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써서 관료사회 고발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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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과 2006년. 두 명의 공무원이 낸 책이 관가를 들썩이게 했다. 99년에 허명환 당시 행정자치부 서기관이 낸 『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와 2006년 말 이경호 당시 산자부 서기관이 쓴 『과천 블루스』다. 두 책 모두 관료사회와 공직사회의 통렬한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두 공무원은 책을 쓴 후 시련을 겪었다. 허명환 서기관은 좌천 당했다. 공직생활 30년째였던 이경호 사무관은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다른 부처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8년 간격으로 나온 책의 핵심은 ‘관료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다.
“고시 한 번 붙고 평생 우려먹어” 허명환 전 국무총리실 국장
“관료들의 DNA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조직을 바꾼다고 관료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관 중심의 사고방식, 공직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왜 책을 썼나? “미국에서 박사과정(행정학)을 하면서 우리나라 관료들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면 영원한 2류 국가에 머물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귀국해 당시 근무했던 내무부라도 마인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 달간 내부 랜(Lan)망에 글을 올렸고, 책으로 묶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어땠나? “잘했다는 선후배도 있었고, 상관으로부터 질책도 받았다. 결국 의문사위원회로 좌천됐다.” -본인도 관료면서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다고 생각했나? “관료사회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같다. 정년은 보장되고, 때 되면 봉급은 무조건 나오고, 공무원이니 어디 가서 어깨에 힘도 준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 고시 등으로 파벌이 조성된다. 심지어 고향이 2~3곳인 사람도 있었다. 상관에 맞춰 고향보험을 든 것이다. 시대 흐름에 대한 고민은 없고 법률, 시행령, 규칙 등을 관 중심으로 움켜쥐고 놓지를 않는다.” -서열·파벌 문화가 그렇게 심각한가? “공무원들은 길을 걸어갈 때도 서열이 나온다. 제대로 된 인사 시스템이 없다 보니, 인사권자에게 충성 할 수밖에 없다. 인사권자는 사적 판단으로 ‘수우미양가’를 매긴다. 그래서 조폭 문화가 나오고, 지연·학연으로 파벌이 조성되는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는 변수(혈연·지연·학연)가 경쟁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잠시 일했는데, ‘386 선수’들이 중앙부처 고위관료를 기생관료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영혼 없는 분들이 더 승승장구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공무원 실무자들은 위에서 시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위 관료라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새 정부와 전혀 다른 정책을 영향력 있게 주도한 고위 간부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 -책을 통해 ‘관료 시스템의 DNA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장기판 말 쓰듯 조직을 바꾼다고 관료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관료 DNA가 뭔가? 좋은 대학 나와 고시 붙으면 평생 우려먹는다. 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보수 체계도 문제다. 감사제도도 문제다. 일하는 사람은 도둑 잡듯 감사하고, 일 안 하는 사람은 오히려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하도록 북돋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 정부 개혁은 어떻게 보나? “새 정권의 개혁은 초기 1년 정도 먹힌다. 이 시간이 지나면 유리에 금이 간다.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아울러 우수한 인재가 민간으로 가도록, 관료사회에 주어진 기득권과 혜택을 줄이는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공무원 마음에 개혁 무용론 가득” 이경호 전 산자부 서기관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로 끝났다. 이 전 서기관은 “투명한 공직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비판소설일 뿐이었는데, 지난 1년간 정신적인 감옥을 갔다 왔다”고 말했다. -왜 건교부가 고소까지 했나? “신도시 개발 정보가 건교부 공무원들의 친인척, 개발업자, 투기세력 등에게 빠져나갔다는 내용을 핑계로 댔다.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증빙자료가 있다. 기소조차 안 됐다. 내 책은 참여정부 정책과 공직사회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건설적인 정책을 제안한 책이지 가십성 폭로서가 아니었다.” -30년 공직생활을 했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혁신을 외쳤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개혁, 혁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는 30년 동안 요지부동 변치 않았다. 공무원 마음속에 개혁 무용론이 가득 자리 잡고 있다. 때 지나면 흐지부지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성경에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라는 얘기가 있다. 형식적인 변화는 소용없다. 공직자들의 마음이 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강하게 정부혁신을 추진 중이다. “공직자는 자기에게 부여된 임무만 충실히 하면 된다. 자기 직제에 따라 일만 열심히 하면 그게 개혁이다.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실천하면 그뿐이다.” -최근 ‘전봇대’로 상징되는 규제가 화제다. 소감이 어떤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그런 일은 수도 없이 깔려 있다. 모두 공무원이 본연의 일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규제를 없애려면 기업이나 단체가 풀어주기 원하는 규정, 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검토해 과감하게 들어주면 된다. 이번 정부는 과감하게 해줬으면 한다. 공직자들이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면 된다.” -책을 통해 비고시 출신 공무원에 대한 차별을 지적했는데 문제가 심각한가? “승진 인사가 고시 출신 위주로 된다. 과장 진급을 앞둔 사무관 중 20년 이상 된 능력 있는 비고시 출신 사무관도 많다. 하지만 과장은 거의 고시 출신이 차지한다. 심지어 국장이 결재할 때도 고시 출신은 대면결재를 하고, 비고시 출신은 국장 비서를 통해 서류를 받기까지 했다.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고위직 관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승진과 출세만이 목적이다. 전결권이 자신에게 있는 사안을 굳이 장관에게 보고해 얼굴 도장을 찍는 국장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들을 함부로 부려먹는 관료들, 자신과 학연·지연이 있는 고시 후배만 챙기는 고위직 관료가 많다. 어차피 고위직도 위에서 시키면 하는 것이지만, 도덕과 양심에 따라 자신이 한 정책과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있고,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거듭 말하지만, 공무원은 자기 직분에 따라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리고 제대로 평가해 주면 된다. 공무원이 마치 공공의 적처럼 비치는 것은 반대다. 일부를 제외하면 양심껏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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