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 비행기에서 우연히 미국 일간신문의 1면을 봤다. 글로벌 기업의 내로라할 만한 CEO 사진이 여러 장 실려있어 내용이 궁금해 자세히 읽었다.
공통된 내용은 기업이 채용한 직원 가운데 많은 사람이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기업에서 부족한 역량을 채워주는 훈련을 하다 보니 자원이 많이 낭비된다는 것이었다. 30여년 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이 공감한 대목이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9월에 ‘교육 강박증에 걸린 한국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한국 학생이 미국 학생보다 수학과 과학에서 더 우수하다”고 말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 교육이 성취도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고 대학 진학률이 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보충 수업으로 때로는 밤 11시까지 공부하면서 하루에 15시간 수업을 받는 등 한국의 교육제도가 고통스러우며 경쟁이 과도하다고 전했다.
KBS 청소년 기획 다큐멘터리 ‘위기의 아이들’에서도 이런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청소년 교육 성취도 OECD 1위, 하지만 청소년 행복 지수는 5년 연속 꼴찌’라는 부끄러운 현상은 입시 위주의 경쟁만을 강조하는 교육 환경이 낳은 인재(人災)일 것이다. 이렇게 입시나 취업 위주의 학업에 치중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각 분야를 이끌 리더가 되기 위한 소양을 갖추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훈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임직원과 파트너 기업, 공공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을 접한다. 그런데 종종 가정 교육이나 학교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훈육의 부재에서 오는 행위를 접하게 된다. 학교는 행복하고 즐거운 곳으로 자유와 절제를 바탕으로 가능성과 전문성을 찾고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승이나 어른에 대한 공경심,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나아가서 자기가 소속된 조직이나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본 책무의 수행,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자세 등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이게 부족해 보일 때가 많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데 가정과 학교에서 기본 소양 교육보다 입시나 출세를 위한 스펙 쌓기에만 몰두한 탓이 큰 것 같다.
필자는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일과 시간에는 교수부에서 4년 동안 단 한번의 휴강도 없는 철저한 학업 교육을 받았다. 더불어, 일과 후에는 생도대로 돌아와서 훈육관의 지도 아래 국가의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소양을 훈육 받았다. 정말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때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해 터득한 인생관·군인관·국가관이 토대가 돼 지금도 기업의 경영 이념과 가치관을 생각하고 공부하며 경영에 임하고 있다. 균형 잡힌 교육과 훈육의 실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문화를 뿌리 내려야 한다. 그러면 수학이나 과학 실력이 좀 뛰어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을 키우는 교육의 본질적인 경쟁력도 해외 언론에 높이 평가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