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모음

살 집을 살 때다다주택 보유자는 교통·교육 환경 고려해 팔라

도일 남건욱 2010. 4. 23. 14:34
살 집을 살 때다
다주택 보유자는 교통·교육 환경 고려해 팔라
Hot Issue 땅 꺼지는 한숨 - 기회일 수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

경제성장률·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이 좋아진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기반이 튼튼하게 자리 잡는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요즘 부동산 시장에선 봄기운을 찾아볼 수 없다. 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급기야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매도 물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금싸라기 부동산이라고 하는 서울 강남 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춰버리면서 매도자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당분간 다주택자인 매도자보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에 다주택자와 실수요자, 즉 매도자와 매수자는 각각의 위치에서 자산관리 전략을 신중하게 세워 실행해야 한다.

집값 더 떨어지니 기다려 보자고?

일반적으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약간의 착시 현상을 가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때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땐 매입에 대한 특별한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시장이 달아올라 가격이 오르는 경우 ‘유혹’에 걸려든다. 평소 합리적인 실수요자도 집값이 오를 땐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가격이 떨어질 때보다 상승할 때 내 집 마련의 유혹을 느낀다는 얘기다. 이때 발 벗고 매입에 나서면서 상투를 잡는 실수요자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반면 집값이 하락하면 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 모든 상품의 가격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부동산만은 예외인 듯하다.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실수요자들은 시장을 외면한다. 매수 시점을 실기하는 순간이다. 이는 오산이다. 실수요자는 부동산 값이 떨어질 때 내실 있게 움직여야 한다.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내 집 마련의 적기로 삼아야 한다.

실수요자인 경우에는 내 몸에 맞는 내 집 마련 계획에 의해 집을 장만해야 한다. 우선 무관심의 벽을 깨야 한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택청약통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청약통장을 잘 이용하면 집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철저한 자금운용 계획을 짜야 한다.

레버리지를 두려워하거나 공짜로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다만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가격의 오르내림에 같이 춤을 춰서는 안 된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점을 놓치는 것은 영원히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장만할 집이라면 자녀들의 교육 환경을 비롯해 교통·자연환경, 편의시설 등 실수요자의 여건에 맞춰 장만하면 그뿐이다. 설령 가격이 좀 떨어졌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실수요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되는 것이고, 언제든지 시장 상황이 변해 가격은 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휴화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주택자들의 속앓이는 쓰나미 그 이상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 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애물단지는 빨리 처리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다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하루라도 빨리 몸집을 줄여야 한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지 않아도 손해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 보유보다 옥석을 가린 뒤 다이어트를 서둘러야 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두 개의 굴뚝을 만드는 것보다 한 개의 아궁이 불을 꺼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일갈했다.

 

지금은 여러 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몸집을 줄여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투자하고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여러 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전부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보유해야 할 것과 처분해야 할 부동산을 판단해 매도하는 것이 좋다.

우선 주거 여건을 비롯해 교육·교통환경이 떨어지는 지역은 매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에도 파는 데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세월이 흐를수록 건물 수리비는 많이 들어가지만 자산 가치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재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도 가구 수가 적은 ‘나 홀로 아파트’나 재건축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이 불투명하다면 계속 보유하기보다는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오피스텔도 임대 수익이 떨어지거나 투자 가치가 불투명하다면 처분해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가 분명 아파트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주택단지일수록 투자 가치는 하락할 수 있으므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미래 가치 떨어진다면 과감히 처분

서울 H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48)씨는 팔리지 않은 주택 때문에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소유하고 있던 단독주택을 18개월 만에 어렵게 팔았다. 팔려고 내놓은 집은 몇 개월이 지나도 팔리지는 않고 집값만 계속 내려갔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이유를 찾았다. 결론은 주변의 주택보다 건물 상태가 아주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700만원을 들여 보일러와 창틀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쳤다. 당연히 깨끗해진 집은 금세 팔렸다. 당초 가격보다 2000만원이나 비싼 값을 받았다. 집이 안 팔린다고 해서 가격만 싸게 내놓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같은 값이거나 다소 비싸더라도 잘 수리돼 있고, 깨끗한 주택을 구입할 것이다.

같은 종류의 과일이라도 싱싱하고 상처가 없는 과일이 먼저 팔려 나간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빨리 처분하기 위해서는 매수자 입장에서 주택을 수리해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좋은 조건의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매도자는 이번 대출 규제를 거꾸로 생각해 매도 전략을 세워 볼 필요가 있다. 매수자가 신규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조건의 대출을 매수자가 승계할 수 있다면 매매는 좀 더 빨라질 것이다. 금리가 싸고, 중도상환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의 대출을 끼고 있다면 그만큼 매도할 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