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알리고 수출·일자리 늘린다
1석3조의 창의산업
통상부 장관 2015년까지 ‘음악·음식·영화·패션·문학’ 부문 수출 2배로 늘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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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로젠바드 프레스센터에서 ‘스웨덴 문학의 달’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전 세계에 스웨덴 문학을 알리자는 취지로 열렸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문학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행사는 정부 웹사이트에 생중계됐다. 행사의 일환으로 저자와 독자가 함께 책에 대해 토론하는 스‘ 웨덴의 이야기꾼’ 시간에는 에바 비욜링 스웨덴 통상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전 세계 독자들은 트위터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작가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졌다.
‘스웨덴 문학의 달’은 비욜링 장관이 자국 창의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해 올해 처음 열린 행사다. 비욜링 장관이 적극 추진하는 창의산업은 음악·음식·영화·패션·문학의 5개 분야다. 그는 2015년까지 창의산업 관련 수출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화 수출을 통해 스웨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문화부는 창의산업을 본격 지원하기에 앞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혁신 정신을 도모할 창의산업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욜링 장관도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창의산업은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때로는 자동차 산업보다 큰 역할을 했다”며 “창의산업이 문화 수출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무역, 수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보다 위기 극복에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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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창의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스웨덴 통상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내 창의산업 직군 종사자는 약 28만 여명으로 이들 가운데 30%가 넘는 9만7110명은 창업자다.
창의산업의 골자인 스웨덴 문화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음악산업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대 대중음악 수출국 중 하나다. 전체 규모로 따지면 3위지만 1인당 수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아바, 록셋, 에이스 오브 베이스 등 앨범 5000만장 이상을 판매한 그룹 3팀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가 95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내수시장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스웨덴의 음악적 성공은 1970년대 아바에서 시작했지만 1990년대 말 이후에는 뮤지션보다 프로듀싱과 작곡 분야에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올해의 작곡가상’을 5회 수상한 맥스 마틴이 스웨덴 출신이며 칼레 엥그스트롬, 위크, 지미 톤펠트 등은 한류 스타인 소녀시대와 동반신기, 보아, 빅뱅 등 K팝 그룹 음반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1993년 설립한 스웨덴음악수출협회(ExMS)는 세계음반협회(IFPI)와 스웨덴음반회사협회, 스웨덴음악가협회, 스웨덴저작권협회 등과 손을 잡고 스웨덴 음악수출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해외 음악행사에 초청받은 뮤지션에게 참가비용을 지원하고, 유명 뮤지션을 선발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쇼케이스를 펼치기도 한다. 해외 음악기획사와 언론사에 스웨덴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스웨덴 작곡가 펠레 리델이 이끄는 유니버설뮤직 퍼블리싱 A&R가 작곡한 K팝 앨범은 지금까지 1000만장 이상 팔렸다. 펠레 리델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빌보드 10위권에 든 노래 중 6곡이 스웨덴 작곡가 작품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1997년부터 음악수출 공로가 큰 뮤지션에게 수상하는 ‘스웨덴 음악 수출상’도 있다. 장르도 대중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수상자는 세계적인 DJ그룹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였다.
이런 성공은 스웨덴 대중문화의 기반이 탄탄한 데서 비롯된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음악가 숫자가 인구 1000명당 5.21명으로 가장 많다(한국 0.75명). 연간 콘서트 횟수도 1.4회(인구 1000명당 기준)로 세계 2위인 이탈리아(0.37회)보다 월등히 많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뮤직 클러스터에는 약 1만5000개의 기업이 있는데, 그중 1만 개 이상이 소규모 음악 스튜디오이다. 대형 스튜디오가 음악산업을 주도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점이다. 문화지원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전체 음악지원 예산의 약 10%가 대중음악 분야에 지원된다.
문학도 강하다. 지난해 3월 열린 파리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5개국이었다. 전 세계를 휩쓴 북유럽 소설 붐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사였다. 추리소설 『밀레니엄』 3부작의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은 자국 스웨덴에서만 350만부를 파는 기록을 세웠다.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5000만 부 팔렸다. 라르손이 북유럽 소설 부흥을 이끌었다면 또 다른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은 『발란더 형사』 시리즈로 3000만 부를 판매했다.
스웨덴은 이미 노벨 문학상을 여덟 차례나 수상했다. 2011년에는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가 노벨 문학상에 선정돼 변함없는 문화파워를 과시했다. 1940년대 선보인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영화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과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도 스웨덴이 자랑하는 문화 자산이다. 좋은 토양을 갖춘 스웨덴의 문화는 이제 혁신이라는 날개를 달고 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베리만과 아바의 시대에서 라르손의 시대로 ‘세대 교체’를 마친 스웨덴의 창의산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스웨덴대외홍보처(SI)는 스웨덴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다. 1945년 자국 홍보와 타 국가와의 문화·교육·연구 교류 등을 위해 설립됐다. 11월 13일 스톡홀름 구시가지 감라스탄에 위치한 SI 본부에서 아니카 렘베 스웨덴대외홍보처장을 만나 스웨덴 창의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SI가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스웨덴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한다. 우리는 사회 전체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세계 각국을 돌며 스웨덴 역사상 가장 기발한 제품을 소개하는 ‘이노베이티브 스웨덴(Innovative Sweden)’, 기후환경변화를 주제로 한 ‘페이싱 더 클라이미트(Facing the Climate)’ 등의 전시를 하고 있다. 올 9월에는 뉴욕에서 패션 이벤트를 열었다. 아프리카와 발칸지역의 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 포스(Creative Force)’ 프로그램도 있다.”
창의산업이 왜 중요한가.
“스웨덴 산업은 그 동안 광산·철강·펄프 등 1차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런 산업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측면에서 창의산업에 주목했다. 창의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 소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음악산업은 스웨덴에 엄청난 소득을 가져다 줬다. 게임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소득 외에도 스웨덴을 소개하는 데 있어 문화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창의성은 제품을 만들 때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할 때도 필요하다.”
창의산업의 근간이 되는 스웨덴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스웨덴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스웨덴 사람들도 이질 문화를 흡수하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스웨덴 밴드는 고딕 메탈에서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많은 신예 감독들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들로 새로운 장르와 시장 진출을 모색한 덕분에 우리 영화는 2010년 한해에만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180여 건의 상을 받았다. 스웨덴어 구사 인구가 1000만 명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은 영화 제작비를 조성할 때 걸림돌이 되어 왔지만 최근 스웨덴 영화 제작비가 사상 최초로 2억 크로나(약 327억원)까지 책정되는 등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 추진할 창의산업 방향은.
“우리의 활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문화를 통해 관심을 높이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그 결과는 무역이 될 수도 있고, 관광이나 투자, 교육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정치적인 관계로 나타날 수도 있다. 창의산업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전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목표다. 우린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 스웨덴을 교육 받기 좋은 곳, 일하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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