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나도향作 <뽕>의 ‘매춘’ 성적으로 자유로워 지면서 ‘일반 여성’이 매춘녀 경쟁자로

도일 남건욱 2014. 7. 31. 12:24
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나도향作 <뽕>의 ‘매춘’
성적으로 자유로워 지면서 ‘일반 여성’이 매춘녀 경쟁자로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1980년대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에 밀려 에로티시즘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나갔다. ‘방화(邦畵)’의 시대, 대표적인 작품으로 <뽕>이 있다. 이 작품은 1986년 한국 영화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이 여세를 몰아 <뽕2> <뽕3>, <96뽕>까지 10년 간 4편의 시리즈물이 나왔다.

이 작품의 원작은 나도향의 동명소설이다. 1925년 12월 발표됐다. 그 해 나도향은 <벙어리삼룡이>(7월), <물레방아>(9월) 등 자신의 대표작을 쏟아낸다. 24살이었다. 이듬해 그는 폐병으로 사망한다. 나도향은 경성의전에 입학하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중퇴한다. 조부의 돈을 훔쳐 일본 와세다 영문과에 입학을 시도하지만 본국에서 돈이 끊기면서 입학하지 못했다. 

곤궁한 생활, 가족과의 불화, 1919년 3·1운동 직후 지식인의 패배의식 등이 겹치며 그는 개인적으로, 시대적으로 위태롭게 살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낭만적 환멸’이 비친다. 그의 작품은 매우 낭만적이고 토속적인 배경을 담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은 삶에 지독한 환멸을 느낀다.

뽕의 주인공은 안협집이다. 고향이 강원, 평안, 황해 등 삼도를 품은 안협 출신이다. 노름꾼 김삼보가 남편이다. 미모가 빼어나 동네 뭇 남성들을 홀린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몸을 다른 남자에게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동네 남자 중에 안협집과 잠자리 한번 해보지 않은 자 드물다. 그런 안협집이 끔찍이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 뒷집 머슴인 삼돌이다. 삼돌이는 동네 반반한 계집은 다 건드려봤지만 안협집 하나만 손대지 못했다. 삼돌이에게 기회가 왔다.

주인 마누라와 안협집이 같이 일하게 된 것이다. 뽕이 떨어져 누에를 먹일 수 없게 되자 주인댁은 안협집과 삼돌이가 밤늦게 몰래 남의 집 뽕밭에 들어가 뽕을 따올 것을 권한다. 삼돌이는 이날 밤을 D데이로 잡지만 뽕지기에 들킨다. 하지만 안협집은 안다. 한번 잠자리를 가져 주면 풀려 나온다는 것을.

안협집은 ‘투잡족’이다. 공식적인 직업은 누에치기다. 누에를 길러 실을 뽑아 수익을 얻는다. 또 하나의 직업은 몸 팔기, 즉 매춘이다. 안협집은 ‘돈만 있으면 서방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편인 김삼보가 벌어주는 돈이 없다. 매번 노름판에서 밑천을 잃고는 한 달에 한번 집에 올까 말까 한다. 별다른 생산력이 없는 여자로서 안협집은 예쁘장하게 생긴 몸이 돈을 버는 최고의 수단이 됐다.

누에치기 여주인공 매춘으로 투잡

처음부터 안협집이 매춘을 했던 것은 아니다. 이 집 저 집 동리를 돌아다니면 품방아를 찧다가 어떤 집 서방님에게 실없는 짓을 당한 뒤 쌀말과 피륙 두 필을 받고 보니 수익이 쏠쏠했다. 이처럼 좋은 벌이가 없다 싶어 벌이를 시작했고, 거래 단골을 트듯이 이 사람 저 사람과 잠자리를 갖기 시작했다. 이제는 돈푼도 상당하고 여간해서는 손아귀에 들지 않는 자들을 대상으로 매춘을 할 정도로 몸값이 높아졌다.

