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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vs 홍성국 대담

도일 남건욱 2007. 5. 13. 09:33
공병호 vs 홍성국 대담
‘부의 재편 시작… 격동의 시대 온다’
“부를 향한 질주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

‘미래’에 관한 남다른 시각으로 주목을 받는 두 사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47·경제학박사)과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44·상무)은 향후 5~10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경제 환경 변화가 펼쳐지는 가운데, 특히 ‘부’에 대한 집착이 심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 부를 좇는 입장에서 개인과 기업은 다르지 않은 존재로 봤다.

두 사람은 각각 대중과 친밀한 이코노미스트로, 대형증권사 리서치 수장이자 투자전략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 미래에 관한 책을 펴낸 국내 몇 안 되는 ‘천리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활발한 저술, 강연, 방송, 컨설팅 활동을 펴고 있는 공병호 소장은 <10년 후, 한국>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었고 홍성국 상무는 <세계경제를 가린 그림자, 미국>을 통해 세계와 미국, 한국의 미래를 내다봤다. 특히 금융시장 관점에서 분석한, 한국인이 처음 쓴 미국의 미래학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한자리에서 미래를 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는 △‘부’에 대한 인식 변화 △주력산업의 재편 △재테크 환경 및 패턴 변화 △최근 감지되는 경제 환경 변화 조짐 △개인과 기업의 미래 대비책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내로라하는 두 경제통이 내다본 ‘부의 미래’를 지상 중계한다.

공병호 소장(이하 공소장) : 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향후 5~10년은 ‘부를 향한 질주’로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시대나 돈에 대한 욕망은 있었지만 최대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샐러리맨의 경우 ‘몸값’이 곧 상품가치로 연결되는 시대가 됐어요. 이미 개인의 상품가치 극대화가 화두로 취급됩니다. 재테크 측면에선 금융자산 비중이 강조될 것으로 보는데, 이 역시 부를 향한 질주 차원에서죠.

홍성국 상무(이하 홍상무) : 분명한 것은, 향후 5~10년간 일어날 경제 환경의 변화가 지난 5~10년보다 훨씬 역동적일 것이란 점입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변화죠. 우선 양극화가 심화될 겁니다. 부자 인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이들이 소유한 부의 비중은 더 커질 겁니다. 나머지 인구는 부에 대해 더 집착할 수밖에 없죠. 기업들도 마찬가집니다. 전체 평균이 성장한다하더라도 성장하는 기업의 수와 성장 폭은 달라집니다. 변화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할 때죠.

공소장 : 개인, 기업, 사회 막론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개인은 ‘당신 가치를 마켓에서 입증해 보라’는 요구를 공공연히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재편 단계에서는 기회를 잡는 자와 낙오하는 자가 생기기 마련이고요. ‘같은 배를 탔다’는 개념도 사라집니다.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보다 각자의 역량이 더 중요합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미 IBM, 도이치방크 등 글로벌 기업들은 두뇌 비즈니스까지도 아웃소싱합니다.

홍상무 : 세계화를 빼놓을 수 없죠. 지난 5년은 세계화 1기였다고 봅니다. 중국 등 지역에 따른 단가 차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었죠. 2기에는 이 현상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넘어갑니다. 플러스알파가 기다리고 있어요. 산업별로도 명암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밝게 보는 부문은 자동차와 조선, 금융, IT, 디스플레이로 축약되는데, 특히 자동차는 내년이면 국내 매출이 20% 이내로 떨어지고 해외 비중이 크게 늘어납니다. 글로벌화하는 거죠. 향후 5년까지 일감이 있는 조선이나,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자부하는 금융 역시 전망이 밝아요.

공소장 : 수출 역군인 중후장대형 산업의 우열이 가려질 겁니다. 자본집약적 형태로 재빨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산업은 중국에 의해 가격경쟁력을 압도당하기도 할 겁니다. 구조조정 등 격동기를 겪을 수밖에 없겠죠. 반면 부문별 선도기업의 경쟁력은 확고해질 겁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죠.

