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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에 황혼이 진다

도일 남건욱 2008. 5. 19. 08:41
그들만의 리그에 황혼이 진다
‘모피아 제국’ 몰락하나
정부 기관장 선임 때 관료 배제 원칙 … 금융위 등 인사에서 현실로 드러나

‘모피아’(Mofia)가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을 것 같다. 모피아란 옛 재무부(MOF,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로 개발연대 이후 정부 산하기관장을 싹쓸이한 파워 집단이다. 이들은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감독당국과 금융공기업들을 장악하면서 모피아 제국을 구축해 왔다.

IMF 이후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민간 금융회사에까지 그 세를 확장해 민관을 두루 아우르는 카르텔을 구성했다. 심지어 ‘한국은 대통령이 통치하지만 한국 금융은 모피아가 통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모피아의 파워는 현재 금융공기업 조직만 뜯어봐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10개 금융공기업 기관장 중 8명이 모피아로 구분될 정도다.

또 우리금융,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원 등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금융 관련 기관들은 여지없이 모피아들이 CEO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금융회사의 CEO나 감사 자리에도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한번 모피아가 지나간 곳은 으레 그들만의 자리로 굳어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모피아 카르텔은 한 나라의 통치권자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실제 관료 개혁을 내세웠던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도 재경부를 중심으로 한 모피아들과 전쟁을 선언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막강 파워를 자랑하던 모피아가 새 정부 들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요 요직에서 잇따라 배제되면서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모피아의 수난은 금융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에 민간 출신과 교수가 각각 낙점되면서 본격화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는 당연히 모피아 차지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만큼 모피아의 위상이 격하된 것이다.

모피아 출신들은 이달 초 금융통화위원회 신임위원 선출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3명의 신임 위원 모두 교수 출신이 차지하면서 금통위 내에 모피아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현재 금통위에 재경부 출신은 박봉흠 위원이 유일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융공기업 인적 쇄신 작업에서도 모피아 출신 기관장이 대거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를 비롯해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조성익 증권예탁원 사장, 이종규 코스콤 사장 등이 재경부 출신 기관장들이다.

더욱이 청와대와 정부는 향후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선에는 관료 출신을 배제하고 민간 출신을 우선 선임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어 모피아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간이 주도해야 할 금융산업 특성상 향후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선에서는 관료 출신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관료 중심 인사와 정책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모피아를 질타한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관료 배제, 민간 우선’ 인사 원칙을 밝힌 것도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기인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른바 ‘모피아 해체 작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산업이 선진화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치금융의 대명사인 모피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