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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훌륭한 인터뷰어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언론사 기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다. 일상에서도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는 일이 흔하다.
문제 해결책이나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사장이라면 임직원과 인터뷰에 능해야 한다. 사장 앞에서 임직원들이 자기 생각을 술술 풀어놓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회사가 잘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춘기 자식을 둔 부모가 고심 끝에 자녀와 만나 대화를 한다고 해보자. 자녀의 입에서 고민거리가 술술 나온다면 이 집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20년 동안 무려 1000명이 넘는 유명 인사를 만나 인터뷰한 인터뷰어의 경험담과 교훈을 정리한 책이 아가와 사와코의 『듣는 힘』이다. 이 책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인터뷰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터뷰어를 감동시킬 정도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사람의 능력도 대단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실용서이기 때문에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11가지로 정리했다.
①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본능이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은 금방 전해진다.
②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어렵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불편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
③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터뷰어가 돼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질문은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따금 자의식이 강한 인터뷰어는 통렬한 인터뷰가 좋은 인터뷰라고 착각한다.
④ 인터뷰는 또 다른 모습의 대화다. 저자는 “사람은 살아있는 한 누구나 인터뷰로 시작해 인터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⑤ 자기 이야기를 지나치게 떠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적절한 불임성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거나 상대방의 업적을 인정하면 붙임성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⑥ 질문은 세 가지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반드시 그 속에서 다음 질문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 경험에 따르면 세 개는 부족한 것 같다. 7~10개 정도의 질문도 괜찮다. 다만 핵심 질문은 세 개면 충분할 것이다.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진행하면 되고 나머지는 보조 질문으로 활용한다.
⑦ 잘 듣고 있다는 걸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따금 질문을 던지고 딴청을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최악의 인터뷰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성의를 보이는 게 대화와 인터뷰의 기본이다.
⑧ 판에 박힌 인사 치레보다는 상황에 맞는 인사를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눈의 통증과 안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활달하게 인사를 하는 것은 결례다.
⑨ 약속 장소에 늦는다는지 난처한 일이 생겨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가 시작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상대방이 기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늦은 점에 대해 재차 사죄할 필요는 없다. 이미 과거의 일이다.
⑩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똑같은 얼굴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지 않는다. 자기중심으로 상대방의 기분 상태나 태도를 예단하면 곤란하다.
⑪ 독자가 이번 인터뷰에서 무엇을 알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야한다. 뭔가 독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인터뷰어의 사명이라면 고객의 바람을 깊이 생각해 멋진 인터뷰를 이끌 수 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사장·가수·탤런트·만담가 등 별별 사람이 다 나온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례를 소개하기보다 사례를 중심으로 교훈을 끌어낸다. 인터뷰 전문이거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권할 만한 실용서다. 주의 깊게 읽는다면 “그 때 이 부분에 실수가 있었구나, 혹은 이 부분을 잘 했구나”라는 느낌을 자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