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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풍수학] 구미공단, 고향 지명으로 미래를 내다보라

도일 남건욱 2006. 9. 22. 18:05
[CEO 풍수학] 구미공단, 고향 지명으로 미래를 내다보라
선조의 혜안 담긴 변혁의 땅 ‘구미’공항 들어선 ‘비상리’ ‘비하리’

목천 독립기념관 원경. 독립기념관이 들어선 흑성산은 영혼의 안식처란 뜻을 갖고 있다.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조상이 계시는 선산과 고향의 산천을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 “전원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이나 혹은 고향을 떠난 지 오랜 사람에게는 마땅한 공간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마음에 둔 고장의 지명을 뜯어보고 또 산천의 형세를 살피는 일이다. 최근 서울대 이종묵 교수는 『조선의 문화공간』이라는 저서에서 조선조 시인 장혼의 말을 빌려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해 드러난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과 물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고 또 그들이 남긴 글이 있어야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혹자는 이 교수의 말을 빌려 풍수적 명당은 없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있기 전에 무릉도원이 먼저 있었고 사람이 나온 다음에 글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말은 문사들의 글 자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풍수 공부를 해 보면 어떤 결과를 두고 사람이 풍수이론에 맞추어 얻은 것인지, 아니면 지리 그 자체의 힘에 의해 그런 결과를 가져 온 것인지 혼란이 올 때가 적지 않다.

예컨대 어떤 땅이나 집(빌딩)은 3년이 멀다 않고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풍수를 모르면 단순히 주인의 사정에 의해 매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고 하겠지만, 풍수로 보면 땅이나 건물이 주인을 갈아 치운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경북 구미공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어서 개발의 바람이 먼저 불었다고 하겠지만 풍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낙동강과 구미(龜尾)는 이미 오래전에 변혁과 개발의 땅으로 예정돼 있었다.

낙동강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후천세계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나온 낙수(洛水: 중국의 강 이름이지만 상징성이 더 크다)를 의미한다. 이곳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후천세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림판(이를 ‘낙서’라 한다)이 그려져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 선조는 먼 훗날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그 이름을 구미라고 지은 것이다. 구미의 진산인 금오산은 태양을 의미한다. 구미공단에 전자공단이 입주한 것도 이런 지세와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

경제발전의 일환으로 구미에 공단이 들어선 것이 과연 개발입안자들의 과학적 머리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구미라는 지역의 풍수적 기운이 이를 불러들인 것일까?

천안 근처 목천에 독립기념관이 들어선 것도 위와 비슷한 경우다. 5공 당시 독립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몇 곳이 등장했지만 목천 흑성산 아래로 최종 결정됐다. 흑성산이란 이름에는 죽은 자의 안식처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지명이 예사 이름이 아님을 다시 알 수 있다. 혹자는 순전히 결과를 놓고 재해석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겠지만 전국적으로 실례가 너무 많아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청주공항이 들어선 인근의 지명이 비하리(飛下里)와 비상리(飛上里)다.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로 들어갔다. 영종은 비행기 활주로로 해석되고 용유도는 비행기(그 모습이 용이다)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상징한다.

엎어놓은 솥처럼 생긴 산이 많은 부곡(釜谷)이나 따뜻한 물이 없는데도 온 자(溫字)가 들어간 지명은 예외없이 온천이 개발되고 있다. 풍수란 학문이 없었다면 우리 선조는 땅의 용도에 맞는 지명을 이처럼 정확하게 점지해 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잊혀진 고향의 마을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번 연휴에 확실하게 파악해 두자는 것이다.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sinmun03@hanmail.net [856호] 2006.09.1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