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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부채 가장 많은 대한민국 15% 숫자로 본 50대

도일 남건욱 2013. 1. 9. 10:50

자산·부채 가장 많은 대한민국 15%

숫자로 본 50대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고용률 73%지만 최저임금 근로자 늘어…우울증·스트레스 많고 이혼 증가율도 1위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추계인구는 5000만4441명이다. 이 중 50대 인구는 741만6971명으로 전체의 14.83%를 차지한다. 40대와 3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연령은 37.9세(2010년)다. 아직은 젊은 나라에 속하지만 평균연령 상승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통계청은 미래 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을 2030년 47.1세, 2040년 52.6세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역시 한국의 평균연령이 2045년에 5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인구 평균연령은 지난해 39.6세를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인 2001년(36.5세)에 비해 3.1세 증가했다. 2011년 기준이니 올해는 처음으로 40세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인구 평균연령의 증가는 50대 노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10년간 노동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146만3000명이던 50대 노동인구는 2011년 302만6000명으로 106.8% 증가했다. 10년 전 비중이 가장 컸던 15~29세 노동인구는 15.6% 줄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 121.6%

비중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50대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한다. 한국경영컨설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연령은 56.6세다. 이 중 50대 CEO 비율은 48%다. 19대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53.9세다. 숫자로도 50대가 가장 많다. 하지만 50대 인구의 평균적인 삶은 그리 탄탄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1611만원이었다. 40대(3억3132만원)와 60대 이상(3억457만원)보다 많다. 하지만 평균 부채 또한 7521만원으로 가장 많다. 전년과 비교하면 자산은 5.2% 늘었지만 부채는 9.1% 늘었다.

5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평균 5150만원으로 40대(5395만원) 보다 적다. 정년퇴직자가 포함된 탓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50대의 경우 소득구간별로 분류했을 때 1000만원 미만, 1000만~3000만원 미만에 속한 가구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가구소득이 1억원 이상인 가구도 가장 많다.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연령층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21.6%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2012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0대의 고용률은 72.7%에서 73.0%로 0.3%포인트 높아졌다. 표면적으로 고용률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미취업률이나 1개월 실직자 비중도 이전 세대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로 진입하는 50대가 늘고 있는 게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초저임금(시간당 중위임금의 3분의 1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2012년 8월 4.1%로 전년동월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 조사를 실시한 8월에 취업한 근로자 중 초저임금 근로자 비중도 10.3%로 전년보다 늘었다. 2012년 3월에는 15.8%까지 늘기도 했다.

고용이 불안정해지니 창업이나 자영업을 선택하는 50대는 증가한다. 2012년 상반기 신설법인 수는 3만8102개로 역대최대치를 기록했다. 30세 미만이 전년동기대비 23.3% 증가했고, 50대가 23.2%로 뒤를 이었다. 심각한 취직난에 창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20대와 정년 후 재취업이 여의치 상황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50대가 최고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숫자도 크게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5.0%에서 2011년 29.9%로 올랐다. 이미 40대(28.9%)를 제치고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 됐고 2012년에는 30%를 넘어섰다. 50대 자영업자의 증가가 뚜렷해진 시기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인 1955년생이 55세가 되며 퇴직을 시작한 2010년과 겹친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규모는 임금근로자의 두 배 이상이다. 이중 연령별 비중을 따져보면 50대가 34%로 가장 많다.

경제적 불안정은 각종 사회지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조이혼율(인구 천명당 이혼 건수)은 2.3건이다. 이 중 50대 남성의 조이혼율은 7.1건, 여성은 4.9건이었다. 여전히 40대(남성 9.8건, 여성 9.3건) 이혼율이 가장 높지만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연령층은 50대다. 50대의 이혼 건수는 남성이 전년대비 1.2%, 여성이 0.8% 늘었다. 5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살률도 비교적 높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33.5명(인구 10만명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8명)보다 훨씬 많다. 50대 이후의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0대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82.5명(2011년)이다. 2000년 44.4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30~40대까지 10만명당 60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50대부터 갑자기 늘고 이후(60대 이상)부터 급격하게 자살이 많아진다.

이는 우울증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정록(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공개한 ‘우울증 환자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50대였다. 전체의 20.5%(11만6872명)을 차지했는데 17.4%(10만4367명)를 차지한 60대와 16.9%(9만6014명)인 70대보다도 많았다. 

스트레스 환자도 50대가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50대 인구 10만명 당 302명이 스트레스 문제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여성은 10만명당 398명으로 성별·연령별 집단 중 스트레스 환자가 가장 많았다.

50대는 여가생활에도 소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 50대는 65세 이상 노년층에 비해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고 취미 및 여가활동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50대의 여가생활 실태를 조사해보면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중 절반 이상(52.3%)이 낚시·등산 등 활동적인 스포츠나 야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5~1963년 사이 태어난 4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다. 자기계발과 사회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주 1~2회 이상 교양강좌 수강 같은 자기계발을 하느냐’는 질문에 불과 3.1%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월 1~2회 이상 하고 있다’는 7.9%였다. 자기계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3.5%에 달했다. 정당시민단체 등 단체활동은 86.1%, 사회봉사는 77%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50대 절반 이상이 여가생활 없어

바로 다음 세대인 40대와 비교해 살펴보면 50대의 소극적인 여가활동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40대는 스포츠 경기관람, 문화예술활동, 스포츠 및 야외활동, 여행 등 종교모임을 제외한 모든 활동에서 50대에 크게 앞섰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은퇴 후 무언가를 해야 할 시간이 늘었지만 노후준비가 부족해 능동적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는 장년층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경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가난 극복과 경제성장을 목표로 근검절약하며 사는 방식에 익숙한 세대”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남는 시간을 즐기는 ‘여가 경력(Leisure career)’이 없기 때문에 노후에 여가 시간이 생겨도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