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CEO풍수학

풍수로 본 기업빌딩相-강남·여의도편(하)

도일 남건욱 2006. 9. 22. 17:57
풍수로 본 기업빌딩相-강남·여의도편(하)
대치, 삼성동은 금가락지 지형
여의도는 돈, 정보 모이는 형상
▶물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나가면 재물 얻는 데 유리
▶건물의 예각은 ‘살기’ 상징해 피해야
▶사무실 북쪽, 대문 남쪽이면 부와 명예 얻어
▶지기와 역으로 앉은 건물은 하극상 우려


무역센터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모양으로 대명당에 속한다.



한국전력공사
네 모서리 각을 죽여 ‘살기’를 없앴다.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모양으로 대명당에 속한다.



아이파크
기가 들고나는 주출입문을 발견하기 어렵다. 풍수적으로 과제를 던진다.



포스코센터
빌딩 앞에 물이 모여 탄천으로 나가는 명당지다.



스타타워
입주 기업들 홍역 치른 건 화기(火氣)가 강한 탓이다.



동부금융센터
지기 흐름과 반대로 앉은 방향은 하극상을 경계해야 한다.



전경련
한강을 내려가는 황포돛대 형국으로 터 흐름과 반대로 향을 정해 재정적 어려움을 봉쇄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건물 외양이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우주적 질서에 합당하다는 평이다.

서울에서 ‘강남’이라고 부르는 곳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된 한강 이남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말한다.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이라면 영등포나 목동 혹은 강동구와 송파구도 포함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강남 사람’은 물론 그 외 지역의 사람들도 강남구나 서초구를 제외한 한강 이남을 ‘강남’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는 묘한 정서가 흐르고 있다. 이는 강남이 지닌 사회·문화적 특수성과 경제, 특히 부동산 가치가 타지역과는 다르다는 수월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들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타지역과 구분된다. 관악산에서 동쪽으로 내려온 지맥이 남태령을 지나 우면산을 일으키고 이 산을 중심으로 서쪽에 이수, 남쪽에 양재천, 동쪽에 탄천, 그리고 북쪽에 한강이 둘러싸고 있다. 우면산을 중심으로 보면 서쪽 관악산과 맥이 이어지는 남태령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물속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거듭 말하지만 풍수에서 물은 경제와 인물을 주관하는 기운을 지니고 있다. 강남이 새로 ‘한국 부’의 중심에 떠오른 것은 이런 지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한강처럼 큰 강이 오른쪽에서 들어와 왼쪽으로 나가는 지역은 인물보다는 재물을 얻는 데 매우 유리하다. 여기서 한강이 강남에서 보아 오른쪽에서 들어온다는 것은 강남이 한강을 향해 북쪽으로 열린 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강북은 한강이 왼쪽에서 들어와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조선조가 서울을 강북에 정한 것은 돈보다는 인물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런 특성을 염두에 두고 강남의 주요 빌딩들을 살펴보자.

강남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이 대치동과 삼성동 일대다. 대치동(大峙洞)은 우리말 ‘한티(큰 재) 밑에 있는 동네’를 한자로 표기한 이름이다. 한티는 삼성로의 쪽박산(신해청 아파트 단지 자리)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지형이 변하고 주위의 사정이 바뀌어 옛 모습을 찾기 힘들지만 이곳은 지금도 큰 언덕이다.

이 언덕의 근원은 멀리 우면산에서 내려온 맥이 도곡동의 매봉산을 지나 이곳까지 연결됐음을 보여 준다. 다른 한편 이 고개에서 보면 서쪽으로 역시 높은 고개(테헤란로 중간)가 있고 그 고개의 한쪽 능선은 삼릉공원과 봉은사 뒤 수도산(修道山)으로 연결돼 있다.

택지로 개발되기 전, 이 일대는 쪽박산과 수도산, 삼릉공원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홍수가 나면 탄천이 삼릉공원 앞까지 밀려와 선릉 옆의 정릉(靖陵) 상석까지 물에 차기도 했다. 그런 지역이 지금은 상전벽해란 말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이 일대 전체 지형은 마치 금가락지와 같다. 이를 두고 금환낙지(金環落地) 형국이라고 한다.

