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
전작들인 (총 균 쇠)나 <문명의 붕괴) 보다는 이번에 나온 신간은 감동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방대한 저서라는 생각을 들게게 만드는 신간은 (어제까지의 세계)입니다. 아주 인상적인 대목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것은 위험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즘엔 젊은이들은 걸어가면서서 핸폰을 하지 않습니까? 1. 뉴기니를 방문하기 시작한 때 나는 경험도 없었고 조심성도 없었다. 그런 초창기에 뉴기니의 한 부족과 함께 한 달을 지내며 숲으로 뒤덮인 산에서 새를 관찰했다. 낮은 고도에 캠프를 마련하고 그곳의 새들을 관찰하며 일주일을 보내고 나자 높은 지역에서 서식하는 새를 관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 나는 새 장소에서 천막을 설치할 곳으로 거대한 나무 아래를 선택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굵은 줄기가 이끼로 뒤덮인 나무였다. 그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는 생각만으로 즐거운 기분에 들떠서 동행한 뉴기니 사람들에게 그곳에 천막을 설치하라고 말했다. 3. 그러나 그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곳에 천막을 치는 걸 거부했다. 그 나무가 죽은 나무여서, 캠프장을 덮쳐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그 나무가 죽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들의 과민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큰 나무예요. 아직도 끄덕없어 보이잖아요. 썩지 않았어요.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뉴기니 친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 나무 아래에 설치한 천막에서 자느니, 나무가 쓰러져도 닿지 않을 곳까지 멀리 떨어져서 이슬을 맞으며 자겠다고 버텼다. 4. 당시 나는 그들의 두려움이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고 편집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기니 숲에서 야영하는 삶이 계속되자, 나는 숲의 어딘가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거의 매일 적어도 한 번식 들린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후로는 쓰러진 나무에 깔려 죽었다는 뉴기니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흘려듣지 않았다. 5. 뉴기니 사람들이 숲에서 야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들은 1년에 거의 100일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기대수명을 40세로 계산하면 4,000번의 밤을 숲에서 보낸다. 나는 수학적으로 계산해보았다. 만약 당신이 확률이 무척 낮은 행동을 하더라도, 예컨대 그 행동을 1,000번쯤 해야 죽을까 말까 하더라도 그 행동을 매년 100번식 한다면, 당신은 40년의 기대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10년 내에 죽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6. 나무가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뉴기니 사람들이 아예 숲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그 위험을 줄인다. 그들의 편집중은 터무니없는 과민 반응이 아니다.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그들의 편집증을 ‘건설적인 편집증 (constructive paranoia)'이라 생각한다. 나는 뉴기니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런 자세만큼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없었다. 7. 나는 이런 교훈을 받아들여 미국의 삶에서 위험도는 낮지만 자주 반복되는 행위를 행할 때, 예컨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샤워실에서 서 있을 때, 전구를 교환하려고 사다리를 올라갈 때, 계단을 오를 내릴 때, 미끄러운 인도를 걸어갈 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출처:재레드 다이아몬드, (어제까지의 세계), 김영사, pp.360-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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