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친디아 잰걸음 한국은 제자리걸음해외에선

도일 남건욱 2010. 3. 29. 07:57
친디아 잰걸음 한국은 제자리걸음
해외에선
중국·인도 정부 전폭적 지지 아래 GMO 재배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중국에서 생산된 GMO 옥수수.

‘친디아’란 말이 투자시장에서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GMO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중국과 인도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나라에서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농업은 뒤처지고 있다. 토지·수자원 등 농업 생산에 필요한 부존자원도 점차 부족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배불리 먹을 방법은 하나로 좁혀지는 듯하다. 바로 GMO 기술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GMO의 재배 및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쌀과 옥수수가 중심이다. 옥수수는 가축의 주 사료다. 중국이 GMO 옥수수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 축산 사료용 옥수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수입 옥수수의 대안으로 GMO 옥수수가 개발되는 것이다. 이는 육류의 가격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세계 최대 GMO 쌀 생산국 예상

먼저 인(P) 강화 옥수수가 정부의 안전 인증을 받았다. 인 강화 옥수수로 만든 사료는 돼지 등 스스로 인을 생산할 수 없는 가축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옥수수를 먹으면 인이 잘 흡수돼 분뇨에서 인 함량이 낮아진다. 그러면 하천에 방류되는 가축 분뇨에 거의 인이 들어 있지 않아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GMO 옥수수의 단백질 함량이 기존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GMO 사료를 먹은 돼지는 영양가가 높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GMO 쌀 재배도 허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농업부 생물안전위원들은 해충 저항력을 높인 GMO 쌀에 대한 생물안전 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인 강화 옥수수에 이어 곡물로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승인된 GMO다. 유전자 조작 쌀을 개발한 중국 화중농업대학에 따르면 이 쌀은 농약 사용을 종래의 80% 수준으로 줄이고 생산성은 8% 높일 수 있다. 중국이 실제로 GMO 쌀을 생산할 경우 세계 최대 GMO 쌀 생산국이 된다.

2007년 중국 정부는 엽연초·면화·감자·피망을 포함한 31종의 GMO 농산물 상품화를 허가했다. 중국 GMO 농산물 재배면적은 380만㏊로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GMO 기술 연구 방면에서도 기초·응용연구는 물론 상품 개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이는 GMO 분야에서 중국의 향후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미 사이언스지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GMO공학을 강하게 지지하며 최근 전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이 같은 믿음이 더욱 공고해졌다. GMO공학을 무역장벽과 연관 짓지 말아야 한다.” 농우바이오의 한지학 생명공학연구소장은 “원자바오 총리의 인터뷰가 알려지면서 국내 생명공학계가 발칵 뒤집혔다”며 “중국은 잰걸음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GMO의 안전성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중국이 내수용이라는 이유로 국제적 기준에 따른 승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학계에서도 GMO 쌀에 대한 안전 인증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화둥사범대 장지순 서기 등 4명의 전국 정협위원을 포함한 120여 명의 학자는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GMO 벼의 안전 인증을 즉각 철회하고 상품화 추진 시도 역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GMO 식품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건의문에서 이들은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GMO 연구와 응용을 통제하는 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 학계에서 GMO를 반대하는 것은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 관민 공조해 GMO 개발


1960년부터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도는 GMO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중 주목해야 할 작물은 GMO 면화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면화를 재배하는 나라다.

6000여만 명이 면화에 의존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면화 재배 농민 10명 중 9명은 GMO 면화를 심는다. 그 결과 수확량은 50% 증가하고 살충제 사용은 50% 감소해 1㏊당 약 250달러의 이익을 더 보게 됐다.

이로써 2006년 인도 전체 소득이 8억4000만 달러에서 17억 달러로 두 배 증가했고 면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소득 증대로 생활수준 역시 높아졌다. 일반 면화 재배 농가와 비교해 GMO 면화 재배 가정은 임신과 출산보호, 교육 수준,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더 누리고 있다. 물론 일부 인도 사람은 GMO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식량이 부족한 인도는 GMO 면화뿐 아니라 다른 GMO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가지·양배추·콜리플라워·옥수수·땅콩·오크라·감자·쌀·토마토가 포장시험 중이거나 시험승인을 받았다. 농우바이오 인도지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GMO가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면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의 농업생명공학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GMO 관련 성장세를 이끄는 주인공은 인도 정부와 학교 및 기업이다. 1982년 바이오테크놀로지 개발기구를 만들어 연구기금을 투자했다. 제11차 5개년 계획인 2007년에서 2011년까지 15억 달러를 배정했다. GMO 식품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기술개발에 97개 대학과 10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 가운데엔 인도에서 가장 큰 종자회사 마히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식물생명공학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예측한 이 회사는 1998년 마하라슈트라의 잘나아우랑가바드 근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는 전문연구원만 200여 명이 근무하며 GMO 개발뿐 아니라 분자바이러스학· 분자미생물학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히코는 2008년 1억5000만 달러를 종자산업에서 벌어들였다. 이 중 40%는 GMO 면화에서 올렸다. 2012년까지 GMO 가지를 필두로 총 10개 작물을 출시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김동헌(신작물개발과) 실장은 “중국, 인도 등 동아시아 국가의 GMO 기술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며 “머지않아 중국, 인도에서 재배한 GMO를 먹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세종대 경규항(식품공학과) 교수도 “중국·인도는 물론 일본도 1~2년 내에 GMO 쌀을 재배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조만간 GMO가 아닌 작물을 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