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淸·論·濁·論] 세계인이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

도일 남건욱 2010. 4. 2. 23:22
[淸·論·濁·論] 세계인이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

요즈음 한국이 그야말로 승천하는 느낌이다. 김연아, 이정수, 모태범의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행진은 그중 하나였을 뿐이다. 경제에서도 한국은 잘나간다.

텔레비전 시장에서 세계 1위는 삼성전자이고 2위는 LG전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들은 세계 10위에 끼지 못했다. 자동차도 쾌속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인지도가 도요타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제금융가에서 소위 ‘한국물’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금융상품이 정말 잘나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너도 나도 사고 싶어 한다. 우리의 돈인 원화까지 인기 있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기세를 몰아 네덜란드나 스위스 같은 나라의 반열에 올랐으면 좋겠다.

한국이 잘나가다 보니 이제 한국의 성공 요인을 배우자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중에서도 미국 주간지 타임의 마이클 슈먼 아시아 특파원이 자기 블로그에 올린 ‘한국 발전 모델이 세계경제에 중요한 이유’라는 글이 눈에 띈다. 슈먼 기자가 분석한 한국 성공의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세계화의 조류를 잘 활용했다. 둘째, 민주화와 개방화를 통해 투명한 사회를 이루어냈다. 셋째,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잘 보긴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1960년대부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한 세계시장과의 교류가 한국의 성공 원인이기는 하지만 세계화의 조류를 이용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대세는 수입대체로 대표되는 폐쇄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출을 통한 한국의 성공이 다른 나라들의 세계화를 촉진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본 것은 흥미롭다. 그가 보기에 한국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투명한 모양이다. 듣기 좋은 소리다. 민주화와 개방화가 그것을 만들어냈다는 말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윗사람과 조직에 덤비는 일이 많았고, 그 결과 투명성이 높아진 것 같다. 우리가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것도 사실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에는 일본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같은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한국 기업이 진출할 여지가 없다고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의 자리를 차지했다. 슈먼 기자가 이 글을 쓴 것은 다른 나라도 한국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음을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 이 말을 새기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아직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농업과 의료, 법률, 교육, 방송, 공무원 등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분야는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로 근로자 비중으로는 30%다.

1960년대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세계시장에 진출해 오늘날의 영광을 이루었듯이 한국의 농민, 교사, 의사, 변호사, 방송국 PD들도 세계와 맞닥뜨리길 바란다. 그들까지 세계에 우뚝 서게 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 세계인이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