음택이나 양택의 경우 그 주변에 마치 하늘로 오르는 계단 모양의 산이 있으면 1급지, 대명당으로 본다. 이는 천제(天梯)라고 불리는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천제는 황제만이 이용하는 것인데, 이런 산이 주변에서 보인다는 것은 바로 그런 지위의 기운이 명당에 강하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드물게도 국내 건축물 중에서 천제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 있다. 삼성동에 있는 무역센터 빌딩이다. 최근 들어 강남 일대에 초고층 주거공간들이 들어서면서 무역센터 빌딩이 다소 가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강남의 랜드 마크’로서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국내 경기가 바닥까지 내려가고 있다고 걱정들 하면서도 아직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무역 분야가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품의 내용이 무엇이든 혹은 어느 대기업이 이를 주도하든 한국 수출의 저력은 바로 무역센터가 지닌 외형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역센터는 그 외모가 앞서 말한 천제(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의 모습 그대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가는 진취적인 기상은 다른 건물의 추종을 불허한다. 외국인이 설계했지만 동양적 수리관념에도 정통한 것 같다. 상수역학에서 5는 완전수다. 센터가 5개 부분으로 나뉜 것은 바로 이런 완전성과 성취감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5는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기약한다. 이를 확인하듯 빌딩의 앞면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북방을 향하고 있다. 사업은 이런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지닌 건물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역센터 건너편에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있다. 이 빌딩은 ‘에너지 한국’의 중추 기업답게 나무랄 데 없는 외형을 갖추고 있다. 전형적인 박스형 건물임에도 네 모서리의 각을 죽여 8면체,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주변 건물에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고 살기(殺氣) 또한 배제한 것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잘 구현한 셈이다. 삼성동 일대의 비싼 대지에 비하면 건물 주위의 조경 공간이 매우 넓고 또 친환경적으로 조성됐다.

그런가 하면 이웃한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I-PARK)타워 빌딩은 건축학적으로나 풍수적으로도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동 일대의 대지가 기업의 터로서는 상품에 속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아이파크타워나 한국전력 본사의 터는 논현로 일대의 언덕에서 내려오는 물을 그대로 받고 있어 최상급에 속한다. 대지가 좋으면 그 위에 건립되는 건물 역시 우수한 작품(?)이 된다.

아이파크타워의 준공에 맞춰 현대산업개발은 이 빌딩이 ‘자연을 상징하는 원과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직선을 모티프로 해 친환경적, 인간 중심의 건축 문화를 추구한 작품’이라고 널리 홍보했다.

자연을 상징하는 원은 타워 정면에 그린 대형 원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직선은 타워의 옥상 왼쪽에서부터 사선으로 건물 내부를 통과해 밖으로 나오게 했다. 문제는 이 직선 부분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칼을 건물의 한편에 꼽아 놓은 모습이다.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건물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하다 보니 기가 들고나는 대문(주출입문)을 여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또 건물에서 맞은편 아셈타워를 바라보면 움푹 꺼진 지하아케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동굴이 건물 앞에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는 평소 그가 꿈꾸던 작품을 ‘한국에서의 실험’을 통해 성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세계의 어떤 풍수사도 이런 건물을 ‘인간중심의 건물’로, ‘자연친화적 건물’로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향을 돌려 테헤란로의 몇 빌딩을 살펴보자.

포항제철이 이곳 테헤란로와 삼성로가 만나는 로터리, 대치동 892번지에 지상 30층의 사옥을 건립했다. 1995년 8월 완공된 포스코센터는 포항제철이 직접 생산한 특수 강철을 골조로 사용한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특히 설계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고 9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포스코센터에서 보면 테헤란로의 언덕에서 내려오는 물이 대지 앞을 감싸고 흘러가 탄천을 만나고 탄천은 북으로 나아가 한강과 만나 서쪽으로 흘러간다. 삼릉공원과 봉은사 쪽에서 흘러오는 조래수(朝來水·혈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물)와 뒤쪽 쪽박산 물이 모두 대지 앞에서 만나 역시 탄천으로 들어간다. 기업의 대지로서는 상품(上品)에 속한다.

포스코센터의 경우 동관과 서관을 각각 별개의 건물로 볼 것인가가 문제다. 별개로 볼 경우 각각의 건물 비율은 다소 빈약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지상 2층에서 두 건물을 연결하고 있어 대지 내 하나의 건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동관을 테헤란로 쪽으로 끌어내고 서관을 뒤로 물려 두 건물의 선후관계 혹은 주종관계(主從關係)를 분명히 한 점은 설계자의 의식 속에 ‘풍수’라는 문화 유전인자가 각인돼 있었다고 하겠다. 동관 30층 높이와 서관 20층 높이가 다소 균형을 깨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이는 같은 대지 안에 여러 건물을 짓는 경우에는 매우 적절한 조치다.

