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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브랜드 팔아 1088억 번다

도일 남건욱 2008. 5. 19. 08:44
나비 브랜드 팔아 1088억 번다
이재광 전문기자의 현장 탐구
10년 맞아 최고 테마파크 발돋움 … 세계엑스포 열어 곤충 메카 이미지 심어
함평나비축제 ‘거대한 성공’

남도의 저 먼 땅 함평. 그 척박한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한 나비축제가 올해로 벌써 10회째를 맞았다. 시간의 흐름보다 더 빨리 축제는 성장했고 이제는 한국의 대표적 테마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구촌의 관심 속에 올해는 엑스포도 열렸다. 나비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그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았을까. 이코노미스트는 비결을 분석하고, 성공을 가능케 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함평군과 함께 심포지엄도 열었다.
5만5000 대 6만700. 나비축제와 엑스포가 한창인 전남 함평군을 찾았을 때 군 관계자들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수치다. 5월 5일 어린이날 엑스포장 방문객이 6만700명으로 국내 최고 테마 파크 에버랜드 방문객 5만5000명을 눌렀다는 것이다.

함평군에 이 수치는 상징성이 크다. 나비축제 10년. 이제 함평은 더 이상 전라남도 한 귀퉁이에 있는 이름 모를 농촌이 아닌 ‘국내 최고’의 테마 파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석형 군수는 “함평의 미래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게 됐다”며 10년 나비축제를 평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함평 나비축제가 일군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1999년 1회 축제 때 축제장은 비닐하우스로 만든 나비부화장 660㎡를 포함해 16만㎡ 규모였다. 이번 10회 축제 및 엑스포장 규모는 무려 109만㎡. 7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번 축제·엑스포에 투입된 자금은 1회 때 2억5000만원의 150배에 달하는 350억원에 이른다. 행사 기간도 대폭 늘었다. 짧게는 5일, 길어야 10일이었던 게 이번에는 4월 17일부터 6월 1일로 한 달 반 동안 진행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성과도 놀랍다. 4만3000명 남짓한 인구, 그것도 22%가 65세 이상인 함평군에 지난 9년 동안 찾아온 관광객이 무려 1120만 명에 이른다. 나비축제는 함평을 위한 그야말로 ‘대박’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첫해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 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5일 동안 60만 명의 관광객이 온 것이다. “군내 주유소의 휘발유가 다 떨어졌다”는 얘기는 1회 축제의 전설이 됐다.

10회 축제의 현장은 함평군의 10년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가 첫째다. 매회 프로그램 평가를 통해 인기 있는 것은 유지하고 인기가 없는 것은 뺀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미꾸라지 잡기나 전통놀이 등 체험 프로그램은 10년째 이어져 왔고 이번 행사에 새로 추가된 잠사학술대회는 축제에 ‘학술’의 영역을 보탰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번 축제는 단순히 축제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엑스포를 함께 연다는 것이 가장 큰 특색이다. 세계엑스포는 말 그대로 세계적인 차원에서 축제를 이끈다는 취지다. ‘축제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조직위원회 측은 두 가지 행사를 상징으로 제시한다.

첫째가 세계곤충학술대회로 세계 8개국에서 12명의 석학이 대한민국의 외진 지역 함평을 찾았다. 지구환경을 주제로 한 에코디자인 전시회 역시 15개국에서 75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이번 축제·엑스포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4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20일 동안 관광객 수는 63만 명에 이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엑스포장의 유료 입장객이라는 점이다. 그냥 함평을 찾아온 관광객과는 성격이 다르다. 티켓 수입만 4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국 각지에서 3월 말까지 예매한 티켓이 72만 장”이라는 이철행 조직위원회 기획부장의 말에서 함평 나비축제의 브랜드 파워를 절감하게 된다. 예상 관광객은 최대 200만 명에 경제효과는 10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객 평가도 좋다. 가족 7명이 함께 찾았다는 서울 마천동의 김종의(44)씨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못지않다”며 “나름의 특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특히 사기업이 아닌 지자체에서 이 같은 테마 파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공무원들의 열의가 칭찬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다시 찾을 것”이라는 그는 “싼 입장료에 시설 이용료가 별도로 들지 않아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축제·엑스포의 실무 책임자인 나홍채 엑스포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그는 지난 9년과 올해의 의미를 전혀 다른 것으로 파악한다.

“지난 9년 동안 함평 나비축제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함평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켰다는 것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희귀했던 곤충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년이 된 지금은 그것을 갖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엑스포는 지역발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사무총장이 강조하는 이번 10주년의 의미는 결론적으로 크게 세 가지다. 무엇보다 농업을 통한 주민의 소득증대다. 대부분 주민이 농민인 만큼 강력해진 친환경 지역 브랜드를 활용해 농산물을 팔 수 있고 곤충·나비 육성 농가를 키워 과외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관광지로서의 중요성이다. 이미 함평은 에코관광이나 그린관광지로 성가를 높여왔다. 특히 광주와 전주를 중심으로 한 서남지역 에코관광지로서는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함평이 첨단산업화의 기지로 탈바꿈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꼽는다. “나비·곤충연구소를 중심으로 나비와 곤충의 유용물질을 추출해내면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산업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사무총장은 이를 위한 엑스포의 사후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엑스포장을 상설화해야겠지요. 생태공원과 연결해 연중 테마 파크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때는 계절별 이벤트를 다양하게 만들어 1년 내내 관광객을 끌어들일 상품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곤충연구소를 중심으로 산업 R&D센터도 구상 중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비·곤충산업 클러스터로 만들어야지요.”

인터뷰 이석형 군수
“함평을 곤충산업 클러스터로 만들 것”

이석형 함평군수. 아무도 몰랐던 함평을 세계적으로 알린 함평 나비축제의 주역이자 산 증인이다. 10년 전 그는 660m2짜리 비닐하우스 생태장에서 출발한 나비축제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엑스포를 겸한 축제로 만들어 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축제·엑스포의 성공을 만끽하는 동시에 벌써부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이번 엑스포의 의의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9년 동안 나비축제는 체험학습장을 운영하거나 애완 곤충을 키우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엑스포는 나비와 곤충의 산업화와 세계화를 이룬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함평이 이 블루오션을 선점한 만큼 나비·곤충 연구의 메카가 되는 것이지요.”

-나비·곤충의 산업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나비와 곤충을 연구해 유용한 물질을 뽑아내 산업화하는 것입니다. 이미 전국의 젊은 석학들이 우리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남대나 원광대 연구진들이 만든 1차 보고서가 있는데요, 나비인공 사료가 개발됐고요, 염색체 지도가 나오는 등 진도가 상당히 나가 있습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세계 석학들의 관심도 커졌지요.”

-그동안 함평을 세계적인 도시로 키웠습니다. 비결을 말씀해 주시지요.
“특별한 게 뭐 있겠습니까만, 주식회사 함평의 CEO로 생각했다는 것이 중요했지요. 주식회사 함평의 CEO는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생각합니다. 군민도 고객이요, 관광객도 고객이지요. 그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줄까 고민했습니다. 그 생각이 함평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향후 축제와 엑스포는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입니까?
“군민의 자긍심인 만큼 더 진화·발전돼야겠지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창조도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함평만이 갖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이 브랜드를 활용해 친환경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외소득 창출의 원동력이 돼야 합니다.”
이재광 지역연구센터 소장 (imi@joongang.co.kr [937호] 2008.05.1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