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주가 급락 비슷 … 기업 건전성·외환보유액 등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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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주가가 심상치 않다. 다행히 10월 10일 외환시장은 달러당 1309원으로 마감해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변동 폭이 150원에 이를 정도로 커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힘들다.
NH선물 이진우 부장은 “이틀간의 하락 탓에 추세적으로 반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외 변수가 워낙 커 한국 시장의 추세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9일 대비 53.42포인트(4.13%) 내린 1241.47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하락 장세를 이어갔다.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떨어지는 상황은 11년 전 이맘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환율이 상승했고, 정부는 환율 방어에 나섰다.
결국 환율 방어는 불가능했고,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정부 개입으로 잠시 제동을 걸 수는 있지만 위기가 기술적 반등이나 국내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달러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환율 안정은 불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 10월 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중은행장과 긴급간담회에서 “은행들은 해외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외환보유액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시중은행의 달러 차입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돼 외화자산 매각 외에 별다른 달러 마련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1997년과 비슷한 점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점은 97년 10월과 비슷하다. 97년 9월까지 달러당 900원대 초반을 유지하던 환율은 10월 중순 이후 급격히 올랐다. 11월에 들어서면서 1000원대를 넘어섰고, 12월에는 1300원대를 돌파했다. 그에 비해 최근 환율은 더 불안한 측면이 있다. 5월까지 9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이후 1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10월에 들어서면서 1200원대를 돌파했다.
그 며칠 후에는 1400원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환율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이와 동시에 주가 하락세도 비슷하다. 97년 6월 700대 후반을 넘나들었던 주가는 11월에 들어서자 40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5월 1800대 후반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는 10월 10일 120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또 하나 같은 점은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IMF 구제금융 체제 직전까지 되뇌었던 말은 “한국과 동남아는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 당시 외환위기를 먼저 겪었던 태국·인도네시아와 한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하지만 외환위기라는 큰 파도에 작은 차이는 무시되게 마련이다.
최근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현재는 IMF 때와 경제적 펀더멘털이 다르기 때문에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한국 경제는 11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장에서는 펀더멘털보다 심리적 요인이나 해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환율 변동을 억제하는 것도 비슷하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양상은 다르지만 97년이나 지금이나 과도한 부채에 따른 위기라는 점도 비슷하다. 당시는 기업의 해외차입금과 부채비율이 높았고, 이번에는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금융권의 단기차입금 증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97년 당시 문제의 도화선이 종금사였다면, 지금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부실이 커진 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등이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한 경제전문가는 “자산 가격 하락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가져올 경우 금융위기는 제2금융권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1997년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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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에서 보유한 외환보유액도 97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97년 당시 20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2008년 9월 말 현재 2397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위기의 전반적 진행 상황도 다르다. 당시 동남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주로 아시아권의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구제금융의 주체인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등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고금리 정책 등 충격 요법을 요구했고, 위기에 몰린 한국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 위기는 주로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고 금리인하, 대규모 구제금융 등 충격이 덜한 수단을 써 97년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한국 자체의 부실보다는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 해소 과정에서 한국 경제도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 제2 외환위기 오나?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유지되는 등 환율 불안은 있지만 97년 같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지금 상황은 한국에 대한 의심보다 전 세계적인 달러 수요 급증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거나 극도의 불신이 오지 않는 한 97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섣부른 위기론이 진짜 위기를 부를 수 있다”면서 성급한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라기보다 위기에 신중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면서 “정부가 신뢰를 받고 기업 등 경제주체와 팀워크를 이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한국 경제상황만 보면 97년 같은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미국의 사태 해결 추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가 동반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직 재경부 고위관리는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가 온 97년 여름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구름이 폭풍우를 몰고 올지, 그냥 지나갈지는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펀더멘털 타령은 그만 하고 위기를 인정하면서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위기가 닥치면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정부 경제수장인 강만수 장관도 인정한 일이다. 강 장관은 자신의 책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에서 “적정 외환보유액은 IMF 권고를 기준으로 할 때 경상지급의 3개월분이다. 이것은 대외 거래가 정상적일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97년과 같이 예외적 상황에서는 경상지급의 3개월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 (중략) 위와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때 적정 외환보유액은 국제 금융시장이 교란 상태에 들어가면 의미가 없다(436~437쪽)”고 썼다.
하루 환율 변동 폭이 100원을 넘나들고 있고,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국제금융 시장은 교란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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