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리스크 판단력

도일 남건욱 2013. 7. 19. 08:12

Business Book - 증시 트레이더의 미망(迷望)과 생리학

『리스크 판단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재정적 리스크를 무릅쓰는 건 회색곰과 싸우는 것만큼 의학적 영향을 수반하는 신체 활동이다.’ 설령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도 큰 리스크를 안는 건 원시인이 생사를 걸고 맹수와 사투를 벌일 때 느끼는 것에 버금가는 흥분과 신체 반응을 유발한다. 우리 몸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에 민감하다. 큰 리스크와 마주했을 때 몸은 본능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따라서 리스크를 다루는 사람이 언제나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노릇이다.

골드먼삭스·메릴린치·도이체방크 등에서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로 활동한 저자 존 코츠는 2004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금융위기와 인간 생리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 책은 상당한 재정적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는 전문 트레이더나 투자가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상황에 놓이면 어떤 생리적 변화를 겪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강세장이 이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강력한 신체 반응에 압도된 나머지 투자자들은 비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어리석은 현상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걸두고 “황홀경과 공포를 야기하는 인간 선천적 반응이 세대마다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투자가들은 낙관론이 팽배한 강세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 지나친 낙관에 편승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투자가들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스포츠·전쟁·정치·사업에서도 자신이 자연과 도덕 법칙 위에 서 있다고 믿는 인물이 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행동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저자는 오늘날 지나칠 정도로 금융위기가 자주 일어나며, 진폭 또한 1929년 대공황 이후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정성의 원인을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 금융계 규제 철폐, 낮은 증거금과 높은 레버리지, 아시아와 개도국 시장의 팽창, 장기 수익에서 단기 수익으로의 목표 전환 등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런 요인이 시장을 불안전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이런 요인에서 비롯된 시장의 진폭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트레이더의 과열과 비관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현상은 평균을 웃도는 기회와 위협에 대한 트레이더의 생물학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호르몬에 압도당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호르몬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여타 물질은 트레이더와 투자자의 몸에 쌓여 위험 선호도를 뒤흔들고 경기 순환의 변동폭을 확대한다. 사실 병적으로 증가한 호르몬의 영향 아래서, 거품의 정점에 서 있거나 위기의 구렁텅이에 빠진 트레이더는 실제로 병든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주장을 받아 들인다면 국가나 은행도 리스크에 관한 모델을 세울 때 여느 때와 다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 상황에서 트레이더나 리스크 관리자들이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이해당사자 집단이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에 빠질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처럼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정책의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한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케인즈다. 그는 ‘야성적 충동’이 어떻게 투자와 시장의 분위기에 불을 지피는지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도 이런 현상의 이면에 놓인 생물학적 관계를 규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강세장에서 투자가들은 어떤 생리적 변화를 경험하는가? 강세장에서 큰 수익을 남긴 트레이더는 더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충동에 시달린다. 이성적인 활동이라기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호르몬의 조정을 받는다. 수익이 오를수록 체내에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수치가 급상승한다. 상승장에서 트레이더를 사로잡은 황홀감, 지나친 자신감, 커진 리스크에 대한 갈망의 원인은 생물학에서 ‘승자효과’라 알려진 현상이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강세장에서 계속해서 수익을 올리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고, 다음에는 더 큰 규모의 거래를 한다. 강세장 덕에 더 큰 수익을 거두고, 잇따라 올린 수익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은 더욱 높아진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하는 시점이지만 위험성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만심이 가득한 트레이더는 어쨌듯 수익을 올릴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위험에 둔감해진다.


'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의성을 어떻게 업 할 것인가?   (0) 2013.07.21
본래적 정신 vs 인습적 정신  (0) 2013.07.20
듣는 힘  (0) 2013.07.19
에너자이저  (0) 2013.07.18
소설로 읽는 중국사  (0)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