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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하루

도일 남건욱 2007. 5. 13. 12:07
수험생의 하루
새벽 2시 귀가…주말에도 몸은 ‘파김치’
매일 밤 오후 11시 30분~12시. 목동 학원가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많은 자가용과 학원 버스가 뒤얽혀 때 아닌 장사진을 이룬다.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의 귀가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러 차를 몰고 온 부모들 중에는 주부만 있는 게 아니다. 술기운에 얼굴이 벌개진 40대 샐러리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야근을 하다가, 회식을 하다가도 중간에 살짝 나온 아버지들이다.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 중에는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이 적지 않다. 특목고 입시철이 가까워오면 학원 앞 자가용으로 붐비는 시간이 더 늦춰진다. 새벽 1시는 보통이다.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가는 학생도 많다.

그렇다면 도대체 특목고 준비생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짜여질까. 과학고 진학을 꿈꾸는 신목중학교 3학년 이용석 군(15)은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난다. 평일에는 8시 30분까지 등교해 오후 3시에 하교한다. 집에 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뒤 학원 버스를 타고 오후 6시 학원에 도착, 12시까지 공부한다. 집에 가서 눈을 붙이는 시간은 보통 새벽 1~2시다. 토요일에는 집에서 스스로 시간표를 짜 학원 숙제를 한다. 일요일에는 오전 3~4시간을 학원에 나와 또다시 공부에 매달린다. 체력 관리를 위해 1주일에 두세 차례 밤에 달리기를 할 때도 있다. 이 군은 “아직까지는 학기 초여서 학교 숙제가 적지만, 숙제가 많아지면 시간 관리를 더욱 잘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 수행평가 성적도 특목고 진학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군은 중학교 1학년 시절 전교 1~5등을 했던 수재다. 한국 수학올림피아드(KMO) 입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군은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평범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군이 속해 있는 ‘경시반’ 친구들은 대부분 전교 1등을 도맡아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특목고 준비생 중에서도 학원 경시반 아이들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학원의 반 편성 시험 결과 최우수 성적을 낸 학생만 경시반에 들어갈 수 있다. 과고반 외고반 민사반 등 일반 특목고 준비반 학생들은 경시반으로 들어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책과 씨름한다. 목동 경시반 학생들 대다수는 과학고와, 목동에서 가장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이 원서 쓰는 민사고의 문을 두드린다. 학원 경시반에 속해 있다는 것 자체가 훈장이다. 목동 학부모와 학생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살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 학원 특목고 준비반이 외고반과 과고반으로 단출하게 구성됐던 것이 비하면 큰 변화다.

특목고 준비생 가운데는 각 교육청과 대학 부설 영재원 재학생도 적지 않다. 목동지역 학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공부해 온 유자연 양(14) 역시 영재원에 다닌다. 그것도 전국에서 수학 분야는 20명만 뽑는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 교육받는다. 유 양 역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학교에서, 오후 5시부터 11시 45분까지는 학원에서 공부한다. 하루 수면시간은 4시간30분~6시간이 고작이라는 유 양은 아직 중2 학생이지만 진작부터 특목고를 준비해 왔다. 아빠는 주5일 근무라지만 어린 딸에게는 휴일이 없다. 토요일에는 오후 2시~8시 30분까지 학원에 나와 수학과 과학을 익힌다. 일요일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보강 수업으로 더 바쁘다. 학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경시대회를 준비한다. 과학고와 민사고 입시에는 경시대회 입상 여부가 중요해서다. 유 양은 “민사고 또는 과학고에 진학해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민사고에 합격하려면 중3이 되기 전에 영어 토플 성적은 안정권에 들어야 한다. 유 양은 “중1 후반부터 토플을 준비해 왔다”면서 “학교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학원 숙제를 한다”고 귀띔했다. 유 양 역시 전교 1등을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이 군, 유 양과 같은 특목고 준비생은 목동의 한 대형 학원에만 2000여 명에 이른다.
글 이효정 한경비즈니스 기자 jenny@kbizweek.com
입력일시 : 2007년 3월 21일 9시 29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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