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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FIFA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환상적인 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박 선수가 선전하자 “역시 프리미어 리그라는 큰물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다르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프리미어 리그는 도대체 얼마나 큰물인가? 이번 월드컵 대회에 나타난 각종 데이터를 통해 프리미어 리그의 강점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분석해 본다.
2010 월드컵 본선에는 32개국에서 736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117명이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와 2부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뛴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의 16%에 해당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117명 가운데 94명이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나라 대표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다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80%가 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독일 분데스 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는 84명이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다.
전체 출전 선수의 11%를 배출했다. 프리미어 리그에 이어 둘째로 높은 비율이다. 이 가운데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가 61명이다. 3위는 이탈리아다. 세리에A를 비롯한 이탈리아 리그는 80명의 월드컵 대표선수를 배출했다. 전체 출전 선수의 11%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57명이 이탈리아가 아닌 나라의 대표로 뛰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는 전체 선수의 8%에 해당하는 59명의 대표선수가 나왔고 39명이 외국 국가대표다. 프랑스는 45명(전체의 6.1%)의 대표선수를 배출해 5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76%인 34명이 프랑스가 아닌 나라의 대표선수다.
네덜란드 리그에선 34명(4.6%)의 대표선수가 나왔고 25명이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뽑혔다. 전체 출전선수 736명의 57%에 해당하는 419명이 유럽의 6대 국가 프로축구 리그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74%인 310명이 자기가 뛰고 있는 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의 대표선수로 출전했다.
그 가운데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는 가장 많은 80%의 외국 대표선수를 배출했다. 이는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한 잉글랜드 프로리그가 얼마나 능력 중심으로 개방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외국 선수를 데려오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원 외국 선수를 데려와 팀을 꾸려도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선수들의 능력이지 국적이 아니다.
철저한 능력 중심의 글로벌화
좋은 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 팀은 선수 39명 가운데 잉글랜드 출신은 16명이고 나머지 23명은 17개국에서 데려온 국제군단이다. 국내 출신과 해외 출신 비율이 4대 6이다. 인력 활용에서 철저한 글로벌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국이 금융산업을 비롯한 자국의 주력 산업에서 외국 투자를 개방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프리미어 리그는 지난 4월 ‘기업에 주는 여왕상’의 국제교역 부문 상을 받았다. 국제교역을 통해 잉글랜드 축구와 영국 방송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다. 이 상은 지난 3년(이번의 경우 2007년부터 2009년) 동안 해외 매출과 상업적인 수익에서 연속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얻은 기업에 수여된다.
축구팀이 교역상을 받은 것이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성과를 살펴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전 세계 202개국에서 5억 명이 시청한다. 스카이 스포츠를 보유한 뉴스코프가 전 세계에 보유한 채널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로 방영된다. 프리미어 리그의 발전이 영국 방송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뉴스코프의 발전이겠지만 말이다. 이 회사의 주인은 더 타임스 등을 보유한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다. 여기서 들어오는 국제 중계료 수입이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 프리미어 리그는 그만큼 축구를 잘하고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다. 심지어 나이지리아 축구협회는 자국 프로축구 경기가 프리미어 리그의 주요 경기와 겹칠 경우 흥행에 참패한다며 프리미어 리그 중계를 제한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2008년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프리미어 리그 소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맞붙었을 때 나이지리아에서 중계를 보던 두 팀의 팬들이 충돌해 7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인기를 유지하려면 축구의 수준이 계속 높아야 한다. 그러니 전 세계에서 최고 선수를 고액 연봉을 주고 데려오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경영 성적표를 살펴보자. 2007~2008년 시즌의 경우 지난 시즌과 비교해 구단 수입은 26% 성장했다. 모든 팀의 수입을 합치면 19억3000만 파운드(3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20개 프리미어 팀 가운데 11개 팀이 흑자를 기록했다. 경영도 잘한 것이다.
선수 총연봉은 유럽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가장 높은 12억 파운드에 이른다.
둘째로 많은 연봉을 지급한 이탈리아 세리에A보다 55%나 많다. 선수 연봉은 비밀이 많아 일반에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지만 프로축구협회의 2006년도 선수 대상 조사에 따르면 1인당 67만600파운드에 이른다. 한 주에 1만3000파운드에 해당한다. 보너스는 제외된 액수다.
프리미어 리그의 매출액은 전 세계 프로 스포츠 가운데 미국의 미식축구 내셔널 리그(NFL),야구 메이저 리그 (MLB), 농구 내셔널 리그(NBA)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팀당 매출액을 따지면 프리미어 리그 20개 팀의 평균 매출은 NBA 30개 팀의 평균에 육박한다.
프리미어 리그 상위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프로축구 클럽에 속한다. 딜로이트가 매년 내놓는 ‘축구 머니 리그’라는 이름의 스포츠 마케팅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5~2006년 시즌의 경우 20개 프리미어 리그 팀 가운데 8개가 가장 부유한 20대 클럽에 들어갔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메라 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만 상위에 올랐다. 프리메라 리가가 두 팀에 쏠리는 현상이 있다면,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는 고루 장사를 잘한 것이다. 관중 동원력도 대단하다. 2008~2009년 시즌의 경우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3만5632명이었다. 이는 분데스 리가보다는 못하지만 세리에A나 프리메라 리가를 넘어서는 숫자다.
프리미어 리그는 무엇보다 TV 방영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992년 루퍼트 머독이 보유한 위성채널 브리티시 스카이 브로드캐스팅(BSkyB)은 5개 시즌에 대한 독점 중계료로 프리미어 리그에 3억400만 파운드를 지급했다. 1997~1998년 시즌부터 시작한 4개 시즌 6억7000만 파운드보다 거의 두 배가 뛰었다.
프리미어 리그는 2004~2007년에 이르는 3년간 국제 방영권료로만 3억2000만 파운드를 챙겼다. 스카이의 독점은 2006년 세탄타 스포츠가 개입하면서 깨졌다. 유럽위원회가 스포츠 중계권을 한 방송사에 독점적으로 파는 것을 제한하면서다. 그 뒤 방영권료는 더 올라 2010년에서 2013년까지 방영권만 17억8200만 파운드에 이른다.
중계권료가 독점 때보다 더 많이 뛰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만든 구도다. 박지성 선수가 뛰는 큰물은 결국 경쟁이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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