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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의료>④벼랑 끝 지방의료원

도일 남건욱 2012. 2. 27. 18:34

<무너지는 지역의료>④벼랑 끝 지방의료원

연합뉴스 | 서한기 | 입력 2012.02.27 09:32

(전국종합=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방의료원의 시설을 개선하고 장비를 보강해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3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공공의료 발전방안 간담회'에서 약속한 말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방의료원장 등 공공의료 종사자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 시설을 현대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뜨뜻미지근한 표정이었다. 또다시 말치레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여기는 얼굴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방의료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지방의료원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뿌리깊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만성적자-임금체불-시설낙후-인력부족 등 4중고에 `휘청'

지방의료원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일제 강점기에 개원한 관립 자혜의원이 시초다.

이를 기점으로 곳곳에 세워진 지방의료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34곳이 있다. 총 8천여 병상에 의료진 800여 명, 총 임직원 8천여 명으로 이뤄진 거대 조직이다.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의 대표주자격으로 그간 지역 저소득층, 생활보호대상자, 행려병자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한마디로 사회 소외계층의 의료 안전망이다.

또 재해지역 긴급 의료봉사, 무의촌 순회 진료 등 공공적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해왔다.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과 지역 보건의료발전에 힘썼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료원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만성적자와 임금체불, 시설낙후, 인력부족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방의료원 5곳만이 겨우 흑자를 냈을 뿐이다. 85%를 차지하는 나머지 29개 지방의료원은 평균 13억8천만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의료원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120억5천7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만성적자는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직원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를테면, 강릉의료원은 경영 악화로 그간 직원들에게 월급을 전부 주지 못하고 50∼60%만 지급해왔다.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주지 못한 임금이 2011년 현재까지 무려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없다 보니 시설과 인력투자를 못 해 시설·장비와 인력을 제대로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하다. 지방의료원 대부분은 전문의를 정원만큼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2010년 5월 현재 포항의료원은 정원 19명에 13명의 전문의만 두고 있다. 강진의료원은 11명 정원에 3명의 전문의밖에 없다.

◇해법 나와 있지만…갈 길 멀어

사면초가에 빠진 지방의료원.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을까? 지방의료원은 재정 적자로 말미암아 지방의회로부터 구조조정, 매각, 폐쇄, 민간위탁 등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위기 타개를 위한 논의들이 무성했다.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2011년 5월 중순 지방의료원연합회와 보건의료노조는 만성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공동 워크숍을 열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국회 국민건강복지포럼은 2010년 5월 말 지역거점 공공병원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어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2011년 12월 중순 보건의료노조는 전북 남원의료원에서 '의료공급체계 개편과 혁신을 위한 연속기획 워크숍-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마련했다. 행사에서는 지방의료원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총망라되다시피 했다.

이현주 전북 도의원은 "보건 프로그램, 인력, 관리 등 실제 지방의료원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센터 팀장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는 "필수 진료과와 의료시설 운영,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 차액 등 지방의료원 한 곳당 평균 30억 원에 이르는 공익기능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경상비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확보 방안도 나왔다. 박찬병 삼척의료원장은 "우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공중보건의사 장학제도나 지역 의사 양성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우수 의료진 확보야말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발전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라고 꼽았다.

그는 "지자체와 대학병원 간 우수인력 교류협정, 지자체 차원의 의사 인건비 부담, 지역장학생제도 도입 등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문제이니 나올 만한 해법은 다 나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은 돈으로 귀결되다 보니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누구도 선뜻 재정부담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의 경영을 개선하려면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나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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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방의료원의 시설을 개선하고 장비를 보강해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3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공공의료 발전방안 간담회'에서 약속한 말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방의료원장 등 공공의료 종사자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 시설을 현대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뜨뜻미지근한 표정이었다. 또다시 말치레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여기는 얼굴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방의료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지방의료원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뿌리깊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만성적자-임금체불-시설낙후-인력부족 등 4중고에 `휘청'

지방의료원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일제 강점기에 개원한 관립 자혜의원이 시초다.

이를 기점으로 곳곳에 세워진 지방의료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34곳이 있다. 총 8천여 병상에 의료진 800여 명, 총 임직원 8천여 명으로 이뤄진 거대 조직이다.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의 대표주자격으로 그간 지역 저소득층, 생활보호대상자, 행려병자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한마디로 사회 소외계층의 의료 안전망이다.

또 재해지역 긴급 의료봉사, 무의촌 순회 진료 등 공공적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해왔다.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과 지역 보건의료발전에 힘썼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료원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만성적자와 임금체불, 시설낙후, 인력부족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방의료원 5곳만이 겨우 흑자를 냈을 뿐이다. 85%를 차지하는 나머지 29개 지방의료원은 평균 13억8천만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의료원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120억5천7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만성적자는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직원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를테면, 강릉의료원은 경영 악화로 그간 직원들에게 월급을 전부 주지 못하고 50∼60%만 지급해왔다.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주지 못한 임금이 2011년 현재까지 무려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없다 보니 시설과 인력투자를 못 해 시설·장비와 인력을 제대로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하다. 지방의료원 대부분은 전문의를 정원만큼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2010년 5월 현재 포항의료원은 정원 19명에 13명의 전문의만 두고 있다. 강진의료원은 11명 정원에 3명의 전문의밖에 없다.

◇해법 나와 있지만…갈 길 멀어

사면초가에 빠진 지방의료원.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을까? 지방의료원은 재정 적자로 말미암아 지방의회로부터 구조조정, 매각, 폐쇄, 민간위탁 등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위기 타개를 위한 논의들이 무성했다.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2011년 5월 중순 지방의료원연합회와 보건의료노조는 만성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공동 워크숍을 열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국회 국민건강복지포럼은 2010년 5월 말 지역거점 공공병원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어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2011년 12월 중순 보건의료노조는 전북 남원의료원에서 '의료공급체계 개편과 혁신을 위한 연속기획 워크숍-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마련했다. 행사에서는 지방의료원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총망라되다시피 했다.

이현주 전북 도의원은 "보건 프로그램, 인력, 관리 등 실제 지방의료원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센터 팀장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는 "필수 진료과와 의료시설 운영,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 차액 등 지방의료원 한 곳당 평균 30억 원에 이르는 공익기능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경상비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확보 방안도 나왔다. 박찬병 삼척의료원장은 "우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공중보건의사 장학제도나 지역 의사 양성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우수 의료진 확보야말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발전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라고 꼽았다.

그는 "지자체와 대학병원 간 우수인력 교류협정, 지자체 차원의 의사 인건비 부담, 지역장학생제도 도입 등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문제이니 나올 만한 해법은 다 나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은 돈으로 귀결되다 보니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누구도 선뜻 재정부담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의 경영을 개선하려면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나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