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Business Book | <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빅데이터로 밝힌 저가 전략의 함정

도일 남건욱 2014. 9. 2. 10:43
Business Book | <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빅데이터로 밝힌 저가 전략의 함정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제목만 보면 자칫 자기계발서로 오해할 수 있지만 기업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이다.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이 공저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와 같은 부류에 속한 책이다.

최고의 조직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두고 고심하는 리더에게 권하고 싶다. 조직의 성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독할 만하다. 딜로이팅컨설팅의 리서치 부문 대표와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하는 두 사람은 45년 간 특별했던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 자료를 분석하면서 그들은 두 범주로 구성되는 344개의 탁월한 기업을 찾아낸다. 

여기서 탁월한 기업은 최고 중의 최고인 ‘경이적 기업(Miracle Workers)’ 174곳과 ‘장수 기업(Long Runners)’ 170곳이다. 여기서 장수기업은 탁월한 기업이긴 하지만 제법 오랜 세월 동안 1등을 하지 못한 기업을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 기업들은 평균 실적을 내는데 그치고 만‘평균 기업(Average Joes)’들이다.

저자들의 관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떤 점이 탁월한 기업과 평범한 기업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다, 다른 하나는 어떤 점이 최고 중의 최고인 ‘경이적 기업’과 만년 2등인 ‘장수 기업’ 사이의 차이를 낳느냐다. 통계 자료와 역사적인 경험치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법칙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3 가지를 찾아냈다.

우리는 흔히 M&A가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 혹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즐겨 한다. 저자들의 분석 결과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이다. 저자들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 활동의 차이에 관한 유형과 실적과는 아무런 연관 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M&A가 어떤 기업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또 어떤 기업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전략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저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활동의 차이점보다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방식 즉,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차이점이다. 저자들은 대단히 중요한 차이점을 찾아낸다. 탁월한 기업이 내리는 결정 속에 숨어 있는 의사결정의 법칙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균기업이 사용하지 않을 법한 법칙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격 이상의 경쟁력을 중요시하라’ ‘원가보다 매출에 집중하라’ ‘더 이상 다른 법칙은 없다’ 등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격과 비가격적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떤 기업이 경쟁 범위 내에서 ‘위치(position)’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화물운송 분야에서 경이적 기업인 하트렌드 익스프레스, 장수기업인 워너 엔터프라이즈, 평균 기업인 PAM을 비교한 결과 가격의 가치와 비가격적 가치라는 면에서 세 회사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화물운송 분야에서만의 차이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했다. 경이적 기업은 가격 외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수기업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평균 기업은 대개 가격으로 경쟁하고 만다.

다음으로 ‘원가보다 매출에 집중하라’이다. 그들이 연구를 통해 찾아낸 법칙은 탁월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더 낮은 비용이 아닌, 상대적으로 더 높은 매출을 통해 자산수익률 우위를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제약 업계에서 경이적 기업은 머크앤드 컴퍼니이고 장수 기업은 일라이릴리 앤드 컴퍼니이고 평균 기업은 KV 파마수티컬 등이다. 1966년부터 2010년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머크는 일라이릴리를 압도하는 성과를 누려왔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머크와 일리아릴리 모두 비가격 가치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각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치료 영역에서 특허로 보호받는 의약품의 임상적 유효성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격차가 벌어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머크는 우월한 수익성을 재빠르게 세계화에 맞추어서 시장의 확대를 시도하게 된다. 최근 머크의 매출 가운데서 해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인데 반해 일라이릴리는 30%에 지나지 않는다. 머크는 또 생산 제품군을 3배나 더 다양하게 만들어 판매량을 늘렸다.

끝으로 ‘더 이상 다른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법칙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에 기업은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핵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법칙처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런 통념과 달리 어떤 기업이라도 핵심 역량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이 적절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어떤 기업은 핵심 역량에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하고 또 어떤 기업은 지나치게 큰 모험을 시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성공한 기업은 비가격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었고 매출에 집중한 수익성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독자들 가운데는 기업의 성공을 지나치게 단순화 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럼에도 45년치가 되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서 내놓은 실증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