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2018 인구절벽이 온다> - 코스피 지수가 920까지 떨어진다고?

도일 남건욱 2014. 12. 30. 11:01

만의 독특한 방법인 ‘소비흐름’을 이용해 1988년부터 세계 주요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예측했다.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언뜻 평이해 보이지만 새로운 관점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연도별 출생인구의 숫자를 가계가 평균적으로 소비 정점에 이르는 시점(출생 후 46년)에 맞춰 연도를 조정해 미래를 전망한다.

책의 원제는 <인구절벽>이다. 부제로는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대규모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동안 생존하고 번영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자신이 대다수 경제학자나 미래 전망가와는 다른 견해를 가졌다는 것을 어필한다. 과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금융시장의 1차 고점 이후 미국 경제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때 저자는 다수의 전망과 달리 거대한 베이비붐세대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980년대 상당수의 전문가가 일본 경제가 미국을 곧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도 저자는 1990년대 일본이 몰락할 것이라며 다른 전문가들과 반대의 예상을 했다. 실제 일본 경제는 사실상 혼수상태에 빠졌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은 중국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속적 고성장에 압도된 나머지 과거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 예상한 것처럼 중국의 강세를 점친다. 하지만 해리 덴트는 중국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가 특별한 예측을 할 수 있는 비밀스런 도구라도 지닌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덴트 연구소가 갖고 있는 무기는 그리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저 인구통계학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상황의 변화를 냉정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경제의 근본적 추세, 단지 몇 년 앞이 아니라 수십 년 앞을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궁극적 수단이다.”

책에는 한국과 관련된 의미 있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그중 인상적인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인구 통계상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대규모 베이비붐세대가 만들어내는 소비의 정점에 도달한 상태다. 이 같은 인구구조적 특성을 미뤄보면 1996~2018년 사이 선진국들의 소비가 연쇄적으로 줄어들어 불황을 맞는 나라들이 속속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걸었던 길을 마지막으로 따르는 국가가 될 것이다. 미국은 2007년, 독일과 영국은 2013년,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은 2013년에서 2018년 사이에 소비가 정점을 이룬 다음 꺾이는 추세에 포함된다. 일본을 기준으로 한국의 소비 정점이 꺾이는 시기도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의 출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49년이다. 한국은 1971년이다. 이는 한국이 일본보다 22년 뒤에 소비의 정점에 도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의 호황과 불황, 부동산, 산업화 구조는 일본을 22년 차이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에서 출생인구가 정점을 이뤘던 1971년으로부터 47년이 지난 시점은 2018년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2020년 이후 한국의 소비 추세는 수십 년 간 계속해 내리막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자신의 분석 방법에 기초해 한국의 미래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제시한다.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일본은 2020년 이후 두 번째 인구 절벽을 맞는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한국보다 먼저 인구절벽에 떨어진다. 동아시아의 인구구조적 추이는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이미 악화돼 있다.’

한국은 2014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생할 대대적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세계 경제의 침체기다. 특히 중국의 버블 붕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버블이 형성돼 있는데, 이 버블은 언젠가는 터진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타격이 크다. 현재 한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첫 손가락에 꼽힌다. 저자는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920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 버블 붕괴의 영향이 크다면 35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닥칠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통화나 재정 확장 정책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일, 앞으로 10~20년 간 퇴직 시점을 늦추는 일, 마지막으로 영어공용화에 문호를 여는 일이다. 인구를 위해 이민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