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아산 핵(核)포럼 2013' 정몽준 의원의 개회사 전문입니다

도일 남건욱 2013. 2. 19. 17:00

<주>아래는 정몽준 의원의 개회사 전문입니다. 이솝우화의. 개구리와 전갈이야기로 정확한. 이해가 되실겁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산 핵 포럼은 전세계 핵전문가들이 우리가 직면한 모든 핵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오늘 아침 저는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인 북한 핵문제에 집중해서 말씀 드리려 합니다.

핵확산 문제는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핵무기 실험, 세계를 시험하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세계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4년 전 서울에서 루퍼트 머독을 만났었는데, 제게 “요즘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머독이 생각하는 가장 큰 이슈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북한에 비해 최소한 2~3년은 뒤져 있었는데 말입니다.

일주일 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헌법 서문에는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임을 명기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1992년에 채택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완전백지화와 전면무효화를 선포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북한은 최근에 어떤 비핵화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 선언하면서도 미국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의향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성격에 대한 합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지 케난이 작성한 ‘장문의 정세분석전문’ (Long Telegram) 을 보면 공산주의의 속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케난은 소련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련 지도자들이 “그들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독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를 적대적으로 대해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케난은 공산국가를 대할 때, 호의를 베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 막연히 가정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가 양보하면 상대방도 양보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케난에 따르면, 공산주의자들은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들은 “이성의 논리를 따르지 않지만, 힘의 논리에만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시간이 여전히 우리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분명 시간이 자기네 편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010년 한국이 겪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전조에 불과합니다.

중국에 대해서 잠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중국은 왜 북핵 문제의 해결을 돕지 않는 것일까요?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정권안정이 북한의 핵무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북한 핵무기가 보태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중국 전문가들이 사석에서 얘기할 때는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중국은 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핵 도미노를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걸 아는 북한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를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미국은 더 이상 CVID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제 비확산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미 동맹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동맹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데 있어서는 완전히 실패하였습니다. 

미국의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남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 미국은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도 북한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인해 워싱턴이 안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고, ‘한국 전선 이상 없음’이라 생각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 무장을 한 이 시점에, 우리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2년 전 국회 대정부질의 연설에서 저는 한국에 전술핵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하기 직전인 1991년 자발적으로 전술핵을 철수시켰습니다. 

제가 전술핵 재도입을 주장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핵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연설 다음날 중국의 환구시보에 제 기사가 실렸습니다. 4일 후에는 전술핵 재도입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우려와 반응을 끌어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술핵은 미국의 것이기 때문에 재도입하더라도 한국은 NPT 조약을 위반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모든 것을 1992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는 것 뿐입니다. 미국의 “핵 우산”은 “찢어진 우산”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제 찢어진 우산을 고쳐야 할 때입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인도나 파키스탄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미국과 매우 가까우면서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핵 무장을 하는 것이 북한과 ‘빅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북한 출신이십니다. 부친은 금강산 관광 프로젝트와 개성공단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는 왜 선친의 뒤를 따르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저 또한 북한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저도 북한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2000년 평양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저 또한 햇볕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아시다시피 햇볕정책의 논리는 이솝 우화에 근거합니다. 안타깝게도 남북관계에 대한 보다 적절한 이솝 우화는 개구리와 전갈 이야기일 것입니다. 

시내를 건너가려던 전갈이 있었습니다. 헤엄을 칠 수 없는 전갈은 개구리에게 자기를 업어서 시내를 건너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구리는 전갈에게 “너를 등에 업고 가면 날 찔러 죽일 거잖아”라며 거절했습니다. 전갈은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네가 죽으면 나도 빠져 죽는데”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말을 믿은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태운 채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내 중간에 이르렀을 때 전갈은 개구리를 찔러 죽였습니다. 물에 빠져 죽어가면서 개구리가 소리쳤습니다. “왜 그랬어? 우리 둘 다 죽게 됐잖아!” 전갈이 대답했습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게 내 본능이야.”

이제 제 얘기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한국인들이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이 책임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1990년대 초 88서울올림픽 직후, 동구가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자 북한은 극도의 위기 상황에 놓였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그때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제 상황은 반대로 됐습니다. 위기감은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여러 전직 대통령들은 그동안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고, 우리 국민의 경각심은 무디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웃국가들과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합니다. 핵 비확산은 글로벌 어젠다이자, 우리 모두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미래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세계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번 아산 핵포럼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들이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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