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 손홍태 씨에게 2006년은 잊지 못할 해다. 여섯 살 된 낙타 청애를 다시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대공원에 온 청애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약물 치료도 허사였다. 손 씨는 약 대신 자신의 손길로 청애를 어루만졌다. 몸무게가 700kg이나 되는 청애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며 재활치료를 한 것. 결국 2년 4개월 만인 2월 청애는 다시 일어섰다. 손 씨는 17일 “청애가 다리가 아프다며 소리를 지를 땐 나도 눈물이 났다”며 “자식 같은 동물이 다시 걷게 됐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 씨와 청애의 이 남다른 인연은 서울대공원 직원 230명이 올해를 마감하며 선정한 10대 뉴스 중 3위에 꼽혔다. 서울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서울대공원. 이곳의 동물원에서는 올 한 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1위로 꼽힌 뉴스는 국내 최초의 돌고래와 조련사 공동 수중쇼였다. 그동안 돌고래쇼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돌고래만 묘기를 부리는 것이었지만 7월부터는 외국에서처럼 조련사가 돌고래와 함께 다이빙을 하고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잡고 수영하는 등 다양한 수중쇼를 선보여 가족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얻었다.
동물원 사람들이 꼽은 뉴스 2위는 ‘한국 표범 번식 성공’. 한국 표범은 1962년 경남 합천군에서 포획된 뒤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올해 4월 서울대공원이 중국에서 수입한 표범으로 2마리의 새끼를 자연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33년 만에 한국 표범의 명맥을 잇게 된 것이다.
서울대공원이 처음으로 보유 동물들의 생존기록을 조사한 결과 가장 장수한 동물은 창경원부터 서울대공원까지 옮겨 와 살고 있는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55세)라는 것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본보 11월 1일자 A11면 참조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에서 사체가 발견된 토종 붉은여우 복원 본격화(6위), 천연기념물 453호인 남생이 70마리 인공 증식 성공(8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선물한 풍산개의 냉동정자를 이용한 번식 성공(7위) 등 잇따른 번식과 복원도 의미 깊은 뉴스였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4월 돌고래 수중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