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버티다 그만둬야지”
정부 과천청사 취재기 조직 개편 관련 불만 쌓여…공직사회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
지난 1월 22일과 23일. 정부 과천청사를 감싸고 있는 관악산은 눈꽃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설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양일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사를 오가는 공무원들을 거리에서 취재했다. 대부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털어놨다. 상당수 공무원은 “대책 없는 통폐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바뀌면 조직개편부터 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대책도 없이 통폐합한다고 하니, 불안하지 않겠어요? 뿔뿔이 흩어져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혹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지 모두 불안해 합니다.” 산업자원부 사무관의 얘기다. 인터뷰 도중 한 무리의 공무원들이 옆을 지나갔다. “몇 년 버티다 그만둬야지.” 선임급으로 보이는 공무원의 얘기였다. 그는 재정경제부 소속이라고 했다. ‘불안하냐’고 묻자 그는 직원들을 먼저 식당으로 보낸 뒤 말을 꺼냈다. “기획예산처와 합치게 되는데, 조직이 어떻게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어요.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비롯해 많이들 불안해 합니다. 저처럼 오래된 사람들은 당장 자리 걱정이 되죠.” 그에게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간에 자리싸움 로비가 있다고 들었다’고 묻자 “안 그럴 수 있겠느냐”며 “말한 그대로”라고 했다. 과천청사 내에서도 동별로 분위기는 달랐다. 통폐합 부처 소속 공무원일수록 분위기는 냉랭했다. 과천청사 2동 도로에서 만난 과학기술부 소속 과장은 “과기부가 뭐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그는 기사에 꼭 써달라며 “부처 통폐합이 결정되고 행정자치부 조직담당팀이 대통령직인수위 입맛에 맞춰서 지침을 만들고 있다는데, 조직팀이 조직개편을 하면 안 된다”며 “그 사람들은 현재 부처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대책도 없이 공무원 감축하는 데만 신경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옆 동료가 말릴 만큼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은 안 밝히고 ‘국장’이라고만 밝힌 한 관료는 이런 말을 했다. “정부 규모를 줄이는 데야 찬성하지만, 부처를 합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옛날에도 여러 부처 붙였다 뗐다 했지만, 다른 부처 직원들끼리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습니까? 공무원들 사기도 생각해줘야 하는데, 그게 아쉬워요.”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 노동부가 입주해 있는 5동 청사로 들어갔다.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던 50대 건교부 소속 사무관. 그는 ‘영혼 없는 관료’라는 표현에 대해 “정치 세력에 의해 들어온 사람들 얘기지 채용돼서 들어온 이들은 대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부처가 통합되고 옮겨지면서 애들 전학을 네 번이나 시켰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불안해 하는데, 거기다 대고 영혼이 없다고 매도하니까 후배들이 걱정된다”는 얘기도 했다. 과천청사 내에서 만난 40여 명의 공무원은 대부분 불안하고 어수선한 관가 분위기를 전했다. “공직자도 자기 자리만 생각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명박 당선인의 발언은 그들에게 낯선 얘기였다. 아직까지 ‘왜 정부조직이 개편되는가’에 대한 합의와 공감은 최소한 과천청사 내에서는 없었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로열 패밀리로 불리는 사람들은 이런 한파가 기회”라고도 했다. |
'일반경제기사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 뺐지만 체질개선은 실패 (0) | 2008.03.02 |
---|---|
‘영원한 제국’엔 영혼이 살지 않는다 (0) | 2008.03.02 |
정권이 떠들어도 시간은 간다 (0) | 2008.03.02 |
책 써서 관료사회 고발한 두 사람 (0) | 2008.03.02 |
‘특권의 문’ 행시<행정고시>부터 없애야 (0) | 2008.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