는 그 나라의 통치권력과 사회경제적 배경, 즉 어제와 오늘의 사회 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세제 이슈를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세금은 경제 상황과 사회 구성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대화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
세금 관련 이슈는 항상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국민과 정부가 함께 풀어야 될 숙제로 인식돼 있다. 세제를 고치기에 앞서 정부는 먼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정부 재정과 세금 지출 용도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

▶미국 = 전통적으로 개인의 ‘재산이나 수입’보다는 ‘지출’에 매기는 세금이 많았다. 미국 헌법 비준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연방주의자 논고(Federalist Papers)’에서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더 해밀턴은 ‘소비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만약 세금이 너무 버겁다고 생각되면 국민은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미국인의 뇌리에는 개인이 경제 활동으로 생긴 수입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자기 소유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따라서 이를 자신의 생활에 소비하고 투자하거나 자선활동에 쓰고 그중 일부 소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 정부 운영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소비세와 별도로 매겨지는 재산세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인식되곤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州)마다 서로 다른 세금 제도가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가장 논란이 많은 재산세에 대한 반대 소송이 주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세를 기본으로 삼던 미국에서도 국가가 점점 연방 형태를 굳혀가면서 더욱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했다. 결국 16세기 헌법 수정에 개인의 소득에 원천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개정안이 포함된다.

그 후 재산세는 정부 운영의 큰 축이 되며 특히 지방 정부의 경우 재산세는 가장 중요한 재원이 된다. 이에 따라 각 주는 세액을 산출하기 위해 지역민의 재산을 파악하고자 ‘집중자동요금부과방식(CAMA)’ 같은 컴퓨팅 기술과 첨단 회계 기법 등 갖가지 묘안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사유재산에 대한 정부의 세금 징수가 여전히 반가울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인을 더욱 경악하게 하는 발표가 있?시선을 끈다.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은 최근 경영성과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각 부처에서 파악하고 있는 개인소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국민으로부터 즉각적인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재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금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실수로 제대로 세금을 신고하지 못하면 이를 위법으로 처벌할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상호 정보 공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미국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또 부처 간 이기주의 때문에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서는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를 꿈꾸는 것을 버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러 국적의 개인과 법인이 경제활동의 장으로 미국에 들어와 있는데 이 모두를 완벽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무리며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유럽 = 유럽연합(EU)은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초기부터 조세제도가 통합 과정의 핵심이었다. 세금 징수와 운영은 통치권의 분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U의 해법은 현실론이다. 국가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해 회원 간의 완벽한 세금 시스템 동일화를 애초부터 추구하지 않았다. 2010년까지 EU의 통합 세제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 간에는 상당히 다른 세금 시스템이 혼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통합의 틀을 갖춰가면서 세금에 관한 문제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EU는 공동 시장의 질서를 위해 국가별로 다른 판매 세제를 조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무관세 회원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 부가가치세를 붙여 판매하는 방법의 사기가 극성을 부려 문제다.
최근에는 라슬로 코박스 EU 세금 담당 집행위원이 부가세를 공급 초기 단계에서 부과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개정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EU는 아직도 회원국 간 상이한 조세제도와 이전의 관례 등이 채 정비되지 않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세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최근 유럽 각국이 재산세와 기업세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헝가리는 기업세를 18%에서 16%로 낮추고 개인 소득세율을 41.5%에서 38%로 낮췄으며, 에스토니아에서는 현재 26%의 고정세율을 2007년부터 20%대로 대폭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르투갈 역시 기업세를 30%에서 25%로 낮추고 내년에 20%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꿈쩍하지 않던 독일 정부 역시 한때 50%를 넘던 개인의 세금 부담률을 현재 45%로 유지하고 있고, 내년에는 42%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지리·문화적으로 인접한 여러 국가가 시장 문호를 점점 더 열어젖히고 자본을 유치하고 있는 만큼 각국 간 세금 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유럽 국가는 한정된 세원으로도 이전에 유지하던 수준의 국민 복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정부 자체도 자본주의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세금 인하 경쟁과 더불어 각국 정부의 몸집 줄이기 경쟁도 시작된 것이다.

유럽 내부에서도 세금 부담률이 높기로 유명한 스웨덴도 요즘 세금 징수에 관한 이슈가 한창이다. 원래 스웨덴 세법에는 개인과 기업의 매매에 관한 정확한 양도 가격을 기재해야 하는 절차가 없었다. 그러나 2월 14일 스웨덴 재무부가 의무적으로 양도가격을 기재하는 문서를 세금신고서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많은 국민의 우려와는 달리 일사천리로 진행돼 3월 21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는 스웨덴 기업이나 개인이 국내외에서 거래할 때 정확한 양도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스웨덴 정부는 이 정책이 국민경제에 끼칠지도 모르는 부작용과 EU의 세금 정책에 반하는 것인지를 꼼꼼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 재무부 발표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대담하다” 였다. “이번 양도가격 기재 필수 문서는 EU와 국제법에 발맞춘 스웨덴 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짤막하고 갑작스러운 공식 발표에 스웨덴 국민은 당황했다. 이에 스웨덴 일간지 ‘헬싱보리 다흐블라드’는 ‘세금에 관한 한 어떠한 혁명적 조치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안이 스웨덴 세금위원회에서 처음 제안됐을 때는 거래 가격을 명시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또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는 해당되지 않도록 보호장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검토 과정에서 예외없는 강제사항으로 탈바꿈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의 안 대로라면 신고 문서에는 실제 거래 가격은 물론 자금 출처, 그리고 기업의 경우에는 위험 자산과 거래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까지 보고해야 한다. 물론 세금 당국의 추가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문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도록 돼 있다. 위반 때는 최대 40%의 추가 세율이 부과된다.

▶일본 = 9월 신임 총리 선출을 앞두고 있는 일본 역시 세금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다. 일본 재계를 이끄는 나카무라 다네오 일본 백화점협회장이 6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9월 선거에서 선출될 차기 총리가 세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소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어떻게 일본의 소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포인트’가 돼야 한다”며 “높은 세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에 맞는 적당한 소득 증대가 따라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 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증세는 직접적으로 소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에 3.1% 성장했고 기업 지출 규모는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율을 늘려 나라 경제 회복을 안정기에 올려놓은 것이라며 차기에는 이를 발판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가능해 경기 회복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일본 세금 당국 역시 이와 발맞춰 2007년 4월에 소득세를 올릴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연봉 700만 엔에서 900만 엔을 받는 일반 회사원의 경우 3%가량 세율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일본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재계의 소비진작 정책 요구와 정부의 세율 인상안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 내에서도 이견이 크다. 여당 안에서조차 소득세나 일반소비세가 아닌 물품서비스 세금을 현재의 5% 수준에서 8%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일본은 재화보다는 헬스클럽·여행·스파 같은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이 일어나므로 정부가 경기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일본 정부의 세율 인상안은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GDP의 13.6%에 달하는 60조 엔 가량의 세금을 거둔 것이 정점이다. 이후 경제 불황으로 세금 수입이 계속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사회보장 서비스는 계속 늘어나 재정 적자가 430조 엔에 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금 인상 반대 여론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계산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앞장서 재정적자 해소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부청사와 관사 등의 부동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이를 일반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방식으로 부채를 메우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