매춘을 경제학적으로 보면 성적 서비스와 자원을 교환하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초기 직업이다 보니 노동집약적이고 기술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미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스티븐 레핏은 <수퍼 괴짜 경제학>을 통해 매춘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 시카고 매춘부들은 평균 주당 350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100년 전에 비하면 수입이 크게 줄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매춘부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경쟁상대가 그 사이 등장하면서 매춘부의 수요를 빼앗아 갔는데 이는 ‘일반 여성’이었다. 성적으로 자유로워 지면서 남자들이 갖는 첫 경험이 일반 여성이 됐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미국 남성이 갖는 첫 경험의 20%는 매춘부였지만 이제는 5%로 줄어들었다. 혼전 섹스가 매춘의 대체재가 됐다. 혼외 정사도 매춘의 대체재가 됐다. 과거에 비해 횟수가 많아지고 벌칙이나 인식이 많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굳이 매춘녀를 찾지 않아도 남자들은 섹스를 할 수 있게 됐다.

고급 콜걸은 기펜재 성격도 있다. 기펜재란 가격이 올라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이다. 고급 콜걸들은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돈 많은 남성들이 더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매춘녀들은 흑인 손님에게 백인 손님보다 화대를 적게 받는 경향이 있었다. 

가격차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가격 차별이란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을 매겨 상품 소비를 확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돈이 적은 흑인 손님들은 가격을 주로 흥정한다. 때문에 매춘녀들은 아예 처음부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흥정에 따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와 달리 부유한 백인 손님들은 스스로 가격을 제시하도록 한다. 그러면 통상 기대치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낸다.

미국의 출산률이 떨어진 원인을 오럴섹스에서 찾기도 한다. 과거 미국에는 오럴섹스에는 ‘금기세(Taboo tax)’가 붙어 일반적인 섹스보다 가격이 더 비쌌다. 오럴행위를 타락한 비정상적 성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생각되지도 않고, 임신의 위험도 없고 성병에 감염될 위험도 적어 선호된다.

혹시 단속이 되더라도 도망가기 쉽고 적발이 되도 유사 성행위 쯤으로 처벌 받게 돼 처벌 수위가 낮아 매춘부의 심리적 비용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화대가 떨어지자 수요가 늘어나 급속히 대중화됐다. 미국 10대들도 오럴섹스를 선호하게 돼 임신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오럴섹스 늘면서 미국 출산율 떨어져?

매춘과 산타클로스도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휴일 즈음에는 워싱턴파크에서 파티가 많이 열리는데 가족과의 파티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매춘녀를 찾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매춘 수요가 늘어나는데 매춘부들도 가격을 30%가량 올린다. 매춘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평소 매춘을 하지 않던 여자들이 나타나는데 생계를 위해 맞벌이 하거나 혼자서 가정을 꾸리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이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2~3일 앞두고 산타클로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는 사람도 증가하는 현상과 똑같다. 산타클로스 대역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하루 또는 이틀짜리 아르바이트로 나서는 사람이 많다.

안협집은 열다섯살 무렵 참외 하나에 원두막 총각에게 정조를 빼앗긴 뒤 정조관념이 사라졌다. 그보다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그게 매춘이다. 심뽀가 난 삼돌이는 안협집의 남편 삼보에게 “나중에는 주워 먹다 못해서 뽕지기까지 (당신 마누라를) 주워먹었다”며 이른다. 삼보는 안협집을 죽도록 패지만 헤어지지는 못한다. 아내가 벌어주는 돈으로 자신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삼보가 더 없이 무능하고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각색됐다. 소설에서 삼보는 삼돌이에게 무력하게 두들겨 맞은 뒤 마누라에게 화풀이하는 인간이지만 영화에서는 고자질하는 삼돌이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는 마누라 안협집이 챙겨주는 옷을 입고 홀연히 떠나는데 알고 보니 노름꾼을 가장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항일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