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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비교 분석] 최고의 리더는‘대도무문형’

도일 남건욱 2006. 10. 27. 02:05
[유형별 비교 분석] 최고의 리더는‘대도무문형’
사람만 좋은 것도, 권력 집착도 문제… 회사일에 열정 갖는 게 중요

대기업 중견간부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평직원들의 의욕을 부추겨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기둥이다. 또 중견간부로 활동하는 기간은 회사의 중역이나 CEO로서 성장할 수 있는 리더십을 훈련받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나 훈련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것일까? 리더십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최근 수 년 사이 가장 주목받았던 이론은 변혁적 리더십. 팀원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한 이 이론은 아직도 그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변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200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 ‘리더십의 변혁’ 역시 눈길을 끌었다. 데이비드 루크와 윌리엄 R 토버트 교수가 쓴 이 논문은 이후 수많은 후속 논문을 냈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하지만 새겨들을 것이 많다.

이들은 리더십을 7가지로 구분했다. ①개인의 성공을 중시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자형’ ②형식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외교관형’ ③전문지식과 경험을 강조하는 ‘전문가형’ ④성과를 강조하는 ‘성과지향형’ ⑤팀원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고 장점을 살리려는 ‘개인중시형’ ⑥팀원은 물론 조직의 변화까지 일궈내는 ‘전략가형’ ⑦변화를 사회로까지 확장시키는 ‘연금술사형’ 등이다. 그들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회의 요구가 기회주의자형에서 연금술사형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와는 나라도 문화도 다르다. 우리나라, 그것도 대기업 중견간부의 리더십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포서치와 함께 이들의 리더십을 5가지로 분류해 그 비중과 특성을 찾아냈다.

■“정도를 걷는다”
대도무문(大道無門)형

대도무문.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말이다. 불교에서 많이 쓰인다. “바른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도 된다. 직장에서의 대도무문은 무엇일까? ‘훌륭한 직장인상’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 이것만으로 끝나면 아직 ‘훌륭함’에 이르지 못한다. 여기에 자기희생과 동료애, 일에 대한 열정 등이 가미되면 맞다. 대도무문형이 바로 그렇다.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전체 중견간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

대도무문형 리더십을 갖춘 중견간부를 보면 탄성이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가! 보자. 이 유형의 리더 ‘전원’(100%)이 “늘 조직 전체의 발전을 생각”하고 “회사와 개인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또 “팀원에게 늘 전문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전원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필요한 리더십을 갖췄다.

“회사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97.1%에 이른다. 94.3%는 “업무에 필요한 전문 지식 또한 다른 사람보다 많다”고 얘기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삼는다(91.4%). 그럼에도 이들은 회사의 규정을 지키려 한다. 97.2%가 “팀원들은 회사 규정에 맞게 일해야 한다”고 말하며 97.1%가 “회사 일에 열정을 갖고 일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 중견간부들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옮기고 싶다”는 비율이 가장 많은 것이다. 무려 65.7%에 이른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봐야 별 소용이 없더라”는 O사 H부장의 얘기에서 그 이유를 찾게 된다.

■ “좋은 게 좋은 거지”
‘사람 좋다’형

‘사람 좋다’. 칭찬이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해 보라. 어떤 기업이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이 유형의 리더는 전체 중견간부 중 20.0%에 달한다.

특기할 점. 이들 중 음모·배신·아부를 중시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0%). 그런 것보다는 “팀원 간 갈등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81.9%)거나 “어려운 일을 맡은 부하직원이나 동료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97.0%)는 리더가 많다.

좋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들은 성공 지향적이지 않으며(“회사생활에서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 33.3%), “회사생활에서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비율(30.3%)도 적다. 상대적으로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도 약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목표는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80.8%에 이르지만 ‘사람 좋다’ 유형에서 이 비율은 63.7%로 뚝 떨어진다. 5개 리더십 유형 중 가장 낮다.

■ “전문지식이 최고”
외골수형

전체 중견간부 5명 중 1명은 외골수형(20.0%)이다. 이들은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갖고 있다”(88.9%)고 생각한다. ‘전문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만큼 경쟁을 선호한다. “경쟁이 싫다”는 응답은 14.8%에 그친다.

전문지식을 선호하는 만큼 직장 내 성공이 정치나 실적에 좌우된다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다. 각각 51.8%와 55.6%다. 이런 종류의 리더에게는 뻔한 문제가 있다. 인간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나쁘게 말하면 ‘나 잘났다’형이다. “나 잘났소”하는 리더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인간관계를 보면 순식간에 드러난다. 선배·동료·후배 등 인간관계와 관련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만족” 53.8%). 인간관계가 좋지 않다는 증거는 또 있다.

“최근 1년 사이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비율이 25.9%로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연줄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라면 그다지 환영받기 어려운 리더십임이 분명하다.

