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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 전쟁] 뜨겁게 달아오른 한·중·일 FTA 삼국지FTA 체결·협상국 상당수 겹쳐…국운 건 경제영토 확장 경쟁 본격화

도일 남건욱 2011. 12. 8. 14:05

 

[한·중·일 FTA 전쟁] 뜨겁게 달아오른 한·중·일 FTA 삼국지
FTA 체결·협상국 상당수 겹쳐…국운 건 경제영토 확장 경쟁 본격화

장강의 앞 물결은 뒷 물결에 밀리는 법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앞 물결이라면, 자유무역협정(FTA)은 뒷 물결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며 흐름이다. FTA를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맺은 지역무역협정은 302건에 달한다. 이 중 70%는 최근 10년 내에 체결된 것이다. 세계 교역에서 FTA 발효국간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다.

한국은 FTA 후발 주자였지만, 지금은 선도국으로 변신했다. 11월 22일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발효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61%가 우리의 경제 영토가 된다. 거대 시장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인 협상을 해온 한국의 FTA 전략이 낳은 성과다.
이런 한국을 예의 주시하는 두 경쟁국이 있다. 중국과 일본이다. 한·중·일 3국은 그동안 치열한 FTA 영토 확장 전쟁을 벌여왔다. 전장은 상당수 겹친다. 3국이 세계 시장에 파는 상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이 FTA를 체결한 상대국가는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나라와 거의 일치한다<표 참조>.

3국이 FTA를 체결하는 양상만 봐도 ‘한·중·일 FTA 삼국지’가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다. 2002년 한국이 칠레와 FTA 체결을 맺자 중국과 일본은 차례로 칠레와 FTA를 체결했다. 또한 일본이 2002년 싱가포르와 FTA를 맺자 한국과 중국이 질세라 가세해 FTA 협상을 타결했다. 아세안 10개국은 중국이 먼저 치고 나갔다. 중국은 2003년 아세안과 전격적으로 FTA를 타결했고, 이 지역을 주요 신흥시장으로 삼으려던 한국과 일본이 잇따라 협상을 개시해 FTA를 발효했다.

이들 지역에서 3국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칠레가 좋은 예다. 우리나라와 칠레 간 교역은 FTA가 발효된 2004년 이후 연평균 24% 증가해 지난해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칠레 시장 선점 효과는 두드러졌다. 우리나라의 칠레수입 시장 점유율은 2003년 3%에서 2007년 7.2%로 상승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일본을 압도했다. 2003년 우리나라의 칠레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6%, 일본은 30%였다. 하지만 FTA 효과로 상황이 역전됐다. 2007년 한국은 처음으로 이 시장에서 일본을 역전했고, 2009년에는 시장 점유율 37%로 일본에 10%포인트 앞섰다.

한국 ‘독주’에 중·일 ‘추격과 견제’
중국과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006년 중국·칠레 FTA, 2007년 일본·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우리나라의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2007년 7.2%까지 올랐던 점유율은 이듬해 5.6%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2005년 8.5%에서 FTA 발효 후 14%까지 시장을 늘렸다. 3국 중 가장 늦게 칠레와 FTA를 맺은 일본은 발효 전후 시장 점유율 차이가 거의 없다.

 


3국의 FTA 확장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3국은 현재 걸프협력회의(GCC), 호주와 FTA 협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가 현재 협상을 벌이거나 준비 중인 멕시코,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이미 FTA를 맺었다. 여기에 한·중, 한·일, 한·중·일 FTA도 논의가 활발하다. 또한 일본은 EU(유럽연합)와 협상 개시를 위한 예비교섭 추진에 합의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선언했다. 중국은 아시아 역내 주도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인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자원 보유국과도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FTA 주도권을 쥐었지만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병섭 경제통상연구부장은 “향후 FTA 정책과 관련해 협상 당국과 사회 각 부문이 가벼운 FTA 피로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중국, 일본 등 거대 경제권과의 협상 진행 여부 결정, 캐나다, 호주, 걸프협력회의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 마무리, 환태평양파트너십 등 동아시아 지역통합 추진에 대한 입장 정리 등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독주가 두드러진 가운데, 중국과 일본 정부는 각각 새로운 FTA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추격과 견제에 나섰다. 국운을 건 한·중·일 FTA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