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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경영시대⑤ - 구매자의 생각 이해하기

도일 남건욱 2007. 1. 1. 23:03
협상경영시대⑤ - 구매자의 생각 이해하기
상대방 의심 풀어줘야 ‘일사천리’
전통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구매자는 협상을 잘하는 방법을 특별히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기업은 협상의 기술 습득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영업 담당자라기보다 구매자라고 생각한다. 성공적 구매활동이 모든 사업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성공한 기업의 구매자가 배우는 협상 기술의 요체는 ‘최저 가격으로 구매하지 말고 최고 가치를 구매하라’는 것이다.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구매 방법이 바로 전략적 구매 방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 영업활동을 위해 영업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은 가격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구매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긍정적인 장점을 인식시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광고는 이 같은 원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LCD모니터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선명한 화면, 다양한 기능, 완벽한 애프터서비스, 개인신용보호, 최단기간 배송 등을 설명한다. 여기서 선명한 화면이나 다양한 기능 등은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시킴으로써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반면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는 제품이 고장 날 경우 겪는 부정적인 면을 줄여주는 표현이다. 개인신용정보는 인터넷 구매 과정을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신용정보의 노출 가능성이라는 부정적인 면을, 빠른 배송은 즉시 구매하는 것과 비교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내용을 줄여주고 있다.

구매자를 가장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긍정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시간과 자본의 투자가 선행되지 않고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또 이 같은 일은 영업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 기술개발 부서나 투자에 대한 전력을 결정하는 부서에서 할 수밖에 없다. 긍정적 면과 관련해서 영업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존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구매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 된다.

영업 담당자가 상대적으로 재량권을 가지고 협상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부정적 요소를 제거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구매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구매자가 구매 결정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부정적 요소들을 줄여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성공적 영업협상의 기초가 된다.

첫째, 구매 결정 이후에 이 제품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전략적 구매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셋째, 최종 사용자로부터 구매를 잘못했다는 불평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넷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시간이 길어지지 않아야 한다.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효과적 설득을 위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매자의 사고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는 이렇게 사고하며 협상한다. ‘내가 먼저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은 마치 상대방에게 힘을 넘겨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구매를 해야 하는 구매 담당자가 시간을 쪼개 협상을 준비하고 당신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는 이미 협상 타결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구매자는 항상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구매 담당자의 사고 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영업 담당자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미국 비자를 발급하는 일을 하는 영사들은 방문비자 발급심사를 이렇게 한다. 우선 ‘신청자는 미국에 방문을 하러 간다고 하지만 가면 귀국하지 않을 것이다’는 의심에서 심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같은 의심을 해소시켜 줄 신청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관계, 여러 상황들을 검토하며 의심을 제거해 나가는 방법을 택한다.

충동적 구매자가 아닌 이성적 구매자는 대체로 이 같은 구매 방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영업 담당자가 듣기 좋은 설명을 하면 우선은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영업 담당자의 설득 과정에서 주된 업무는 구매자의 의심을 해소시켜 본인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김병국·한국협상전략연구소 소장 benkim@knp.co.kr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영회계학 석사. 시카고 로욜라대학 법학 박사. 국제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 K&P홀딩스 대표. △저서: <비즈니스 협상론>, <상대를 내편으로 만드는 협상기술> 등.

입력일시 : 2006년 11월 1일 19시 33분 3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