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찾는 사람에게 명마가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
최현우의 승마경영학
경주 성적은 말이 70%를 좌우한다고 한다. |
선수 몸값만 1600만 달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6년 플로리다에서 열린 2세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명마 ‘더 그린 멍키’의 몸값이다. 구미에서는 말을 스포츠 선수로 생각한다.
지난해 AP통신은 올해의 여자 운동선수로 경주마인 제냐타를 선정하기도 했다. 더 그린 멍키보다 더 비싼 말도 있었다. 일본 경마산업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요시다 젠야가 1991년 미국에서 도입한 선데이 사일런스다. 당시 가격이 1000만 달러였으니 지금의 가치로는 2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다.
씨수말이었던 선데이 사일런스는 우수한 모계 혈통도 아니고 형편없는 체형, 광포한 기질까지 있어 사람들은 요시다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샀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 말은 세계적인 명마를 생산해 일본이 아시아 유일의 경마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경마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경주마 가격은 역량 따라 천양지차
매년 봄·가을에는 세계 각국에서 말 경매시장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최고가는 1억원을 훌쩍 넘고 평균 낙찰가격도 3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매시장에서의 낙찰률은 50%를 넘지 않는다. 말 생산자들이 나름대로 우수한 말을 선별해 경매에 내놓지만 낙찰률이 10%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한 평범한 말은 50만∼100만원에 거래된다. 건강한 소는 최소한 300만원은 받을 수 있고 최고등급 한우는 1000만원 내외에 거래된다. 소는 가격차가 4배를 넘지 않는 데 비해 말은 4만 배도 넘는 것이다.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올해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정할 만큼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식통계로 잡히는 실업자만 89만 명이고 사실상의 실업자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채용 행사에서 선택된 사람은 3000만~4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반면 직장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소득이 없거나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극히 낮은 비정규직 급여를 받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력을 제공할 평범한 사람을 필요로 했지만 지식기반사회로 경제구조가 변하면서 자동화와 전산화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채용시장은 말 경매시장과 닮았다. 승마와 경마는 말의 경기다. 우수한 말이 아니면 결코 메달을 획득할 수 없다. 경마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 한다.
경주 성적은 말이 70%, 기수가 30% 결정한다는 말이다. 경주마는 구입 후 3~4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경기에 나서면서 수익이 발생한다. 모든 말의 훈련과 보유 비용이 비슷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입은 천문학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한 푼도 못 버는 말이 있는가 하면 수 백억원의 상금을 가져오는 말이 있다.
더 그린 멍키는 사상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지만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마주는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선수로서 은퇴하고 난 뒤에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명마는 씨암말로, 또는 종마로 수백억원을 호가하지만 평범한 말은 사료용으로 팔려 나간다. 고만고만한 말 수십 마리가 아니라 단 한 마리의 명마가 마주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준다.
그래서 승마인과 마주는 명마를 가지는 것이 일생의 꿈이다. 명마를 만나면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고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뛰어난 인재를 갖는 것은 모든 경영자의 꿈이다. 승마와 경마가 말의 경기이듯,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원천은 사람이고 한 사람의 인재가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GE, 펩시의 CEO는 인재의 채용과 선별, 교육 훈련과 관리자 육성, 성과 부진자 처리에 근무시간의 절반을 사용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마쓰시타 전기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며 “상품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창업자 호암도 “내 일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회고했다.
호암 “일생 80%를 인재 양성에 투입”
1900년대에는 지식노동자가 전체 작업의 17%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은 그 비율이 60%를 훌쩍 넘어섰다. 지식사회에서는 재능 있는 노동자가 더욱 중요해진다. 자동화된 기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 주는 차별적 가치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우수한 말,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우수한 인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육성되는 것일까? 마주들은 말의 구입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승마나 경마에서는 말 구입에 가장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조교사나 훈련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은 제한돼 있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조교사별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 조교법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금방 모방하기 때문에 영원한 비법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명마는 타고나는 것이고 훈련과 육성은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뛰어난 마주나 조련사의 첫째 자질로 어린 말이 명마로 자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안목을 든다. ‘될성부른 떡잎’ 주의다.
기업의 비용 구조는 이와 다르다. 채용에는 많은 돈이 들지 않고 유지에 동일한 비용이, 해직에는 많은 돈이 드는 구조다. 그래서 채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채용 공고를 내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중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만 하면 된다. 평범한 사람을 뽑기에 편리한 방법이다. 우수한 인력은 회사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적당한 때 타 회사로 전직해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지만 열등한 직원은 회사에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전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돈이 든다.
함께 일했던 사람을 해고하거나 좌천하는 것은 모두 꺼리고 법적 위험도 있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사람은 모두 비슷하므로 우수한 인재는 교육훈련에 의해 결정된다는 ‘김매기’ 주의다. 종자회사에서 생산되는 씨앗은 모두 같으므로 성과는 김매기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인간과 말은 그렇지 않다. 경주마는 사람이 기르는 생명 가운데 인공수정이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생물이다. 인간 또한 대량의 인공수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과 특성, 자질은 차이가 있다.
위대한 기업과 좋은 기업의 차이는 이것이다. 『위대한 기업』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으로 규정하고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G의 신입사원 선발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지금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가’라고 항상 질문해야 한다.
미국의 철강사 뉴코는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고 그 출발점은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신입사원 채용에 산업심리 전문가까지 참여해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호암 이병철은 신입사원 채용 때마다 참석할 정도로 인재 발굴에 열성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초우량 기업들도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전용 비행기를 띄우고 인재 영입을 전담하는 특수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을 헤드헌터화하여 임원 평가에서 실적보다 인재 확보 능력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기업도 있다. 종자가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던 시절, 지혜로운 농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좋은 종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좋은 종자를 심고 난 뒤 부지런히 김매기를 해야 풍성한 수확을 거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어느 승마인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연인이나 배우자를 만나면 인생이 빛나고 바뀌듯, 명마를 만나면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명마는 간절히 찾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인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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