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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세계 물가 다시 오름세로?

도일 남건욱 2006. 9. 22. 18:01
[전망대] 세계 물가 다시 오름세로?
원자재가 상승, 생산성 둔화, 과잉 유동성으로 인플레 우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경기 둔화 조짐에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난 8월 콜금리를 인상했다. 그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검색하기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재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세계적인 물가 안정에 기여한 요인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됨으로써 기업들의 가격 인상 여력이 축소되었다. 특히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저가 수출품 공급 확대는 각국의 수입 물가를 낮추어 전반적인 물가 하락을 유도했다. 또한 1990년대 후반의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가 촉발한 생산성의 향상과 이에 따른 공급 능력의 전반적 확충이 물가 수준을 끌어내렸다.


노동의 유연성 강화와 각국 노조의 위축으로 인해 임금이 물가 상승에 차지하는 기여도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고유가라는 공급 충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에서 물가가 불안해지고 있다.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물가 상승 요인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이 중국 효과의 후폭풍이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속하며 원자재 수요를 늘려오는 과정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정점에 달했으며 향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원자재가 상승 요인은 여전히 크며,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이 중국의 저가 공산품 수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생산성의 둔화 현상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1년 IT 버블 붕괴 이후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는 회복되고 있으나 90년대와 같은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으며, IT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어 생산성 상승률을 상회하는 임금 증가율이 이루어진다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90년대 중반 이후 축적된 과잉 유동성이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2001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잇단 금리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 흡수에 나섰지만, 누적된 과잉 유동성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과잉 유동성은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처럼 두 자리 숫자 이상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새로운 글로벌 인플레이션 사이클로 진입할 확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는 시점에는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노동비용도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진입은 아니겠지만 세계 경제는 저성장-고물가 국면으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 수석연구원 (serijyj@seri. org [855호] 2006.09.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