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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저항의 역사] 세금 거부 땐 반정부 운동도 함께

도일 남건욱 2006. 7. 4. 01:10
[조세 저항의 역사] 세금 거부 땐 반정부 운동도 함께
미국은 이라크전 반대하는 100만 명의 시민모임 등이 주도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금이 존재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조세 저항도 존재했다. 조세 저항이란 국가가 매긴 세금을 개인이 거부하는 것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세금을 적게 내려는 것에서부터 전쟁 반대와 같은 신념을 이유로 세금을 거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조세 저항의 이유와 방법은 가지가지다.

인류 최초로 조세 저항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예수다. 마태복음 17장 24절에 따르면 예수 일행이 가파르나움에 이르렀을 때 성전세를 거두는 사람이 베드로에게 다가왔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세상 임금들이 관세나 인두세를 자기 자녀들한테서 받느냐? 남한테서 받느냐?”고 질문하자 베드로가 “남한테서 받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는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바다에 가서 맨 먼저 낚은 고기의 입에서 은전을 꺼내 내(예수)몫과 네 몫으로 갖다 내라”고 했다. 암묵적으로 세금의 의의를 부정한 첫 조세 저항의 기록이다.

조세 저항이 때로는 역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1627년 스페인·프랑스와 전쟁 중이던 영국에서 존 햄프던은 의회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징수된 국채와 조함(造艦·선박 건조)세 납부를 거부했다. 찰스 1세는 그를 1년간 투옥했다. 하지만 국민의 저항은 거세졌고 이는 청교도혁명으로 이어졌다. 1780년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폴 쿠피와 그의 동생이 매사추세츠 주(州) 세금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주 입법기관을 상대로 “우리에게 투표권이나 적어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자유시민의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한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1783년 매사추세츠주는 흑인에게도 선거권을 허락하게 된다.

비폭력 저항을 부르짖은 간디는 이런 말을 했다. “세금 거부는 정부에 대항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다.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군대가 전투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 세금이며 곧 정부의 죄를 함께하는 것이 되고 만다.” 세금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통치권이다. 이런 점에서 때로는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좀 더 조직적인 조세 저항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1948년에는 시카고에서 3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혁명적 평화주의자 모임’을 결성하고 ‘세금 거부 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비평화적 정책에 반대하는 뜻으로 그 재원이 되는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조직적 세금 거부 모임이 된다.

세금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지금도 갖가지 슬로건을 내세운 조세 저항 운동이 끊이질 않는다. 이 세금 거부자들은 세금과 비슷한 금액을 자진 모금해 기부한다. 이로써 그들의 거부가 개인의 이기가 아니라 하나의 반(反)정부적 활동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전화세는 납부 거부에 따른 개인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세금 거부 운동의 대표적인 거부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가 하면 특정한 목적보다는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적게 내려는 노력 또한 넓은 범위의 세금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집에서 술을 직접 제조하거나 버스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고 심지어 재산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을 적게 해 단촐한 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주식 투자로 세계 2위 갑부에 오른 워런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했던 조언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진정한 투자란 최소한의 세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를 지나친 불법적인 세금 회피는 지하경제를 키워 국가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조세 저항의 이유와 방법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누군가가 내지 않은 세금을 다른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이는 국방·치안·의료 등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행정은 세금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세금 거부는 종종 ‘무임승차’로 비유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