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현 씨가 집필한 비스마르크 평전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비스마르크 재상의 일생 중에서
젊은 군주 빌헬름과의 갈등입니다.
권력자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1. 새 주인에 대한 인식
비스마르크는 새 주인 빌헬름 2세에 대해
아버지 프리드리히 3세보다 낫다고 판단했던 적이 있다.
일찍이, 그동안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긴 했지만,
급한 기질을 활기로, 피상적인 행동을 재빠른 이해력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2. 하지만 그런 호의나 환상이 깨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황제의 성격에서 대단히 위험스런 면을 누구와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한순간에 어떤 세력이든 가까이 하는 것과
어떤 일이든 즉각 실행하려 드는 것이다.
그래서 연속성을 띤 사업들이 중단되고 만다.
3. 빌헬름 2세는 자신에게 올리는 조언이나 부탁을 수용할 만큼의
참을성이나 자제력이 부족했다.
이는 곧 비스마르크와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황제는 사실 왼쪽 팔의 성장이 멈추는 바람에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났고 그런 탓인지 바지주머니에서 좀처럼
손을 빼려 하지 않았다.
평생 자신의 장애를 감추기에 급급하면서 이따금
배우처럼 과장된 행동으로 그런 콤플렉스를 상쇄하려 했다.
4. 게다가 극단적인 권세욕에 부풀어 늘 권력의
중심에서 과시하고 지배하며 무엇이든 제뜻대로
좌지우지 하고자 했다.
섬김을 받고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 하던
젊은 황제는 신하들이 자신을 떠들썩하게 예찬할 때만이
재상을 공경하는 언사를 내보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 비스마르크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황제께서는 매일같이 생일상을 받으려 하신다.
5. 오래된 늙은 관리인(비스마르크)와 스스로 통치하려는
스물아홉 살 된 신임 지주의 불화설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빌헬름 2세는 1890년 3월 12일, 비스마르크가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최대 정적인 중앙당 당수인 빈트호르스트 면담 요청을 받아들인
것을 빌미로 그를 해고하려 한다.)
의도를 알아차린 비스마르크는 말한다.
저는 주군께 당신의 손자를 섬기겠다고 약속드렸기에
지금까지 관직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가 불편하시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6. 1980년 재상에 임명된 카프리비(비스마르크 후임)는
더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해
정원에 들어찬 아름다운 고목들을 일제히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비스마르크가 특히 좋아했던 고목들이었다.
뒷날 자신이 직접 천거했던 자의 그런 처신을
전해 들은 비스마르크가 말을 꺼냈다.
내 후임자의 인품을 그토록 신뢰하다니
나는 충격을 받았소.
그 오래된 나무들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행동보다는
차라리 정치적인 견해차를 관대하게 보아 넘기겠소.
7. 한번은 당대의 역사적인 인물들의 자만심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특히 지금의 황제를 생각해 나온 말이었는데,
비스마르크는 간략히 대답할 뿐이었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커다란 망상이 생기는 것이오.
8. 1897년 12월 15일 빌헬름 황제는 마지막으로 프리드리히수루우를
찾았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낀 비스마르크는 이번에야말로
황제에게 정치에 대해 간언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1시간 남짓 머무르는 동안, 독일의 대내외 정치에 대한
얘기를 나눌라치면 황제는 마치 비스마르크의 죽음을 제촉이라도
하려는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다른 사람의 일화를 꺼내곤 했다.
민망스러울 정도로 상대의 진심을 받아주지 않은 황제의 태도에
함께한 사람들조차 ‘지나친 처사’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9. 황제가 막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사후 20년에 망명길에 오르게 될
빌헬름 2세에게 기어코 한마디를 던졌다.
황제의 운명을 예언이라도 하듯 경고인지 충고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폐하, 그런 장교단을 장악하고 계시는 한 당연히
무슨 일이든 해내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못할 경우 사태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출처: 강미현 엮음, (또 다른 비스마르크를 만나다), 에코리브르, pp.250-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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