■ “성공? 파워게임”
마키아벨리 형(20.0%)

마키아벨리는 16세기 활동했던 정치사상가다. 그 유명한 책 ‘군주론’을 쓴 현실주의의 대명사다.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공공의 선(善)을 위해서라면 권모술수를 쓰는 것도 용납된다”는 것이다. 이후 ‘마키아벨리즘’이란 말이 생겼다. 세상을 권력관계로 보고 “권력을 장악하려면 권모술수도 괜찮다” 사고를 가리킨다.

직장에도 그런 리더들이 있다. 이른바 ‘마키아벨리형’이다. 직장생활을 권력관계 또는 정치현상으로 보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음모·배신·권모술수를 써도 된다는 입장을 갖는다. 대기업 중견간부들 중에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종류의 마키아벨리형 리더가 있다.

이 유형의 리더 대부분은 “회사에서의 성공은 정치에서 비롯된다”(88.9%)고 생각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음모·배신·아부 등이 중요하다”(37.0%)고 생각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이들은 뻔뻔스럽다. “때로는 잘못을 떠넘기거나 남의 공을 가로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14.8%) 역시 다른 유형의 리더에 비해 많다.

이들 절반은 “부하 직원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48.1%)고 생각하고 있으며, “잘못을 적당히 얼버무려야 한다”(22.2%)는 리더도 적지 않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실적을 중시(74.6%)하기 때문이다.

실적을 중시하는 회사의 입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회사 규칙이나 규정을 무시”(55.5%)한다. ‘마키아벨리형’이라는 용어가 딱 맞는다. 대기업 중견간부 5명 중 1명(20.0%)이 이 유형이다.

■ “어떤 것에도 관심 없다”
‘나 몰라’형(9.6%)

마키아벨리형은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칭찬받을 수도 있다. ‘대도무문형’만 빼면 어떤 유형도 이중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거의 칭찬을 받기 어려운 리더형이 있다. 바로 ‘나 몰라’형이다.

주변의 리더에게 물어보라.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이번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주에 김 대리가 결혼했다는데….” 이 모든 질문에 답이 일관된 중견간부가 있다. 답은 “나 몰라”다. 회사 돌아가는 것이나 업무 태도 그 모든 것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다.

중견간부 9.6%에 해당되는 이들 리더 중 “열정을 갖고 일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한 비율은 7.7%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이 75.6%, 대도무문형 리더가 97.1%인 것에 비교하면 그 수치가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다.

그뿐이랴. “열심히 일한다”는 리더(23.1%)도 턱없이 적고, “전문 지식이 있다”는 응답도 최하 수준(7.7%)이다. “아이디어를 내려 애쓴다”(15.4%)는 리더나 “개개인의 창의력 발휘를 위해 애쓴다”(15.4%)는 리더 역시 적다.

“조직 전체의 발전을 생각한다”(7.7%)는 비율은 더 적고 “나보다 부하·동료·조직을 중시”(7.7%)하지도 않는다. 이런 간부를 만난 직원들은 불행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리더가 회사 오래 다닐까?
대도무문형은 “53.7세까지 다닐 것”
궁금하다. 어떤 유형의 리더가 더 오래 서바이브할까? 어떤 리더가 더 오래 회사에 다니고 싶어할까? 대도무문형? ‘사람좋다’형? ‘나 몰라’형?

희망퇴직 연령을 보자. 얼마나 오래 다니고 싶어하느냐다. 의외인지,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대도무문형’이다. 이 유형의 리더들은 56.0세까지 다니고 싶어한다. ‘사람 좋다’형이 두 번째. 55.0세다. ‘나 몰라’형은 가장 적다. 50.8세까지만 다니고 싶어한다.

그러나 실제로 ‘퇴직할 것 같은 나이’, 즉 ‘예상퇴직연령’은 다르다. 대도무문형은 53.7세로 이 역시 가장 많았지만 ‘마키아벨리’형은 50.0세다. 희망-예상퇴직연령의 차이가 무려 4.7세나 난다.

‘나 몰라’형은 재미있다. 희망퇴직연령이 50.8세로 가장 적었지만 예상퇴직연령도 마찬가지. “47.0세면 그만 둘 것”으로 예상했다. ‘저노동단명(低勞動短命)’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조사 어떻게 했나
이번 조사는 이코노미스트와 조사전문기관 인포서치가 함께 진행했다. 기존 리더십 이론과 설문을 바탕으로 함께 설문을 구성했고 조사는 이코노미스트가, 분석은 인포서치가 맡았다. 조사는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사 130개의 과부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9월 6일부터 2주일간 실시됐다. 총 분석 대상은 184명이었으며 이 중 부장급이 25%, 여성은 8%를 차지했다. 평균 직장생활 기간은 12.6년, 평균 연봉은 5790만원으로 조사됐다. 41%가 흡연자였으며 평균 1주일에 2회 술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