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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지구의 구원자”2016년 고준위 폐기물 포화 … 당장 공론화해야

도일 남건욱 2009. 6. 5. 20:09
“원자력은 지구의 구원자”
2016년 고준위 폐기물 포화 … 당장 공론화해야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이재광 경제전문기자·지역연구센터 소장·imi@joongang.co.kr

원자력이 하나뿐인 지구를 구한다? 지구온난화가 발등의 불이 되고, 석유 고갈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지금, 그래서 친환경·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시점에서, 새삼 주목 받고 있는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이다.

지구를 구할 ‘메시아’로까지 불린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수력·조력에너지도 갖고 있지 못한 지위를 원자력이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다. 원자력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인가? 이 이사장의 답은 명쾌하다. “엄격하게 얘기하면 아니지요. ‘위해’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미래를 이끌 에너지원은 태양광이 될 것입니다.”

에너지 전환기 공백 메워야

‘엄격한 의미’에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원자력이 ‘지구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지구를 구한다’는 의미는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석연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하는데요, 그게 문제입니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기껏 10~20년 정도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류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하지요. 그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이사장의 설명은 명확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한 게 언제였던가. 환경단체들이 원자력 발전의 위해를 거론하며 폐기처분할 것을 요구한 것도 엊그제 일 같다. 지금도 환경단체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원자력을 ‘지구의 구원자’로 내세우는 것이 가당하기나 할까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환경단체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국내에서는 잘 모르지만 꽤 됐습니다. 2004년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창시자 패트릭 무어 역시 원자력을 인정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는 원자력일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지난 2월 그린피스의 영국지부장인 틴 데일도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했습니다. 10년 이내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는 원자력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일반인들의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터다. 이에 대한 그의 답변. “잘못됐다기보다는 과장됐다고 봐야 합니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주된 불안은 일단 원자력 발전소 그 자체가 된다고 봐야겠지요. 한 번 잘못되면 그 희생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체르노빌 문제는 원자력 역사가 시작된 1950년대 이래 유일합니다. 그것도 건물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아주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꼭 체르노빌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폐기물 문제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방사성 폐기물로 인해 벌어진 부안사태는 아직도 우리들 기억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폐기물 처리 문제는 심각합니다. 나쁜 이미지 때문에 주민 반발이 크지요. 하지만 이 역시 해결 방법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원을 전제로 유치를 유도하니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기술적인 문제나 안전 문제가 없으니 결국 소통의 문제일 뿐이고 이를 잘 해결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경험 가진 나라 아직 없다
방사성 폐기물이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 특성에 따라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분류된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로의 핵연료를 교체할 때 나오는 ‘타고난 핵연료’. 우라늄의 분열로 생겨난 온갖 핵분열 생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아직 임시저장 이외의 폐기 경험을 가진 나라는 없으며, 보통 발전소 내부에 특수 설계된 수조 속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필터, 폐윤활유, 폐이온 교화수지 등의 ‘중준위 폐기물’과 작업복, 장갑, 덧신, 폐부품,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병원 및 연구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 등 ‘저준위 폐기물’을 가리킨다

 

“폐기물 처리는 소통의 문제”

하지만 방폐장 문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2003년부터 시작된 부안 사태는 무려 2년이나 계속되며 원자력 문제를 전국에 각인시켰다. 2006년 경주 유치로 최종 결정 나기는 했지만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더 심한 것이 남아 있다. 경주에 만들기로 한 방폐장은 필터나 윤활유, 장갑이나 옷 등 비교적 가벼운 중저준위 폐기물용이기 때문이다.

연료로 쓰고 남은 연료 폐기물 즉,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인가? “진짜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은 각 발전소 임시 창고에 저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수용 한계를 거의 채워가고 있습니다. 수년 내에 이 고준위 방폐물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정부는 이 방폐물 처리 시한을 2016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7년이나 남았지만 긴 시간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준위 폐기물 처리도 엄청나게 애를 먹었기 때문이지요. 올해부터 당장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고 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준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도 보았듯 무엇보다 소통의 문제가 중요하거든요.”

그렇다면 고준위 폐기물은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영구 폐기해야지요. 아직은 확실한 방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땅속이나 산속 깊은 곳에 수백 미터 깊이의 터널을 뚫어 넣어두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재활용 방식이 모색되고 있지요. 하지만 아직은 뭐가 맞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아직 영구 폐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처리는 해야 할 텐데.

“일단은 철저한 방벽 시스템을 갖춰 특정 지역에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나라의 영구 폐기 사례를 검토한 뒤 영구 폐기의 방법을 결정해야겠지요. 그전까지는 임시저장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 국가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성’. 이 이사장은 “안전성만큼은 국가가 보증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안전성을 국가가 보증하고, 저탄소·녹색성장의 대표로 꼽힌다면 원자력은 당분간 세계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원자력 에너지 시장이 창출된다는 것인데. 그럴까?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대목입니다.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는 435기 정도인데요, 향후 20년 사이 300기 정도 더 생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발전소 1기를 만드는 데 경제효과가 3조원에 이릅니다. 세계적으로 900조원이라는 엄청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만 있을 수 없다. 1959년 원자력연구소 개소를 국내 원자력 역사의 기점으로 보고 있으니 어느덧 50년이나 지났다. 현재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4개 등지에서 20기의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으며 전력생산의 36%를 담당하고 있다. 상당한 역사와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 ‘900조 시장’에 주요 멤버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시장입니다. 이미 중동이나 카자흐스탄, 네덜란드, 그리스 등지에 건설이나 연구·설계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 중입니다. 조만간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자력발전 50년. 재단 입장에서도 이 의미 있는 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지난 5월 5일 원자력에 대한 미래 세대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E페스티벌’도 그중 하나다.

올해부터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원자력과학캠프를 전국적으로 확대·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도 벌이고 있다. “재단의 가장 큰일은 원자력의 안정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축적된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지구를 구하는 일에 한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