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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미국 '안전성'…국내선 '편의성' 논란

도일 남건욱 2011. 8. 1. 12:15

타이레놀, 미국 '안전성'…국내선 '편의성' 논란
J&J, 미국 내 타이레놀 용량 자진인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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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탁순 기자 (hooggasi2@dreamdrug.com) 2011-08-01 06:49:58 | 블로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약국 외 판매로 돌리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안전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접근성(편의성)을 높이면 위해성은 커지는 의약품 특성을 볼 때 국내에서 제기되는 논의는 선진국의 최근 추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28일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 최원영 차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복지부가 중앙약심에서 제시한 품목들이 (약국외 판매가)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중앙약심에서 약국 외 판매약으로 제시한 품목은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와 훼스탈 등 소화제, 파스류였다.

약국 외 판매약으로 감기약이 우선 거론되는 여론을 볼 때 타이레놀은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서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자유판매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판매점 확대를 통해 국민 접근성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같은날 미국에서는= 타이레놀의 제조사인 존슨앤존슨의 지사인 '맥네일 컨슈머 헬스케어'는 오남용 사고를 줄이기 위해 타이레놀 제품 중 '엑스트라 스트렝스 타이레놀'의 하루 최대 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기존 하루 최대 용량 8정(총 4000mg)을 6정(총 3000mg)으로 낮춘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다른 제품인 '레귤러 스트렝스 타이레놀'과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다른 진통제들 역시 하루 최고 투여량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의 이같은 판매방침은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간독성 부작용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으로 한해 200건 이상의 약물사고가 발생하며, 매년 약 5만6000명이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은 선진국 쫓아갔는데 이번에는?= 존슨앤존슨의 미국 내 방침은 미국에 한정된 조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과량 투여로 인한 간독성 부작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미국 FDA 등 선진국 기관들도 발빠르게 안전성 규제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월 미국 FDA는 처방의약품에 한해 아세트아미노펜의 단위제형당 용량을 325mg으로 제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전문의약품 208품목을 대상으로 같은 조치를 내렸다. FDA는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일반의약품에도 안전성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함량제한 조치가 내려졌지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안전성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5월 2세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타이레놀 용량 제한조치가 추가돼야 한다는 미국 FDA의 자문위원회 권고가 있었고, 급기야 제조사 측이 자진해서 함량제한을 결정하기까지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지난 4월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제제를 가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전문의약품의 시장규모도 미비해 제약사들이 받는 충격도 크지 않았다.

식약청 또한 FDA의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별도로 움직이지 않을 방침이다. 국내는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안전성 논란과 상관없이 접근성을 높이자고 시끄럽다. 세계 추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접근성은 서로 맞물릴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일반 소매점에 타이레놀이 넘쳐나면 간독성 부작용 위험성은 더 커지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타이레놀 제조사의 미국 내 제한조치가 국내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는 해석이다. 같은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해외 경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