포스코센터는 동·서 두 개의 빌딩을 내부에서 연결시켰을 뿐 아니라 외부로도 상호 연결, 하나의 빌딩으로 만들었다. 빌딩은 대지의 흐름대로 북향을 정면으로 취했다. 출입문은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있다. 북쪽 문과 동관의 동쪽에 있는 문은 주로 방문객이 이용한다. 주출입문은 서관의 남쪽에 있다. 종합해 보면 사무실은 북쪽, 대문은 남쪽이다. 이런 건물을 두고 부와 명예를 안겨 주는 연년택(延年宅)이라 부른다.

녹지와 조경은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다. 다만 조형물(대개 조각 등 예술품을 말함)의 경우 건물의 형태나 규모에 비해 썩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조형물은 그 자체의 예술성보다는 건물의 기를 보호하거나 허한 곳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스코센터와 이웃한 동부금융센터는 근래에 준공한 빌딩이다. 지하 7층,지상 35층의 이 빌딩 역시 테헤란로의 빌딩 무리에서는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 경우에 속한다. 고층 빌딩의 단조로운 ‘커튼 벽’의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직선과 사선, 수평선 등을 빌딩의 내외에 구현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위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현대자동차
연구동이 본관보다 큰 것은 동생이 형을 능멸하는 듯하다.



LG트윈타워
등 돌린 형상인 상층부를 연결 통로가 보완해준다.



증권거래소
여의도라는 섬에 섬을 만들어 재물이 이중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형에 몇 가지 문제가 없지 않다. 사선과 직선의 교차는 건물 외벽에 역삼각형을 만들어 놓았고 하체의 안정감을 취하기 위해 마련된 완만한 곡선은 자칫 ‘거만한 인상’을 풍기기 쉽다. 대인관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지기의 흐름과는 반대로 앉은 빌딩 방향(정면)은 금융업과는 조화를 이루지만 내부로부터의 하극상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건물 규모에 비해 대지가 협소한 것도 흠으로 꼽을 수 있다.

테헤란로 서쪽 역삼역에 이집트 피라미드 옆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처럼 생긴 오피스텔 빌딩이 스타타워다. 스타타워는 9월 1일자로 GFC(강남파이낸스센터)타워로 이름을 바꿨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스타타워로 부르고자 한다.

이 빌딩은 그 특이한 모습과 45층의 높이로 인해 강북의 웬만한 산에서는 한눈에 들어오는 ‘강남의 랜드마크’다. 테헤란로가 정보기술(IT) 산업으로 각광받을 때 이 빌딩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대박을 기약하는 징표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스타타워 풍수 괴담’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초기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떠도는 풍수설에 따르면 이 빌딩의 터는 화기(火氣)가 강해 여간한 힘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그 기운을 누르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이 빌딩을 건설한 현대산업개발은 빌딩의 모양을 피라미드형으로 건설해 지기를 누르려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빌딩에 입주한 유명 벤처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건물의 주인도 자주 바뀌고 있음은 역시 미스터리라고 하겠다.

건물 자체의 외형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와는 달리 빌딩 하단 네 귀퉁이에 ‘물의 신’인 거북이의 발을 석조로 형상화해 건물 전체를 거북이가 받들고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 화기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높이 45층은 9(4+5)가 의미하는 최고 또는 성공을 담보하는 상징과 더불어 더 큰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수이기도 하다. 벤처기업들이 다투어 입주한 것도 이런 수의 의미와 관련 있다.

건물 외형과는 달리 이 빌딩의 문제는 터에 있다. 역삼역 주변은 테헤란로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해당한다. 이 언덕의 서편 기슭, 경사면 한 블록을 터로 잡고 있다. 당연히 동쪽은 높고 다른 삼면은 낮다. 이런 터의 경우에는 동쪽을 뒤로 두고 서쪽으로 향을 정하는 것이 터의 기질을 살리는 것이다. 이 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건물의 외형에 신경을 썼지만 지기를 누르기에는 부족하다고 하겠다.

현대자동차 빌딩이 자리한 서초구 양재동은 엄밀히 말해 강남과는 터의 성격이 다르다. 강남이 양재천 북쪽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이곳은 양재천 남쪽이다. 당연히 지맥도 우면산 줄기가 아니라 청계산 줄기다. 청계산은 수원 광교산에서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지맥 중에 한 가지가 관악산을 보필하기 위해 만든 산이다. 청계산 줄기는 양재천으로 인해 서울을 눈앞에 두고 건너가지 못하는 곳이다.

강북 계동에서 이곳으로 본사를 옮긴 뒤 현대자동차는 세계화의 목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일설에는 정몽구 회장이 양재동 사옥이 명당이어서 사업이 욱일승천한다며 본사 옆에 새로 연구센터 동을 건립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연구동 건물을 세우면서 현대는 수난(?)을 겪었다.

