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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달러 계약금 떼이고 해약뉴욕 부동산 구입 포기하는 한국인

도일 남건욱 2009. 1. 12. 19:29
13만 달러 계약금 떼이고 해약
뉴욕 부동산 구입 포기하는 한국인들
환율 치솟자 돈줄 막혀 … 은행들도 ‘분양률 50% 이하’는 대출 꺼려
뉴욕=클레어 정 금융·부동산 자유 기고가·clairej174@gmail.com

1884년 센트럴파크 옆에 지어진 뉴욕 맨해튼의 명물 ‘다코타 아파트’.

환율 급등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뉴욕에 주택을 구입하려다 포기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맨해튼 주택시장에서 2007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8개월간 신축 콘도 3분의 1 이상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렸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구입을 보류하자 맨해튼 주택 시장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1. 서울 강남에서 광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K씨는 뉴욕에서 조기유학 중인 자녀를 위해 올 초부터 맨해튼에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드타운에 새로 지은 원베드룸 콘도를 130만 달러에 구입하기로 결정한 A씨는 콘도 가격의 10%인 13만 달러를 다운 페이먼트(계약금)로 지불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구입이 망설여져 결국 환율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클로징(부동산 거래의 마지막 절차로 부동산 매매가 서류상으로 완전히 종결되고 해당 부동산 매입자의 법적 소유권이 실제로 시행되는 절차)을 중단했다.

#2. 부동산 중개업자인 P씨(50대)는 지난 10월 고환율 때문에 맨해튼 어퍼웨스트에 새로 지은 30층짜리 원베드룸 아파트 클로징을 취소했다. 한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은퇴 후 부동산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B씨는 맨해튼에만 아파트를 3~4채 소유했다. B씨는 지난 10월 90만 달러짜리 콘도를 10% 다운페이에 계약을 맺었다.

늘 하던 대로 은행에서 주택가의 20%를 융자받을 계획이었으나 B씨는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은행에서 주택가의 50% 융자에 이자율 10%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드는 시점에서 50% 다운페이는 너무 부담되는 액수라 B씨는 계약금으로 지불한 9만 달러를 포기하고 클로징을 취소했다.

맨해튼 주택 시장이 최근 한국인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잇단 계약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모기지 은행(주택대출 전문은행)에서 융자 받기가 어려워진데다 환율 상승으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서 환율이 다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투자를 보류하는 해외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클로징 취소는 앞으로 맨해튼 주택 재고 증가와 가치 하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중개인 수가 150명이 넘는 맨해튼 부동산회사 네스트시커스 인터내셔널의 앤디 킴 부사장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의 클로징 취소가 향후 3~5개월 후 맨해튼 주택 시장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고객의 25%가 한국인 투자자인 킴 부사장의 고객들은 모두 국내 벤처 기업가나 투자 은행가, 부동산 관계자 등 금융계 종사자들이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이미 지불한 10만 달러 상당의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클로징을 해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인 투자 문의도 뚝 끊겨

맨해튼 주택 시장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지난 2~3년간 맨해튼 신축 콘도 붐이 불 때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과 부동산 전문 잡지들을 보면 해외 투자자를 지칭하는 표현에서 ‘한국인(Korean)’이라는 단어가 유럽이나 러시아인, 이탈리아인 투자자들과 함께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그러나 최근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한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줄었다. 맨해튼 다운타운의 부동산회사 피터오그룹의 피터 오 대표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문의 및 실거래 건수가 9월을 기점으로 두드러지게 감소했다”며 “문의전화도 지난달부터 하루 1, 2건 정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인 투자자가 고객의 40%를 차지하는 피터오그룹 고객들은 국내 대기업 대표나 중역,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로 수십억원대 연봉과 국내에 다량의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가 많다. 이들은 주로 뉴욕에서 유학 중이거나 유학 후 맨해튼 대기업에서 일하는 자녀들을 위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실거주 중심의 투자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가 한창 좋을 때 피터오그룹은 한 달 평균 10여 건의 문의를 받았다.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실거래 건수는 대폭 줄었다. 2007년 두 달 평균 3건을 기록하던 거래 실적이 최근에는 한 달에 1건 정도에 불과하고, 매매를 성사시키기도 무척 힘든 실정이다.

오 대표는 “최근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르면서 클로징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고객 중 C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의사인 C씨는 지난여름 맨해튼 다운타운에 70만 달러의 신축 콘도 구매를 계약했으나 그로부터 5개월 후에나 클로징을 할 수 있었다.

모기지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아서였다. 콘도 구입을 위해 C씨는 세 군데의 은행에 융자 신청을 했으나 이 중 두 군데로부터 거절당했다. 신용점수도 좋고 자산도 많은 C씨의 융자가 거절된 것은 콘도 51% 매각 규정 때문이었다.

부실 대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은행들이 최근 대출 기준을 강화, 아파트 입주율이 51%를 넘지 않으면 클로징을 해주지 않는데 C씨의 콘도는 입주자가 절반을 넘지 못했다. 한국 등 일부 국가의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클로징을 취소하자 콘도 입주율도 덩달아 감소한 것이다.

C씨는 결국 세 번째 은행에서 40%를 다운 페이먼트하는 조건으로 융자를 얻을 수 있었지만 클로징 날짜가 예정일보다 40일이나 지연되면서 4000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이같이 까다로운 융자 절차 때문에 클로징을 아예 취소하는 한국인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네스트시커스 인터내셔널의 킴 부사장은 지금처럼 대다수가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경기가 나쁠 때 주택을 매각하고 경기가 좋을 때 매입하지만, 유대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를 주택 매입의 적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개월간 유대계 투자자들은 은행 융자를 얻지 못해 시공에 차질을 빚는 신축 건물들을 공동투자로 헐값에 매입, 투자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맨해튼 주택 시장은 바이어스(구매자) 마켓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비롯해 구매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조너선 밀러 밀러 새뮤얼 회장
“맨해튼 투자 가치 계속 커질 것”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도 앞으로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평가 회사 밀러 새뮤얼의 조너선 J 밀러 회장 겸 최고경영자의 전언이다. 밀러 새뮤얼은 미국 정부기관과 교육기관, 컨설팅 회사, 부동산 회사 등에 맨해튼 주택 및 상용 부동산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으로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주요 외신의 부동산 기사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맨해튼 부동산계의 유명 인사인 밀러 회장은 20여 년 이상의 부동산 평가 경력이 있다. 그의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맨해튼 부동산 시장은 투자 가치가 쉽게 꺼지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다.

 밀러 회장은 “전 세계 경기침체와 최근 달러 상승으로 지난 3~4개월간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 및 실거래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0%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마켓이 활동을 정지(Frozen)한 것은 아니다”며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관광 명소인 맨해튼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 가치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맨해튼 신축 콘도 판매량은 3217개로 주택 전체 판매량의 30.5%를 차지했다. 이 중 3분의 1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렸다. 한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에 대해 밀러 회장은 맨해튼 전체 해외 투자자의 약 5%로 집계했다.

 그는 맨해튼 투자가 활발한 민족으로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독일인, 스위스인, 러시아인과 함께 아시아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인을 꼽았다. 한국인의 투자 성향에 대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2베드룸이나 3베드룸 등 규모가 큰 주택을 구입해 별장이나 휴가철 거주지로 이용하는 반면, 한국인 투자자들은 스튜디오나 1베드룸 등 작은 규모를 구입해 실거주 중심의 투자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