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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경제학은 과학인가 환상인가

도일 남건욱 2007. 5. 13. 09:58
신경 경제학은 과학인가 환상인가
걸음마 뗀 학문… 섣부른 판단 ‘금물’
신경 경제학은 경제학과 신경과학이 결합한 새로운 학문이다. 경제 주체의 감성적 행동을 다루는 신경 경제학은 신경 경제시대의 대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신경 경제학은 FMRI 같은 뇌영상 장치뿐만 아니라 뇌파, 호흡, 피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 인체의 생리현상을 분석해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소비자의 ‘진심’을 뇌 영상장치로 캐는 뉴로마케팅도 신경 경제학의 한 응용분야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네만이 받은 것도 경제학이 인간의 심리를 고려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 신경 경제학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카네만은 고인이 된 츠버스키와 함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수립,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합리적 판단보다는 직관과 감정에 더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는 말과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그 이후의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 경제학의 탄생은 기업인들도 신경 경제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신경 경영에 돌입하기 전에 한번쯤 신경 경제란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번쯤은 물을 만하다. 한 원로 경영학자가 그 화두를 던졌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헤스켓 교수는 경영정보 웹진 <실행 지식 (Working Knowledge)>의 대화형 칼럼인 ‘당신의 생각은(What do YOU think?)’에서 신경 경제학에 대한 경영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헤스켓 교수가 본 신경 경제학 연구 조류는 두 가지다. 첫째는 위험과 보상에 대한 두뇌의 반응 연구. 위험이나 보상에 대한 상황을 주고 두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하는지 관찰하고 이를 의사결정 이론에 적용하는 것이다. 사람의 두뇌가 위험 요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때와, 탐욕(보상) 요소에 반응할 때 의사결정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 방향은 의식과 잠재의식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다. 최상의 판단은 의식적으로 잠재의식이 작동하도록 할 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한 예다.

경제학·경영학 이론 근본 흔들어

신경 경제학의 주장은 기존 경제학이나 경영학 이론의 근본을 흔드는 내용이다. 현대 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 밀턴 프리드먼의 결론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사람들이 구매 결정을 내릴 때는 장기적인 개인 소득을 고려하면서 단기적으로 개인 지출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려 한다. 주식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은 “다른 투자가가 탐욕스러울 때 조심하고, 다른 투자가들이 조심할 때 탐욕스러워진다”는 설명으로 그의 투자 철학을 설명한다.

헤스켓 교수에 따르면 이 모든 문제가 결국은 ‘나 자신을 깨닫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 헤스켓 교수의 문제 의식은 이렇다. ‘몇몇 뇌영상을 이용한 충격적 연구 결과를 수용할 것인가’, ‘잠재의식을 강조한 연구 결과에 대한 대안적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신경 경제학의 일반적인 함의는’, ‘소비자이자 경영자이자 시민인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행동과 사고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의대가 경영대나 경제학과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나’, ‘신경 경제학이란 것이 아직까지는 먼 미래의 것인가’.

헤스켓 교수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다양한 독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마케팅 컨설턴트라고 밝히 해리 투치 씨는 “굳이 값비싼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신경 경제학의 연구들은 사람들의 능동적 행동보다는 반응에 대한 연구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협상 전문가라고 밝힌 빅토리아 핀촌 씨는 “신경 경제학 연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통찰을 주는 연구도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때 두뇌의 쾌락센터가 자극받는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 경제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학문. 하지만 지금은 무시해도 좋을 먼 미래의 일이기에는 우리의 뇌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이 너무 많다.

앨라배마=안도현 객원기자 Ahn.media@gmail.com
입력일시 : 2007년 4월 25일 11시 14분 1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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