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Book - 문학작품으로 읽는 중국사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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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대세는 분열된 상태가 오래되면 반드시 통일될 것이요, 통일된 상태가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할 것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삼국지』의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픽션이 역사적 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 가를 생각하게 된다.
중국 문학사에는 역사와 문학작품을 결합한 ‘사전문학(史傳文學)’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문학 작품 역시 역사의 일부로 이해한다. 정사가 다룰 수 없는 영역까지 손을 댄 오락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역사를 당대를 대표하는 흥미로운 문학작품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중국사와 중국 문학에 모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조관희 교수가 시도해 두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한 권은 근대 이전의 세계를, 다른 한 권은 근·현대 시기를 다뤘다. 딱딱한 왕조사보다는 당대를 대표한 문학 작품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저자는 작품의 핵심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작품의 시대적인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1권에서는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을 포함해 11권을, 2권에서는 『아큐정전』 『청춘의 노래』 『상흔』 『폐도』 등을 포함해 12권을 소개한다. 우선 1권의 대표 작품을 살펴보자. 하나라와 상나라를 거쳐 주나라에 이르면 이른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년)가 열린다. 이 시기는 기원전 770년 주 왕조가 동쪽의 뤄양으로 천도한 이후부터 기원전 221년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시대까지 계속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저자는 『열국지』를 든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작품은 대부분 펑멍룽이 지은 『동주열국지』를 말한다. 이 작품은 주나라가 북쪽의 유목민족 때문에 수도를 동쪽으로 천도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한번 정도 들어봤을 제나라 환공, 진나라 문공, 초나라 장왕, 오나라 허뤼, 월나라 거우젠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 모두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주나라의 몰락을 재촉한 10대왕 려왕은 백성들의 뜻을 살피지않고 전횡을 일삼다가 백성들의 반란으로 왕위에 쫓겨난다. 려왕의 잘못 가운데 언로를 막은 사건이 지금도 전해져 내려온다. 불평불만을 일삼는 백성을 잡아들여 여론을 잠재우는 왕에게 직언을 일삼는 부하 소공은 이런 경고를 한다.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강물이 막혀 고이면 결과적으로 반드시 둑이 터져 큰 재앙이 일어나게 됩니다.’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제국으로 영원히 강대한 국가로 남을 것처럼 보였던 진나라(기원전 221~206년) 역시 오래가지 않아 한나라(기원전 202~기원후 220)로 대체됐다. 진나라와 한나라의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을 다룬 책이 『초한지』다. 1권의 세 번째 작품은 삼국시대(220~280년)을 다룬 『삼국지』다. 이후 당 시대의 대표작은 『서유기』, 송나라의 대표작은 『수호전』, 명나라의 대표작 『의화본』과 『금병매』가 계속 이어진다.
근·현대를 다룬 작품은 독자들에게 생소한 편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근·현대 속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중국의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국이 제국주의의 압제 속에서 속국으로 전락한 건 왕조의 무능함 탓이 크다. 그러나 2000년 넘게 전체주의 체제에서 무지하고 몽매한 상태로 남은 중국 보통 사람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다. 현대 중국인의 슬픈 ? 珉?瓚?드러내려고 저자가 선택한 작품은 루쉰의 『아큐정전』이다.
1911년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이듬해 쑨원이 중화민국 난징 임시정부를 세운다. 중국은 일본을 비롯한 서구 열강에 돈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설상가상으로 쑨원의 양보로 임시 대총통에 취임한 위안스카이는 일신의 영화를 위해 제국주의 세력에 적극 협조한다.
군벌들이 발호한 가운데 속국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민중들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이런 모습이 루쉰의 작품에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루쉰이 말하려는 건 ‘낡은 사회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명제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서 민중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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