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모음

월가 금융 쇼크에 폭락 도미노전 세계 부동산 대란

도일 남건욱 2008. 10. 20. 09:36
월가 금융 쇼크에 폭락 도미노
전 세계 부동산 대란
미국·일본·EU·중국 집값 모두 ‘우수수’… 불황 오래갈 듯
아파트 잔치 끝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유럽 모두 ‘집값 폭락’으로 아우성이다. 일본은 제2의 부동산 대란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중국판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유럽도 거래가 멈추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 매물 알림판.

미국

부자 동네 대저택들도 ‘압류’ 푯말

#1. 뉴욕에서 원단회사를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A씨. 2006년 3월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에 방 5개, 화장실 3개가 딸린 고급 콜로니얼 형태로 지어진 주택을 구입했다. 올 초 자녀가 결혼하고 다른 주 대학으로 편입하면서 이 큰 집에는 A씨 부부만 고스란히 남게 됐다. 전기요금과 난방비도 만만치 않고 적적해진 A씨 부부는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올 6월 집을 내놨다.

2년 전 55만9000달러를 주고 산 집인데 10만 달러를 낮춰 45만 달러에 내놔도 4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 전역의 주택 시장 붕괴에도 판매량과 거래가격에서 튼튼한 구조를 보이던 맨해튼까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뉴욕시 인근의 웨스트체스터 등 교외 부촌에서도 여기저기 ‘압류(Foreclosure)’ 푯말이 꽂힌 대저택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뉴욕포스트는 월가의 잇따른 감원과 실업률 동반상승 등으로 4분기 주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고, 주택 재고량은 34% 늘었다고 보도했다. 주택 판매 부진은 판매기간에 그대로 반영됐다. 최근 맨해튼 주택 판매기간은 클로징(계약 후 명의 이전까지 끝내는 시점)까지 평균 91일이 걸린다. 전년보다 6% 길어진 것이다.

부동산회사 홀스테드 프로퍼티의 다이앤 라미레즈 사장은 “고객 대부분이 요즘 주택 구매를 망설이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격도 떨어졌다. S&P가 발표한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07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년간 맨해튼 단독주택 값이 7.4% 하락했다.

뉴욕시 외곽에서 부촌으로 손꼽히는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스카스데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유명 인사나 대기업 간부, 은행 및 로펌 파트너들이 선호하는 대형 맨션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이곳만큼은 아직까지 좋다”고 평가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웨스트체스터-풋남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WPMLS·온라인 주택매매 거래소)에 따르면 스카스데일의 싱글 패밀리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해 144만5000달러에서 8% 떨어졌다. 4분기 주택 판매율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다. 주택 가격과 판매율 하락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지역 주택 압류율 증가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닷컴은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주택 차압률이 2007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년간 무려 45%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뉴욕주 인근 부촌의 주택 차압률을 보면 코네티컷주 페어필드 38%, 뉴저지주 허드슨 카운티 75%, 롱아일랜드 낫소 카운티 11%로 각각 증가했다.

부동산회사 켈러윌리엄스의 루이스 페르난데스 브로커는 “이들 부촌에서도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주택 소유주들이 2004~2005년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적용받던 변동이자율이 최근 상향 조정되면서 상환을 연체하는 주택이 급증한 것이 차압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부동산회사 줄 도산…버블 꺼질 조짐

지난 8월 13일,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신흥 부동산회사인 어번코퍼레이션이 도쿄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부채총액은 2558억엔(약 2조6000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이 회사의 보조노 히로유키(房園博行)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경영이 어려워졌다.

이 정도까지 시장 상황이 나빠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1990년대 초 거품붕괴 때도 살아남은 어번코퍼레이션을 쓰러뜨린 것은 일본 부동산 투자시장의 침체다. 금융기관들이 부동산회사들에 융자를 줄이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분양 맨션이 남아돌아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았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개정한 건축기준법도 부동산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몇몇 건물의 엉터리 내진설계가 드러나자 정부가 건축심사를 대폭 강화한 건축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건축심사가 엄격해지면서 공사 착공이 늦어져 매각과 현금이 들어오는 시스템이 지연됐고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8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에 따른 ‘금융기관의 돈줄 죄기’가 본격화했다. 토지를 구입하고 건설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미뤄지는 것은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다. 9월에는 사모펀드의 규제강화를 담은 금융상품거래법 시행이 결정타가 됐다. 주목되는 것은 어번코퍼레이션의 경우 ‘흑자 도산’이었다는 점이다.

장부상으로는 흑자지만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끊기면서 유동성 고갈로 파산했다는 얘기다. 땅값 하락과 건설자재 값 폭등도 한 요인이다. 경기 회복세를 타고 많은 건물을 신축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것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수도권 신축 맨션 판매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8% 감소한 2만1547건에 그쳤다.

판매부진은 7월에도 계속돼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한 3554건이었다. 이 여파로 어번코퍼레이션 외에도 8월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인 제퍼가, 지난 6월에는 2부 상장업체인 스루가 코퍼레이션 등 신흥 부동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민간 리서치회사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부동산회사의 도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난 244개사로 집계됐다.

