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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전문가 설문조사

도일 남건욱 2007. 5. 13. 09:32
재테크 전문가 설문조사
3년 내 빅뱅…‘주식 뜨고 부동산 진다’
‘향후 3년 이내에 재테크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근무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은 3년 안에 재테크 환경에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최고의 재테크전문가로 꼽히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삼성증권, 대우증권 소속 54명의 PB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향후 재테크 환경의 변곡점은 언제냐’는 질문에 20.7%는 2년 이내, 43.4%는 3년 후라고 응답했다. 5년 후는 24.6%였고 7년 후가 1.9%, 10년 후는 9.4%로 나타났다.

‘재테크환경 더 좋아질 것’

모든 과학적 전망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재테크 환경 변화 시점에 대한 예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많은 PB들이 3년 안에 재테크 환경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인은 ‘정부정책’이었다(25%). 이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재테크의 모든 부문이 정부정책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경기’의 변화는 20.8%의 응답률을 보였다. 사실 국내경제의 향방은 이미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전면적으로 받고 있다. 국제유가와 금리, 중국과 미국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국내경제는 적잖게 출렁거린다. 환율의 갑작스러운 하락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라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변화’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변수로 지목됐다(19.8%). 노령화와 저출산, 베이비 붐 세대의 움직임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낯설지 않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인구변화에 눈과 귀를 모을 이유는 충분하다. 금리변동(18.7%)과 물가(6.3%)가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변화 자체보다 변화의 결과다. 변곡점 이후 재테크 환경은 좋아질까 나빠질까. PB들은 낙관적이었다. 70.4%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 특히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견해가 11.1%나 됐다. 반면 ‘전반적으로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은 29.6%에 머물렀다. 크게 나빠진다는 전망을 한 PB는 전무했다. 이는 환율과 유가 등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고 국내 주식시장이 과거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데다 저평가된 측면이 많아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테크 환경이 개선된다고 모든 부문에 훈풍이 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디에나 양달이 있으면 응달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PB들은 주식시장을 ‘장밋빛’으로 내다본 반면, 부동산과 예금에 대해선 다소 ‘야박한’ 전망을 했다. 주식, 부동산, 채권, 예금, 현물 등 재테크 각 부문의 미래에 1점(아주 나빠질 것이다)에서 5점(아주 좋아질 것이다)의 점수를 달라는 질문에 주식은 4.2점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예금은 2.4점, 부동산은 2.9점을 획득, 현재 수준인 3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은 전체의 64.8%가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반면, 주식의 경우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85.1%에 달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투기억제 정책으로 꽁꽁 얼어붙었고 예금이자도 낮은 반면, 주식시장은 어지간한 변수에는 끄떡하지 않는 강한 체력을 키운 게 현실이다. 최근 박스권에서 멈춰 있는 상태지만 잠재력은 높이 평가된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5~10년 사이에 KOSPI 지수가 3,00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돌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쯤 되면 향후 어디에 돈을 묻어야 수익을 낼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주식이다. ‘향후 5년간 재테크를 주도할 자산’에 대해 PB들은 압도적으로 ‘주식’을 추천했다. 무려 62.9%의 PB들이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재테크의 왕도’로 불리던 부동산의 점수는 채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권의 지지율이 20.4%인 데 비해 부동산은 16.7%에 머물렀다. 채권의 인기는 금리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것은 향후 재테크 환경이 좋아지든 나빠지든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과다. 향후 재테크 환경이 좋아진다고 응답한 PB의 86.8%와 나빠진다고 답한 PB의 75%가 ‘주식’이 향후 5년 재테크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해외투자 부문에서도 주식이 가장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63%의 PB들이 ‘주식’을 추천했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투자는 익숙하다. 해외펀드 수탁고가 지난 7월 기준 18조5,089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 10조5,817억원보다 무려 74.9%나 증가한 상태다. 최근 3개월간 평균수익률도 6~8%를 유지하고 있어 수탁고는 더욱 불어날 조짐이다. 반면 ‘열풍’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뜨거웠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2.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자산포트폴리오 주식비중 높여야’

주식에도 옥석이 있다. 기록적인 수익률 상승을 이어가는 종목이 있는 가 하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5년 동안 가장 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어떤 것일까. PB들은 ‘국내 대형주’에 투자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전체 67.9%의 PB들이 국내 대형주를 추천했다. 국내 중소형주(20.8%)와 해외주식(11.3%)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 종목과 장외주식을 권한 PB는 한 명도 없었다.

부동산은 추천순위에서 주식에 크게 밀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재테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자산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투자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하지만 리스크가 커진 이상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PB들은 아파트를 가장 많이 권하고 있다(29.6%). 투자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빠졌지만 환금성과 수익성 면에서 여전히 괜찮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가도 유망 자산으로 추천됐다. 전체 22.2%가 상가투자를 권했다. 환금성과 차익실현 면에서 아파트에 뒤지지만 종합부동산세 제외 대상인데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이 투자 포인트다. 단독주택도 20.3%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뉴타운 개발에 맞춰 개발 대상지역의 노후주택을 노리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경매를 추천한 PB는 16.7%였고 토지는 5.6%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오피스텔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0%).

대한민국 부동산의 ‘왕 중 왕’은 역시 강남권 부동산이다. 거품을 빼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도 가장 많이 오르고 좀처럼 내리지 않는 특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5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55.7%가 ‘더 오른다’고 답했다. 대폭 상승할 것이란 견해도 23%나 됐다. 반면 내릴 것이란 의견은 23.1%에 그쳤다. 폭락할 것이란 전망은 1.9%에 불과했다. 21.2%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의 대원칙 가운데 하나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다.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리스크도 낮아진다. 현재 5억원의 투자자금이 있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까. 최대 유망자산이 주식인 만큼 주식 비중이 가장 컸고(35%) 그 뒤를 부동산이 이었다(20.6%). 떠오르는 유망주인 해외투자가 11.1%를 얻었고 연금과 보험에도 자산의 9.6%를 배분하라고 권했다. 유망자산 순위에서 2위에 오른 채권은 7.8%의 낮은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 예금은 9%, 현물은 6.1%였다.


글 변형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hjb@kbizweek.com
입력일시 : 2006년 9월 26일 10시 29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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