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목동 부동산시장

도일 남건욱 2007. 5. 13. 12:08
목동 부동산시장
평당 최고 3944만 원…‘강남 부럽잖아’
4~5년 전, 서울 대치동에 사교육 열풍이 불고 아파트 값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교육과 부동산의 상관관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대청중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선경 우성 미도아파트가 이른바 ‘대치동 빅3’으로 꼽히게 된 것을 보면 교육과 부동산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그동안 일반화된 견해다.

최근 목동이 특목고 특구로 떠오르자 비슷한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목고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10개 중학교 중 5곳이 목동 신시가지 안에 모여 있으니 과연 주변 아파트 값은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까가 그것이다. 마침 목동 지역 아파트 값의 무서운 상승세가 겹쳐 ‘교육’은 가장 힘 있는 아파트 가격 결정 요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아직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지만 학계 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낸 연구가 있다. 연구 논문 ‘인접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률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2005년 7월, 연세대 경제학부 길주영, 한순구)’에 따르면 목동 지역은 특목고 진학률이 1% 상승할 때 평당 가격이 55만 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목동 아파트 실증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것인데 방 개수, 가구수, 입주년도 등 다른 변수와 함께 특목고 진학률 역시 유의 변수로 조사됐다.

한순구 교수는 “특목고 진학률이 목동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그러나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1000만~2000만 원 수준으로 생각보다 그리 큰 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목동 아파트 리모델링 이슈나 구청과 서울시가 주도하는 몇몇 개발 계획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게 한교수의 생각이다.

목동 아파트는 최근 몇 년 사이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다. 2005년 8·31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다.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양천구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에 이어 아파트 평당가가 5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평균 평당가는 2212만 원. 주상복합 아파트는 더욱 높아서, 강남구는 2971만 원에 이어 2위 2470만 원을 기록했다.

양천구에는 목동 신정동 신월동이 속해 있다. 하지만 신정동 신월동에 사는 사람도 “목동에 산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교육이라는 가치가 부각되면서 목동으로 통칭되길 원하는 심리가 퍼졌기 때문이다. 신월동 신정동에서 ‘목동’을 앞에 붙인 아파트 이름, 건물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목동 경계에 접한 화곡동 주민들도 “목동 산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그만큼 목동의 위상이 높다는 의미다.

같은 이유에서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 편입되고 싶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14단지에 인접한 신정동 경남아너스빌은 4개동 292가구의 소형 단지인데 동수가 1501~1504동까지로 구성돼 있다. 보통 101~104동으로 구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현지 서울부동산 관계자는 “목동 15단지가 되고 싶다는 주민들의 마음 아니겠느냐”면서 “그러나 가격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양천구 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어디일까. 바로 3단지 45평형이다. 바로 옆에 파리공원이 있고 조망권이 탁 트인 게 장점이라는 평이다.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강서고와 가깝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로열층 매매가는 18억5000만 원으로 평당 3944만 원에 달한다. 전세가도 최고 5억 원으로 ‘최강’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뒤이어 2단지 55평, 3단지 55평, 9단지 45평, 2단지 45평이 목동 최고가 아파트 톱5를 채웠다.

주상복합도 강세다. 새 주류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쉐르빌Ⅰ(2003년 3월), 삼성쉐르빌Ⅱ(2004년 3월), 하이페리온Ⅰ(2003년 6월)이 입주하면서 분위기가 뜨기 시작해 최근 하이페리온Ⅱ(2006년 11월)가 입주를 시작하고 삼성트라팰리스가 한창 공사 중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지 J부동산 관계자는 “조만간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신흥 학군이 만들어지고 부유층 밀집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상복합과 기존 신시가지 단지 거주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층 의식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상복합 중에서는 하이페리온Ⅱ 37평형이 최고 12억 원으로 평당 3378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페리온Ⅱ 49평, 하이페리온Ⅰ 63평, 삼성쉐르빌Ⅱ 66, 67평형이 목동 최고가 주상복합 톱5를 이루고 있다.

풍선효과·교육환경 ‘가격 견인’

양천구 아파트 값이 크게 뛴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첫째, 강남을 누르니 풍선효과로 목동이 올랐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역시 특목고 메카로 떠오른 교육 프리미엄이 거론된다. 이 밖에도 수만 가구 대단지에 낮은 용적률, 넓은 대지 지분,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가능성 등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베드타운으로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고, 평균 이상의 학력 수준을 갖춘 이들이 많다 보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아 특목고 진학률이 높아졌으며 교육 환경을 좇아 이사를 오는 이들이 합세해 가격을 올려놓았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목동 시세는 앞으로 당분간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호재가 많다. 목동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은 의외로 대단한 파워를 발휘할 수도 있다. 최근 쌍용건설은 13단지 주민 대표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설명회를 열고 신호탄을 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목동을 강남권 다음으로 이어지는 투자 지역 사이클로 봤다. 고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이후 분당 목동 용산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30~40대 대기 수요가 탄탄해 가격 저지선이 강하다”고 평했다.

양천구청도 목동의 미래를 더할 나위 없이 밝게 보고 있다. 지난해 양천구가 발표한 10개년 로드맵 ‘희망양천 2016 액션플랜’에 따르면 2003년 11월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된 신월·신정뉴타운 외에도 목2·3·4동과 신월3동 뉴타운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준공 20년을 경과하고 있는 14개 신시가지단지 2만6629가구는 타당성 용역을 실시한 후 리모델링 등 개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 프리미엄 강화도 중요한 목표다. 이 계획에 따르면 특목고 진학자 수를 300명 이상으로 2배 높이고 2010년까지는 목동 신월동에 자립형사립고, 대학 부설 사립고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목동은 장마철만 되면 안양천 물이 넘치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지반을 다진 다음 아파트를 짓기로 한 게 1983년. 1986년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미분양이 쌓였다. 일방통행 도로가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심지어 서울시 간부들이 분양 세일즈에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목동은 강남에 버금가는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45평 6300만 원이었던 분양가는 현재 최고 18억5000만 원으로 30배 가까이 올랐다. 앞으로 이어질 각종 개발 계획이 목동의 가치를 얼마나 더 올려놓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랐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어쩌면 하락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단 목동 사람들은 대부분 낙관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3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복도식 구조에 화장실이 1개인 35평을 10억 원이 훨씬 넘게 주고 사라면 누가 사겠느냐”면서 “주민들은 탁월한 교육 환경, 넓은 대지 지분(대개 110~138% 수준) 등의 조건이 미래 가치를 높이는 데 충분한 조건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박수진 한경비즈니스 기자 sjpark@kbizweek.com
입력일시 : 2007년 3월 21일 9시 30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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