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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효과 있을 때 내수 살려야”건설업은 미래 산업 … ‘토건국가’

도일 남건욱 2009. 4. 16. 06:50
“고환율 효과 있을 때 내수 살려야”
건설업은 미래 산업 … ‘토건국가’ 운운은 부적절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이필재 편집위원·jelpj@joongang.co.kr

"부동산 관련세를 더 완화하고 구입 자금 출처도 묻지 말라.”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을 주도한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의 쓴소리다. 김 회장이 설립한 한미파슨스는 국내 건설사업관리(CM) 업계 선두기업으로, 6년 연속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건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근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의 활동 종료로 위원장 임기를 마친 김 회장을 만나 초고층 빌딩 붐 등 건설업을 둘러싼 논란들을 짚어봤다.

>>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많이 했습니까? 건설업도 이런저런 규제가 많을 텐데요?
“일례로 건설업체가 설계를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외국엔 없는 규제죠. 설계하는 분들이 자기 업역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 사이에 칸막이를 친 겁니다. 제가 건설산업선진화위원장을 맡고 나서 이 규제를 풀기로 했습니다.

전면 개방하면 반발이 크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는데, 대통령한테도 보고했고 법제화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칸막이를 쳐 놓으면 발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의 핵심은 경쟁력 아닙니까? 개방하고 경쟁을 시켜야 발전합니다. 국제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투명도가 낮다든지 업계도 고칠 점이 많습니다.”

“금융위기 책임 주택업체에 묻는 건 부당”

>> 건설 쪽도 법제는 일본 것을 많이 답습하지 않았습니까?
“많이 베꼈죠. 미국 식과 일본 식의 짬뽕입니다만 일본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경쟁력이 없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일본은설계를 양쪽이 다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 건설사 CEO 출신 대통령이 나온 것이 이런 문제들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까?
“건설업이 지금처럼 국제화되기 전에 CEO를 지내셨죠.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 요즘 일부에서 제기하는 토건국가론은 어떻게 보나요?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폄훼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말을 하는 건 건설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입니다. 건설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미래산업으로 보고 있어요. 전자적인 혁신을 반영한 하이테크 주택이 한 예죠. 빌 게이츠의 집에 들어서면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그가 좋아하는 향기가 풍깁니다. 우주 개발, 친환경 개발, 그린 성장의 핵심도 건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단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을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이죠.
“계량적으로도 우리 인프라는 선진국에 크게 뒤집니다. 도로·항만·철도는 인구와 면적을 감안해도 일본의 절반이 안 됩니다. 아직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정보기술(IT)과 그린만이 미래라고 하는 건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 한반도 대운하가 그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대운하의 기치를 들어 정책적 우를 범하는 바람에 토건국가로 낙인찍힌 감이 있습니다. 건설사, 건설산업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반성도 해야겠지만, 언론에서 자꾸 토건국가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 국가경제를 구한 게 누굽니까? 주요 재벌그룹이 자동차·조선에 진출할 때도 건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습니까?”

>> 우리가 건설업에 과잉 투자한 건 맞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집도 많이 짓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해야 했고, 때로는 투기도 부추겼고….
“그런 측면이 좀 있죠. 그런데 국제 비교를 하면 건설업체 수가 많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또 주택에 과다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경기 침체로 거래가 안 되어 그렇게 이해되는 거예요. 단적으로 주택 보급률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주택 보급률이 100%가 조금 넘고, 수도권의 경우 80%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보통 120%가 좀 넘습니다. 중요한 건 대체 수요 등 그만한 수요가 있느냐는 겁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핵가족화를 넘어서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건물 제대로 유지하려면 오너십 긴요”

김 회장은 이를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영국의 경우 10여 년 전에 주택 관련 당국이 이런 변화를 예견하고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 주택 보급률이 150% 수준으로 높아졌죠. 사실 우리는 주택이 질적으로 떨어질뿐더러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유동성 위기로 민간 경제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는데 이럴 때 정부가 과단성 있는 정책을 써야 합니다.”

>>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데 주택 경기를 계속 부양해야 합니까?
“주택업체들이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많이 지은 건 사실입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해당 업체가 져야죠. 그러나 지금은 말 그대로 비상의 시기입니다.

워룸을 설치할 만큼 전쟁에 준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한시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종합소득세·양도세 더 완화하고, 강남에 대한 규제도 풀고, 자금 출처도 한시적으로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가 살 집을 사 두든 부모를 위해 집을 사든 자금 출처 따지지 말라는 거죠.

또 무주택자가 처음 집을 사면 정부가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겁니다. 그래서 주택 경기를 순환시켜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실기하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입니다. 시중에 800조원의 부동자금이 있다는데, ‘집을 사도 되는 모양이다’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죠. 경기는 분위기 아닙니까?”

>> 그렇지만 이 참에 건설업계도 구조조정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돼야죠. 망할 회사는 빨리 망하고 살아날 회사는 확실하게 살게끔 해야죠. 하지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기업이 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파생상품 잘못 다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았는데, 그 책임을 주택업체에 묻는 건 온당치 않습니다.”

>> 20년밖에 안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건 어떻게 봅니까?
“해외토픽 감이죠.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했다고 자축하는 플래카드 거는 건 난센스예요. 1000년은 갈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건물이 안전하지 않아 허물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 아닙니까?”

>> 안전진단 통과가 아니라 불안전 판정인 셈이군요. 개중엔 쓸 수 있는 건물도 꽤 있겠죠?
“20년 된 10층, 20층짜리 아파트를 때려부수고 새로 짓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을 경쟁적으로 짓는 건 어떻게 보나요?
“우선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100층 규모의 번듯한 건물 한두 개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누가 짓느냐는 별개의 문제죠. 그런데 롯데를 제외하면 투자할 여력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의 돈을 끌어들여 지으려고 하니까 여의치가 않은 거죠. 하물며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100층 넘는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건 남이 하겠다니까 쫓아가는 거예요. 건설업체가 주도하는 경우 장점도 있지만 치고 빠지는 식의 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김 회장의 톤이 높아졌다.

“건물의 라이프사이클이 100년이라면 건설 기간은 2~3년이고 나머지는 유지·관리 기간입니다. 그래서 건물을 품위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오너십이 필요하죠. 그런데 분양해 버리고 나면 이 오너십이 분산됩니다. 더 문제는 이런 식의 개발을 금융권이 부추기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프로젝트를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이 중요하죠. 국내에서 하는 것은 유사 담보부 대출입니다. 파이낸싱을 하는 게 아니라 시공업자와 개발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