양재동 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청계산 줄기가 동북쪽으로 내려와 양재천과 만나는 곳이다. 터는 동북쪽으로 열려 있다. 건물의 주출입구와 향을 정한다면 북쪽이나 동북방이 순리다. 양재천이 이 일대에서 활처럼 감고 돌아가 대지로서는 일품이다.

그런데 본관이나 연구동은 향을 지기가 내려오는 반대,곧 남향을 취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청계산과 달래내 고개에서 내려오는 물을 그대로 받게 돼 부를 축적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다만 경계할 것은 지기와 역으로 앉은 건물은 하극상의 소지가 매우 높다. 안으로부터 회사를 배신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와 아울러 새로 지은 연구동을 본관과 비슷한 쌍둥이 건물로 지었지만 본관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다. 이는 동생이 형을 능멸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장차 이런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현대자동차로서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여의도의 지세는 크게 보아 서울의 수구처(水口處·물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 강남·북의 기를 보호하는 위병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예부터 사실은 별 쓸모없는 땅이라는 뜻에서 ‘너나 가져라’고 해 ‘여의(汝矣)’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와 더불어 땅은 각각 제 쓰임새를 만나게 마련이다. 여의도도 한국의 근대화와 더불어 경제성장의 한 상징으로 떠올랐다.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한국노총·전경련 등 경제 중추기관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는가 하면 뉴스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국들이 모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풍수에서 물은 돈이나 정보로 해석된다. 물 가운데 있는 여의도는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서울의 위병 초소이므로 뉴스센터들이 자리 잡는 것 또한 당연한 귀결이다. 다시 여의도 전체 지형을 한강이란 물과 연결해 보면 마치 동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배, 혹은 거북이와 같다. 63빌딩 쪽이 앞이고 국회의사당 쪽이 뒤다.

여의도에는 3개의 ‘랜드마크’가 있다. 63빌딩, 국회의사당, 그리고 LG그룹의 트윈타워가 그것이다. 이 중 가장 늦게 세워진 트윈타워는 여의도 동서를 관통하는 중심에 위치, 세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건물 윗부분이 삼각형으로 잘려나가 그 형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비춰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어찌 보면 쌍둥이 형제가 서로 등을 돌리고 있어 건물이 주는 이미지의 통합성을 저해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과연 그런가?

먼저 대지 조건부터 검토해 보자. 이곳은 여의도의 주산인 국회 쪽에서 청룡 쪽으로 뻗어온 맥이 한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고개를 낮추면서 서향으로 판을 형성한 곳이다. 다소 한강 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지만 대지 자체는 건물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했다. 동쪽이 높고 서쪽으로 서서히 낮아지고 있어 이곳에 지을 건물의 방향까지 설정해 주고 있다. 대지의 모양은 구획정리로 사각형을 이뤄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약간 높은 언덕과 평지가 조화를 이뤄 음양의 교감(交感)에도 별문제가 없다. 주변을 살펴보면 동쪽인 뒤가 허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산보다 힘이 세다는 한강이 막아주고 있어 괜찮은 편이다.

가상(家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동관과 서관이 같은 33층이면서 상층부가 마치 등을 돌린 상배(相背)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는 자칫 서로 등을 돌리고 제 갈 길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치 이런 형상을 우려한 듯 기단 부분에 3층 높이의 회랑을 두어 두 건물을 연결해 놓고 있다.

동관과 서관의 연결 고리를 보면 상당히 역학적(易學的) 의미를 담고 있다. 동관의 북측에서 서관의 남측으로 연결된 통로로 인해 두 건물의 평면도는 마치 만자(卍字), 혹은 번개를 상징하는 Z형태를 이룬다. 이는 상부의 경사면이 가져오는 ‘등 돌림’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만자는 우주생성의 원리인 태극 모양으로 진취성과 생산성을 상징한다. 번개 모습 또한 발전·변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다 일반적으로 쌍둥이 건물이 지닐 수 있는 경쟁의식을 피하기 위해 형과 아우의 위계질서를 분명히 밝혀 놓고 있다. 이는 동관에서 서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의해 증명된다.