전달에만 43개사에 이르렀다. 일본의 땅값 하락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업계의 전반적 침체로 올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땅값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 땅값 하락이 조금이나마 반전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14~15년이었다면 이번에는 5~7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적신호들은 80~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불황기로 이어진 일본의 과거를 연상케 한다.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의 대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이미 14%를 차지해 1986년과 91년 사이의 부동산 거품붕괴 당시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일본은 부동산회사들의 줄도산 우려 속에 ‘제2의 부동산 버블 붕괴’에 직면해 있다

 

유럽

EU 전역서 ‘거품 걷힘 현상’ 뚜렷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입주하기 위해 줄을 선다는 파리 최고의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 지난해부터 이곳에 입주하던 업체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미국계 음식점 체인 플래닛 할리우드를 비롯해 극장인 UGC 트리옹프 등이다. 이유는 치솟는 임대료 때문이다. 이곳의 임대료는 지난해 말 현재 ㎡당 월 7300유로(약 1170만원)에 달했다.

주간지 렉스프레스에 따르면 샹젤리제는 2003년 이후 5년 동안 임대료가 20%나 올랐다. 매매 값 역시 엄청나게 뛰었다. 샹젤리제와 이어지는 최고의 명품 거리 몽테뉴 부근의 주상복합형 건물에 딸린 120㎡형 아파트 한 채가 140만 유로(약 22억원)를 넘어섰다. 10년 동안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고급 주택가는 더욱 올랐다. 파리에서 고급 아파트가 가장 많은 7구의 경우 120㎡ 아파트는 245만 유로(약 39억2000만원)에 달했다. 98년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지수와 국민총생산 지수를 2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말 현재 국민총생산은 270, 부동산 가격은 480이다. 소득이 35% 증가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140% 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 샹젤리제 등이 있는 파리 8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주상복합건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한 경계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우리나라 청담동이나 대치동에 해당하는 파리 7구 고급 주택가는 ㎡당 최고 1만8000유로(약 2880만원)로 가장 비쌀 때보다 7% 정도 떨어졌다.

지방 대도시는 부동산 거품 걷힘 현상이 더욱 확연하다. 경제 월간지 카피탈에 따르면 마르세유와 툴루즈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 집계에서 5∼10%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지 마리안은 10년간 급격히 오른 부동산이 일시에 무너질 경우 대부분 모기지론인 중산층의 타격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거래도 주춤해졌다. 2004년(60만6000건) 이후 꾸준히 늘던 대도시 거래량은 지난해(65만 건)를 정점으로 올해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61만 건 안팎)이 나왔다. 유럽 부동산 붕괴의 시작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2000년대 이후 평균 4%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동력의 중심축은 활발한 부동산 경기였다.

스페인은 전체 경제에서 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택 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자 값싼 노동력의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가 대거 몰려들었다. 겉으로는 생기가 돌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건설경기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조치까지 나오자 거품이 빠지고 있다.

공급 과잉에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수요가 끊기면서 스페인 경제를 이끌던 주택 경기는 일시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특히 7월 대형 건설업체인 마틴사-파데사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건설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 20만 채 이상이 빈집으로 남게 생겼다는 걱정도 나온다.

부동산 불패 시장인 영국 역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저금리-부동산 가격 상승이 10여 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올 2분기에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등 갑작스러운 경기침체로 돈줄이 마르면서 거래도 확연히 줄고 있다. 그러자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6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거래가가 6.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우려

상승가도를 달리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엄동설한’이 닥쳐오고 있다. 거래량이 하염없이 줄고 있는 가운데 집값도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 부동산 가격은 선전을 비롯해 상하이, 베이징 할 것 없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도시이자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선전은 2007년 8월 아파트 분양가가 ㎡당 1만8000위안으로 당시 중국 전체 도시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8년 8월 하순에 접어들자 선전의 집값은 30% 이상 폭락했다. 중국 지수(指數)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08년 1월 이후 선전의 아파트 분양가는 월 평균 ㎡당 1000위안 하락하고 있다. 8월 거래량 역시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무려 60% 줄었다. 상하이의 부동산 시장 역시 선전과 다르지 않다.

가장 번화한 지역에 위치한 쥔위하오팅(君御豪庭), 상하이신창청(上海新昌城) 등 고급 아파트의 판매 가격은 최초 분양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으며, 푸퉈(普陀)구 지역 아파트는 무려 40% 폭락한 상태다. 이 밖에 상하이시 중환과 외곽 지역 건물은 모두 1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도시의 숫자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항저우, 충칭, 다롄, 선양 등 도시의 집값은 모두 소폭 떨어졌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통계국 조사에 의하면 2008년 7월 전국 70개 도시의 주택 평균 거래가격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심리적 요인이다.

중앙은행이 중국상업은행의 개인 부동산담보대출 동향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는 근본 원인은 수요자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잠정 통계에 의하면 2007년 말 현재, 중국 주민의 주택 보유율은 80%에 달한다.

그러나 1인당 GDP가 중국의 15배에 달하는 독일 주민의 주택 보유율은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주택 보유율 역시 70% 이하 수준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중국발 부동산 담보대출 위기설이 이미 불거져 나오고 있다. 2008년 6월 말 기준 중국 자본 은행의 각종 부동산담보대출 불량률은 작년 말보다 0.22%포인트 올라 3%에 육박하고 있다.

뉴욕=클레어 정 금융·부동산 프리랜서·clairej174@gmail.com
 도쿄=박소영 특파원·olive@joongang.co.kr
 파리=전진배 특파원·allonsy@joongang.co.kr
 중국=홍창표 KOTRA 차장 ‘中國新聞週刊, 9.17’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