홍상무 : 전세계에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철강의 경우 80%나 늘었더군요. 투자가 정체되면 M&A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스크를 안고 신규 투자하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을 안자는 거죠. 이에 따라 부의 지도 또한 새롭게 바뀝니다. 이미 투기자본 상륙과 최근 건설업종의 M&A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공소장 : 대형 M&A 과정에서 기회를 놓치면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죠. CEO는 생산성 향상, 부가가치 끌어올리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어요.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시간·공간·지식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로 ‘혁명적 부’가 생겨나고, 개인의 삶과 기업, 세계가 재편됩니다. 수년 내 펼쳐질 미래가 너무 흥미진진해 안식년은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아요.(웃음)

홍상무 : 개인의 부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100억 부자는 아쉬울 게 없었죠. 특히 큼직한 빌딩 하나 가진 지방 토호는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건물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이들이 금융시장으로 편입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수익을 얻는 쪽으로 돌아서는 거죠. 이미 눈치 빠른 지방 토호들은 서울 강남으로 이주를 했어요. 돈이 있는 쪽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죠.

공소장 : 전국에 강연을 다니다 보면 수도권에서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KTX 등 교통환경의 변화가 지방 분권시대를 연 게 아니라 수도권 집중을 부추긴 겁니다. 지방의 부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거죠.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문제일 겁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보면 경상수지 문제와 연결되죠. 고 최종현 SK 회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돼야 국가 크레디트가 올라간다고 하셨죠. 특히 서비스수지 적자 증가를 보면 외환위기 전의 상황과 비견돼 걱정이 앞섭니다.

홍상무 : 서비스수지 중에서 해외여행, 교육이 가장 문제인데, 교육은 적자가 나도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여행은 개념이 좀 달라서 국내 여행 문화가 달라지고 선진화돼야 해결될 겁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바뀌면서 환율 등이 갭을 해소해 주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어요. 경상수지 적자의 영향이 과거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 됐죠.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투자를 국가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나라도 많지 않습니까.

공소장 : 해외투자 등 개인의 재테크 포트폴리오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부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는 걸 느껴요. 자산 포트폴리오는 물론, 교육, 은퇴 후 삶도 언제든 국경을 넘나들며 재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홍상무 : 환차익을 겨냥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시작됐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올 연말 6조달러에 달하고 달러가치의 미래가 불투명해 리스크가 있지요. 앞으로의 재테크 흐름은 고정자산보다 유동자산,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부동산보다 금융시장 투자가 각광받을 것이란 이야기죠. 특히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국 주식가격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어서 요즘 같은 때 굳이 해외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요. 또 ELS(주가연계증권), ELF(주가연계펀드), 선박펀드 등 파생형 상품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연 30%대 고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대신 채권, 예금 비중은 금리 때문에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공소장 : 결국 향후 5~10년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부의 미래도 달라지겠지요. 이런 때는 먼저 예리한 관찰력을 가져야 합니다. 현상 밑을 흐르는 펀더멘털이 무엇인가 잡아내야죠. 미래에 대해 어떤 암시를 하고 있는지 판단한 후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회는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홍상무 : 지금까지는 과거의 트렌드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살았죠. 하지만 외환위기, 9·11테러, 21세기 진입 등을 통해 변화의 속성도 달라졌어요. 미래의 5년은 더 이상 과거의 5년이 아닙니다. 개인과 기업은 먼저 스스로를 개조해야 할 겁니다. 금융시장 투자자라면 나와 미국, 대만의 투자자들이 전장에서 함께 싸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의 투자행위가 미국 달러가치 변화, 부동산 시세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국가간 자본이동의 벽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인지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부의 향방이 결정될 겁니다.

공소장 : 기업들에도 격변기가 펼쳐지고 있어요. 주주행동이 일상적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더불어 지속적 가치 창출 능력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어요. 아직 변화에 수동적인, 허점투성이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홍상무 : ‘독점을 추구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눠먹는 시대는 지났어요. 시장 또한 한국이 아니라 세계 전체로 봐야 합니다. 기업 소유 및 지배구조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이미 실질 소유주가 없어지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요. 아주 흥미진진한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리 = 박수진 기자 / 사진 = 서범세 기자

입력일시 : 2006년 9월 26일 10시 31분 31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