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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신경세포를 찾아요

도일 남건욱 2007. 3. 4. 11:30
천생연분 신경세포를 찾아요
축구경기에서 공을 가진 선수가 같은 팀 선수에게 공을 건네주거나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으려고 할 때 골대와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공을 받아줄 같은 팀 선수가 없으면 공을 제대로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신경세포도 마찬가지다. 한 신경세포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려 해도 신호를 받아주는 신경세포가 없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신호를 보낼 수 없다. 엉뚱한 곳에 신호를 보내도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신경세포가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아 신호를 전달하는 비밀을 벗기는 연구단이 바로 KAIST 김은준 단장이 이끄는 시냅스생성연구단이다.

시냅스를 연구하는 김은준 단장
신경세포 사이는 구조적인 연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체액이 가득 찬 간격이다. 신경세포는 말미잘처럼 몸체에 많은 돌기를 가지고 있다. 이 돌기는 공을 가진 축구선수처럼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축색돌기와 공을 받는 선수처럼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로 나뉜다. 각 신경세포의 축색돌기와 수상돌기 사이에 있는 틈이 시냅스다. 한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와 1천~10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다.

수많은 시냅스는 역할을 나누어 신호를 보낸다. 흥분성 시냅스는 자극과 흥분을 일으키는 신호가, 억제성 시냅스는 자극과 흥분을 줄이는 신호가 오간다. 이 시냅스들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같다. 이들이 이상이 생기면 우리 신체는 문제가 생긴다. 만일 흥분성 시냅스만 활성화되고 억제성 시냅스가 제 기능을 못하면 흥분이 지나쳐 간질 같은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김 단장은 “이 시냅스들의 크기는 보통 0.5~1㎛로 1만개에서 10만개의 단백질을 수용할 수 있다”며 “시냅스 사이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잘 전달돼야 뇌기능이 활발해지고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보내 신호전달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무수히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먼저 각 신경세포들이 서로 가까이 다가와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제까지 어떻게 신경세포들이 서로 가까워지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특정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신경세포들은 김 단장이 밝혀낸 생크 단백질 같은 다양한 유도 물질의 도움을 받는다. 일단 가까이 다가온 신경세포들은 서로 ‘통’하는 천생연분 신경세포를 찾기 위해 ‘만지기’를 한다. 신경세포의 돌기를 부비거나 더듬어서 짝을 확인한다.

김 단장은 서로 짝이 되는 신경세포 찾기와 함께 짝을 찾은 신경세포들을 확실하게 붙들어주는 ‘신경세포 접착단백질’(CAM)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경전달 단백질이 튼튼하게 신경세포 안팎을 붙들어 시냅스를 유지해야 수상돌기와 축색돌기가 신경전달물질이 원활이 전달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신경세포 사이에 어떤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데 김 단장이 찾아 기능을 밝혀낸 엔지엘(NGL)이나 IRSp53, 생크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과정과 시냅스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 단장은 “신경세포와 관련된 단백질 하나의 기능을 밝히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면서 “이렇게 뇌에서 작용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히면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는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신경세포를 떨어뜨리는 기능을 하는 단백질도 연구할 계획이다. 시냅스를 생성해 신경전달물질을 제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전달할 필요가 없을 때는 시냅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제가 학생이었던 시절보다 참 열심히 연구를 합니다”라고 웃음 짓는 김 단장을 보면서 시냅스생성연구단의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글/남연정 동아사이언스 기자 namyj@donga.com (2007년 0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