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세일즈 코리아 -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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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평균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던 우리나라 수출이 11월부터 6개월간 연속 두 자릿수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34.2%의 감소율을 보여 국내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켰다.
다행히 급감세가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2월, 3월에도 각각 18.3%와 21.2%의 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의 경제구조상 수출 부진이 회복되지 않는 한 조속한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해외수요의 급감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국, 일본 등 경쟁 상대국에 비해 성적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한 반면 엔화와 위안화 가치는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제품이 일본 및 중국 제품에 비해 주요국 수입시장 점유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가 회복을 시작할 경우 우리의 수출이 그에 상응하는 회복세를 보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금융 불안이 완화되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상승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그동안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던 엔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록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외환위기 이후에 크게 줄어들었지만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리한 환율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비중을 늘린다’는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내수를 확대해 수출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자는 것이지 수출 규모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로부터의 충분한 자본축적 없이 소비만을 조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즉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내수 규모는 제조업분야보다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의 육성을 통해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수출산업은 상품 분야가 주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율 효과 의존 탈피 대책 시급
그렇다면, 경쟁이 날로 심화되어가는 국제무역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수출을 늘릴 것인가? 우선, 변화하는 세계경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는 세계 각국의 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에까지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우리의 수출도 크게 위축되기는 했다.
하지만 유리한 환율조건으로 일본, 중국 등 경쟁대상국에 비해 수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가격조건이 좋아서 우리 제품을 구매해 본 해외소비자가 결국 기술력과 품질의 우수성까지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우수한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그에 걸맞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간다면 앞으로는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구매패턴에 적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경영 및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단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EU FTA 통상장관회담이 지난 1월 19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렸다. 회담 시작에 앞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국가별·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생산 및 판매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출지역의 다변화 효과였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편중되었던 우리의 수출구조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 동남아, 중남미는 물론이고 중동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 등 신흥경제국으로 빠르게 다변화되어 갔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개도국으로의 수출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별·지역별로 경제·사회·문화적 특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수출 주력 시장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의 경우에도 단순히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보다 중국 내의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생산과 판매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수출 및 산업정책의 변화 역시 우리의 대중국 수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변화에도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세계 수출 경쟁 훨씬 치열해질 것
또한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국제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1967년 GATT 가입 이후 당시의 자유무역체제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 결과로서 불과 30여 년 만에 세계 제12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GATT의 이념과 기능을 이어받은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 수뿐만 아니라 이슈의 관할 범위가 급팽창하면서 다소 효율성이 떨어진 측면은 있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의 자유무역을 확대해 가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WTO에서 진행되는 각종 무역자유화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제 무역장벽을 낮추고 보호주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우리 기업의 수출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틀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재개 및 성공적 타결, 그리고 WTO체제의 강화가 그래서 더욱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WTO와는 달리,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목적과 의지에 따라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우리가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확보하고 수출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제도적 메커니즘이다.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의 목적 외에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는 데 FTA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거대선진경제권과의 FTA는 기술 및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러시아, 중남미 등과의 FTA도 우리의 지속적 수출 및 자원확보를 통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 늘리기 대책은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계까지 포함하는 모든 국민의 체계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수출촉진을 위해 기업이나 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수출전선에서 직접적으로 경쟁에 나서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수출전사들에게 정부는 관련부처 간의 체계적인 공조를 통해 훌륭한 인프라를 깔아주고 학계는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제공자로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극복되어가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구도가 훨씬 복잡하고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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