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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s.joins.com/ui_joins/magazine07/btn_zoom.gif) 호킹은 블랙홀 연구로 언젠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지 모른다. |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 탄생의 열쇠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일찌감치 예견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 피터 힉스와 벨기에의 브뤼셀자유대 명예교수 프랑수아 앙글레르다. 저명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올해도 상을 못 받았다. 왜일까?
과학계의 최고 영예인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려면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보다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자신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물리학상은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사람”에게 수여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발견이나 발명’이다.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를 아무리 멋지게 설명해도 그 이론을 받쳐주는 탄탄한 증거가 없으면 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 결과 경이로운 물리학 이론의 제안과 노벨상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생긴다. 예를 들어 피터 힉스가 물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립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얻는지 설명하는 방식을 생각해낸 것은 정확히 49년 전이었다.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이 질문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물리학 표준모형(Standard Model of Physics)의 마지막 퍼즐 조각 중 하나였다. 질량이 없으면 모든 물질은 광자(photon)와 같아진다. 그러면 물질이 빛의 속도로 움직여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아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힉스의 이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의 가정된 존재를 근거로 했다.
힉스 입자와 그 원천인 ‘힉스 장(Higgs field)’은 수십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지하에 건설된 대형 강입자 충돌 가속기를 통해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됐다. 지난해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힉스 추정 입자가 발견되자 호킹은 힉스가 노벨상을 타리라고 예측했다. 호킹은 물리학 이론을 두고 내기를 거는 버릇이 있다. 그는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데 돈을 걸었다가 추정 입자가 발견되자 내기에서 졌다고 인정하고 미시간대 물리학자 고든 케인에게 100달러를 건넸다.
호킹은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터무니없는 일처럼 보인다.『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썼고, 블랙홀의 청사진을 만들어낸 과학자가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니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호킹이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에 이끌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M이론으로 불리는 끈이론을 연장해 양자 물리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조화시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M이론은 시공간에 11개의 차원이 있다고 상정한다. 그러나 빛 같은 특정 에너지는 ‘막(brane)’으로 불리는 3차원 공간에 갇혀 있다.
M이론은 입증될 수만 있다면 이른바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현실적으로 검증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끈이론의 일부 측면은 검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고출력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기술 능력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일부 있다. 예를 들어 학자들은 LHC에서 양자를 충돌시켜 힉스 비슷한 입자를 발견했는데 그 입자가 끈이론의 기본 중 하나인 초대칭 개념을 입증할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주제는 블랙홀 연구일 듯하다. LHC가 소형 블랙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LHC 내부에서 입자가 서로 충돌하면 극소형 패키지 속에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질량-에너지 등가성(아인슈타인의 E=mc₂ 등식) 덕분에 우리는 입자의 에너지가 많을수록 질량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안다.
호킹은 지난해 시애틀 과학축제에 참가해 이렇게 농담했다. “그런 소형 블랙홀은 일단 만들어지면 ‘호킹 방사(Hawking radiation)’로 알려진 에너지 방출을 통해 모든 질량을 잃게 되고 블랙홀이 증발하면 모든 정보도 사라진다. 그러면 내가 노벨상을 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