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Health - 작심삼일, 감정 통제하지 못한 탓

도일 남건욱 2013. 2. 27. 10:21

Health - 작심삼일, 감정 통제하지 못한 탓

전문가 건강학 릴레이
박용천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새해를 맞아 수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금주·금연부터 운동과 자기 관리 등 매번 계획만 세웠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들이 많다. 작심삼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보다 ‘왜 변해야 하는지’ ‘변화하기 위해서 내가 어떤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환자 보호자들이 의사에게 “우리가 말하면 안들으니 선생님이 대신 술 먹지 말라고 얘기해 달라”고 말한다. 대부분 소용없는 일이다. 물론 무시무시한 충격을 받으면 바뀌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아도 자신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본능적으로 방어를 하기 때문에 암이라는 진단을 애써 무시한다.

사람을 분석할 때는 행동·생각·감정 세 가지 영역을 모두 포함해서 판단해야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이 세 가지 면에서 모두 바뀌어야 궁극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행동을 바꾸려면 생각이 우선 바뀌어야 하고, 그 전에 감정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즉, 의식의 가까운 데부터 행동 - 생각 - 감정 순서로 한 단계씩 깊이 들어가며 파악해야 한다. 

행동을 고치려고 아무리 마음먹어도 생각이나 감정이 바뀌지 않으면 작심삼일이 된다. 금주·금연을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금주·금연을 위해 일부러 암 진단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지만…. 하지만 금주와 금연이 성공하려면 암 진단을 받았을 때만큼 큰 감정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서 공부 안 하고 말썽부리던 아이가 부모님을 잃은 뒤 모범생으로 바뀐 경우가 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내가 죽어야 저 녀석이 정신 차릴 것” 이라며 한탄을 하는데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새해라는 것이 숫자에 불과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새해라는 경계를 만들고 그날을 기리는 것은 그간의 일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출발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당연히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를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느꼈는지가 행동변화의 관건이다. 사실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 정신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의식적으로는 낫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열심히 병원에 온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나으려고 병원에 열심히 오지만 무의식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는 변화가 싫어 낫지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변화는 어려운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하나를 정해놓고 깊이 생각하며 마음에서 고통을 느끼며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행동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한 가지 행동이라도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 사람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다. 지금이라도 습관적인 계획을 세우지 말고 깊이 성찰하여 마음의 변화까지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