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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의료>⑤경쟁력 약화에 양극화 겹쳐

도일 남건욱 2012. 2. 27. 18:36

<무너지는 지역의료>⑤경쟁력 약화에 양극화 겹쳐

연합뉴스 | 서한기 | 입력 2012.02.27 09:32

 

(전국종합=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역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는 까닭은 뭘까?

내부적으로는 우수 의료인력부족, 시설·장비 낙후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선 꼽는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특성상 의료수준이 떨어지니 지역주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역환자가 찾지 않으니 진료수익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시설과 인력에 재투자할 재원이 모자라 또다시 경쟁에서 뒤처지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쪽 면만을 본 분석이다. 원인은 내부뿐 아니라 바깥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KTX 등 교통 발달로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자 2000년대 들어 수도권의 일부 대학병원이 사활을 걸고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환자를 싹쓸이한 게 지역의료 붕괴에 한몫했다.

◇'빅5' 병원 독주…병원 양극화 심화

보건의료계에서 요즘 흔히 쓰는 말 중에 `빅5'라는 용어가 있다. 또는 `빅4'라고 좁혀 부르기도 한다.

마치 블랙홀처럼 환자를 빨아들이는 5개 혹은 4개 대형병원을 말한다.

빅5라고 할 때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일컫는다. 빅4는 빅5에서 서울성모병원을 뺀 나머지 대형병원들을 가리킨다.

2010년 현재 빅5의 총 병상 수는 9천424개. 서울 소재 종합병원 전체 병상(3만3천72개)의 28.5%다.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빅5 중에서도 지난 10년간 병상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서울병원. 1천250병상에서 1천960병상으로 총 710병상이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병상(2천680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천87병상으로 그 뒤를 이었다.

빅5는 여전히 병상 증설 계획을 잡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476병상 규모의 암 전문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그러면 세브란스병원의 병상은 2천87병상(2011년)에서 2천563병상으로 확대된다.

수도권 병원과 비수도권 병원으로 갈라진 데 이어 수도권 안에서도 빅5와 나머지 기타 병원으로 나뉘는 '병원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고려대병원마저 살 길 모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1년 7월 5일 고려대 안암병원 대강당. 이 자리에는 고려대병원 소속 의료진과 노조뿐 아니라 학계와 지역, 국회 관계자들이 모여 빅4 중심 체제 아래서 생존 전략을 찾으려고 애썼다.

◇빅5로의 환자 집중 얼마나 심하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상급종합병원 전체 진료비 명세(2009∼2011년 상반기)'를 보면 빅5로의 집중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진료비(급여) 청구액이 가장 많은 상위 5개 병원은 단연 빅5이다.

해마다 진료비 청구액이 6천억 원 이상인 서울아산병원(2009년 6천149억 원, 2010년 6천832억 원)이 부동의 수위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4천930억 원, 5천275억 원), 세브란스병원(4천276억 원, 4천689억 원), 서울대병원(3천769억 원, 4천142억 원), 서울성모병원(2천535억 원, 3천63억 원) 순이었다.

외래환자도 빅5가 쓸어담고 있다. 심평원의 `2008∼2011년 상반기 처방전 발생 상위 100대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빅5가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원외처방전 발생 건수가 많은 상위 1∼5위 의료기관을 휩쓸었다.

◇"국가 의료체계마저 위협…국민의료비 부담가중"

전문가들은 빅5 독과점 체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지역 간 의료자원 배분에 심각한 왜곡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방환자는 물론 가벼운 경증 질환자까지 빅5을 포함한 대형병원으로 쏠리면서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구실을 하는 전국 중소병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일부는 폐업위기에까지 몰렸다.

갈수록 커지는 병원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경쟁력이 낮은 소규모, 지방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에 따르면 의원급의 요양급여 점유율은 2001년 32.8%에서 2010년 22.1%로 뚝 떨어졌다. 지방의 1차 의료기관들이 붕괴를 넘어 몰락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방 의료기관의 기반 약화는 국가 의료전달체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빅5가 일으킨 풍선효과가 전체 국가 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마비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증가로 이어진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으면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비싼 의료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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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역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는 까닭은 뭘까?

