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끝나지 않은 일본 원전 사고

도일 남건욱 2011. 12. 27. 09:04

끝나지 않은 일본 원전 사고

[동아사이언스-과실연 선정 올해의 10대 과학뉴스]①

2011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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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와 ‘바른과학 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10대 과학뉴스’를 선정했습니다.

①일본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②9·15 대정전 사태 ③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전 결정 ④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 ⑤중국 우주정거장 도킹 성공 ⑥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발견 ⑦KAIST 학생 잇단 자살 ⑧나로호 ⑨지구촌 기상이변, 방콕 물바다 ⑩농협 싸이월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이 올해의 10대 과학뉴스로 선정됐습니다.

2011년을 정리하며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는 26일부터 하루에 두 개의 주제를 정리해 5일 동안 10대 뉴스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90㎞ 떨어진 산리쿠오키 해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곧바로 쓰나미가 일본 동북 해안 일대를 강타했다. 쓰나미를 막기 위해 쌓았던 방호벽 위로 물이 넘쳤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역은 쓰레기장처럼 변해버렸다. 12월 현재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약 1만 5000여 명, 실종자는 3000여 명이다.

문제는 재앙은 단지 쓰나미로 끝나지 않았다.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한 다음날인 12일 오후 3시 30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서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외벽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원전 근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서막이었다.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뜨거워진 노심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다.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검출됐다.


●일본 원전 폭발은 쓰나미로 인한 냉각장치 고장이 원인

원전 폭발의 근본 원인은 쓰나미에 따른 침수로 인한 냉각장치의 고장이다. 원전은 핵이 분열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증기를 만든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데, 핵이 연속적으로 분열하는 뜨거운 ‘노심’ 주변을 냉각수로 식혀줘야 한다. 하지만 쓰나미로 인해 전력이 끊기면서 냉각 순환장치와 비상전력 시스템이 모두 고장나 냉각수가 모두 증기로 변해 냉각수심이 낮아져 결국 노심이 수면 위로 노출됐다.

뜨거운 열로 원자로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상승하면서 원자로의 폭발을 막기 위해 소량의 증기를 배출했는데 이때 빠져나온 수소가 건물 내부에 쌓여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 내부에 있던 방사성 물질도 함께 외부로 누출됐다.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바닷물을 주입해 원자로의 온도를 식히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2일 1호기가 폭발한데 이어 14일에는 같은 이유로 3호기도 폭발했다. 15일에는 2호기와 4호기마저 폭발했는데 1, 3호기와는 양상이 달랐다. 2호기는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가 폭발했고 4호기는 사용후 핵연료를 감싸고 있던 지르코늄 합금이 녹으며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점점 심각해졌다.

4월 12일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을 최악인 7등급으로 올렸다. 이는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등급으로 일각에서는 “체르노빌 때 보다 많은 방사성 물질 누출이 우려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의 방사능 누출은 우리나라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3월 23일, 강원도에서 처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던 것이다. 정부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까지 방사성 물질이 날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곧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개의 방사능측정소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과학자들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일부 학교가 휴교령을 내리는 등 방사능 공포는 커져만 갔다.

●전 세계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 원전 안전에 대한 논란 제기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됨에 따라 일부 학교가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근처의 수돗물과 농산물, 심지어 우유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방사선 공포가 확산됐다.

3월 20일, 원전 근처의 이바라키 현의 시금치와 후쿠시마현의 우유에서 잠정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대만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콩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발견됐다. 후쿠시마 현의 수돗물에서도 1㎏당 요오드 300bq(베크렐), 세슘 200bq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지만 방사선 공포는 확산됐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를 타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커졌다. 독일과 스위스, 베네수엘라 등은 원전 건설 계획을 폐기했고 미국과 프랑스, 우리나라 등은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진단을 시작했다.

7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규제 제도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지만 ‘원자력 시설 해체 규정’은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만드는 법과 해체하는 법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원전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해체 계획이 의무사항인 만큼 인허가 신청 시 해체 계획도 동시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사건 발생 9개월 만인 12월 16일 “원자로 냉온 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조차 비판적인 견해가 많다. 원자로의 온도를 100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냉온 정지로 추가 폭발이나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 위험은 낮아졌지만 완전 차단은 아닐뿐더러 원자로 내부 상황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 내에 고여 있는 방사성 오염수의 배출도 문제다. 도쿄전력은 12월 8일,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한 저농도 오염수의 저장 공간이 부족해 바다 방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16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오염수 처리설비, 저장 탱크의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오염수 저장에 한계가 있어 바다에 방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10만t의 오염수가 저장 탱크에 보관돼 있으며 하루 평균 400t의 지하수가 유입돼 오염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민주당 유키오 히토야마 의원은 최근 네이처 ‘코멘트‘코너를 통해 일본 원전의 국유화를 주장했다.


최근 일본 최대의 식품회사인 메이지가 판매하는 분유와 후쿠시마현 오나미와 다테 지역에서 출하한 쌀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000㎞ 떨어진 캄차카 해역의 심해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 일본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안전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일본 민주당 토모유키 타이라, 유키오 히토야마 의원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국가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주관해야 사고 원인과 진행 상황 등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며 향후 원활한 수습을 위해서 발전소의 국유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원전에서는 여전히 시간당 1억 bq의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 후쿠시마 인근에 살던 주민 33만 여 명은 여전히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네이처는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체르노빌 사고의 처리 과정이 2065년에야 끝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며 “발전소 폐쇄와 방사능 물질 제거에 최장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힌바 있다.

원호섭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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