두 건물의 외양이 지닌 가로 세로의 비율은 거의 1대 1에 가깝다. 약간 후덕한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빈상(貧相)은 아니다. 다만 경사면과 연결된 외부의 벽이 아코디언 형으로 주름이 잡힌 것은 부드러운 곡선에 비하면 훨씬 못하다. 예각은 살기를 지니고 있다. 당연히 건물 종사자들의 정신적 안정을 저해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윈타워는 동관과 서관을 연결해 하나의 건물 형태를 취했지만 대지 남쪽의 주차장에 동관을 중심으로 담을 쌓아 각각 별개의 건물로 만들어 놓았다. 한 울타리 안에 살림을 따로 차리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LG그룹이 GS, LS, LG로 분할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하나 더 언급한다면 주변 남쪽의 공작아파트와 서울아파트가 마치 전차 군단의 모습을 하고 트윈타워를 향해 공격해 오는 모습이다. 이를 참작해 항상 내부보다는 외부로부터 오는 공격에 대응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KBS 건너편에 자리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은 외형이 여의도를 그대로 빼닮았다. 앞뒤로 3층의 현관을 달고 중앙에 19층의 본 건물을 세워 마치 한강을 내려가는 황포돛대와 같기 때문이다.

터는 LG트윈타워와 반대편에 자리해 샛강 쪽에 치우쳐 있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협의체 건물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구현한 셈이다. 터 자체로 보아 청룡 쪽의 한강에 비해 재물을 담당한 백호 쪽 샛강이 작다는 것은 재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샛강이 넘치는 때가 있듯이 대기업 총수들의 관심이 고조되면 이 또한 능히 해결하게 된다. 그럼에도 전경련 빌딩은 건물을 지으면서 터의 흐름과는 반대로 향을 정해 지기의 청룡 백호를 반대로 돌려놓아 재정적 어려움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처음 건립되었을 때와는 달리 근래에는 좌우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 건물의 기를 보완해 주고 있다.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는 생각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해 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은 같았다.

여의도의 많은 빌딩 가운데 드물게도 천원지방의 사상을 의도적으로 도입한 건축물이 있어 시선을 끈다. 여의도공원 중앙에서 증권거래소 쪽을 보면 첫눈에 띄는 굿모닝신한증권빌딩이 그것이다.

이곳의 터는 여의도 중심에 자리해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함을 갖추고 있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다른 터와의 균형도 매우 좋다. 건물 외양은 위에서 지적한 천원지방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내부의 원을 중심으로 그 밖은 방형(方形: 사각형)이 감싼다. ‘7’이란 숫자를 기준으로 위로 점점 올라가는 원과 사각형의 모습에서 진취적인 기상을 읽을 수 있다. 건축주는 이를 촛불 형상으로 보았지만 오히려 등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증권회사 건물로는 ‘시장의 등대’로 자임할 수 있다.

주변 도로와의 관계도 나무랄 데 없다. 뒤에는 능선 역할을 하는 대로가 동서로 시원하게 뻗어 있고 좌우로는 작은 도로들이 감싸고 있다. 이들 도로 자체가 보호막인 청룡·백호 역할을 한다.

건물의 외양과 더불어 내부도 음양 조화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 밖을 감싸고 있는 사각형은 음이요, 그 안은 양을 상징하는 원이 중심을 이룬다. 이는 한마디로 세포 구성의 원리와 같다. 또 건물 밖 네 귀퉁이에 원통형을 세워 대지와 건물의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 것도 탁월한 배치다.

그러나 이 건물은 한 가지 미완의 장을 남겨두고 있다. 이는 바로 동편에 남아 있는 옛 안보 전시장의 대지다. 여기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는가에 따라 향후 길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가능한 한 이 빌딩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

79년 명동에서 여의도로 증권거래소가 옮겨 왔을 때, 많은 투자자는 우려를 금치 못했다. 허허벌판에 외롭게 서 있는 거래소 건물은 당시 허약한 한국 증권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거래소는 이제 증권선물거래소로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명동에서 여의도로 시장을 옮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터는 여의도의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한 블록을 통째로 사용하므로 주변의 도로 사정 역시 매우 좋다. 사방의 도로는 이 터를 여의도라는 섬 안에 섬으로 만들어 재물이 이중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을 상징하는 4층의 부속 건물과 본관 21층이 터의 왼쪽 청룡에 자리해 오른쪽 백호가 빈약했다. 사람 위주의 건물 배치였다. 그런데 근래 백호 쪽에 14층 높이의 새 건물을 지었다. 동일한 대지 안에 나중에 지은 동생 건물이 형보다 작은 것은 풍수적 법도에 지극히 합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좌우의 균형이 잡혔다.

독립된 3개의 건물을 회랑으로 연결해 하나의 건물로 만든 것도 비슷한 경우의 다른 건물에 비하면 모범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증권선물시장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을 이 빌딩이 증언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