내부적으로는 우수 의료인력부족, 시설·장비 낙후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선 꼽는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특성상 의료수준이 떨어지니 지역주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역환자가 찾지 않으니 진료수익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시설과 인력에 재투자할 재원이 모자라 또다시 경쟁에서 뒤처지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쪽 면만을 본 분석이다. 원인은 내부뿐 아니라 바깥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KTX 등 교통 발달로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자 2000년대 들어 수도권의 일부 대학병원이 사활을 걸고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환자를 싹쓸이한 게 지역의료 붕괴에 한몫했다.

◇'빅5' 병원 독주…병원 양극화 심화

보건의료계에서 요즘 흔히 쓰는 말 중에 `빅5'라는 용어가 있다. 또는 `빅4'라고 좁혀 부르기도 한다.

마치 블랙홀처럼 환자를 빨아들이는 5개 혹은 4개 대형병원을 말한다.

빅5라고 할 때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일컫는다. 빅4는 빅5에서 서울성모병원을 뺀 나머지 대형병원들을 가리킨다.

2010년 현재 빅5의 총 병상 수는 9천424개. 서울 소재 종합병원 전체 병상(3만3천72개)의 28.5%다.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빅5 중에서도 지난 10년간 병상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서울병원. 1천250병상에서 1천960병상으로 총 710병상이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병상(2천680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천87병상으로 그 뒤를 이었다.

빅5는 여전히 병상 증설 계획을 잡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476병상 규모의 암 전문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그러면 세브란스병원의 병상은 2천87병상(2011년)에서 2천563병상으로 확대된다.

수도권 병원과 비수도권 병원으로 갈라진 데 이어 수도권 안에서도 빅5와 나머지 기타 병원으로 나뉘는 '병원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고려대병원마저 살 길 모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1년 7월 5일 고려대 안암병원 대강당. 이 자리에는 고려대병원 소속 의료진과 노조뿐 아니라 학계와 지역, 국회 관계자들이 모여 빅4 중심 체제 아래서 생존 전략을 찾으려고 애썼다.

◇빅5로의 환자 집중 얼마나 심하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상급종합병원 전체 진료비 명세(2009∼2011년 상반기)'를 보면 빅5로의 집중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진료비(급여) 청구액이 가장 많은 상위 5개 병원은 단연 빅5이다.

해마다 진료비 청구액이 6천억 원 이상인 서울아산병원(2009년 6천149억 원, 2010년 6천832억 원)이 부동의 수위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4천930억 원, 5천275억 원), 세브란스병원(4천276억 원, 4천689억 원), 서울대병원(3천769억 원, 4천142억 원), 서울성모병원(2천535억 원, 3천63억 원) 순이었다.

외래환자도 빅5가 쓸어담고 있다. 심평원의 `2008∼2011년 상반기 처방전 발생 상위 100대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빅5가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원외처방전 발생 건수가 많은 상위 1∼5위 의료기관을 휩쓸었다.

◇"국가 의료체계마저 위협…국민의료비 부담가중"

전문가들은 빅5 독과점 체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지역 간 의료자원 배분에 심각한 왜곡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방환자는 물론 가벼운 경증 질환자까지 빅5을 포함한 대형병원으로 쏠리면서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구실을 하는 전국 중소병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일부는 폐업위기에까지 몰렸다.

갈수록 커지는 병원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경쟁력이 낮은 소규모, 지방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에 따르면 의원급의 요양급여 점유율은 2001년 32.8%에서 2010년 22.1%로 뚝 떨어졌다. 지방의 1차 의료기관들이 붕괴를 넘어 몰락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방 의료기관의 기반 약화는 국가 의료전달체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빅5가 일으킨 풍선효과가 전체 국가 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마비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증가로 이어진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으면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비싼 의료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