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태가 오래 계속되다 보면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근래에는 더 관심있게 이 문제를 들여다
봅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26명의 교수님들이
집필한 <축적의 시간>(지식노마드)는
아주 뛰어난 책입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원저를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우리 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량들은 마음먹는다고 금방 확보되거나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역량입니다.
2. 우리 산업은 그동안 눈부신 속도로 압축성장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사회시스템과 문화도 축적을 지향하기보다는
벤치마킹과 속성재배를 더 우대하는 쪽으로
3. 오랜 산업의 역사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온 선진국, 그리고 짧은 산업 역사의 한계를
광활한 내수시장이라는 공간적 이점으로 극복하며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업과 정부와 학교 등 모든 집단이
힘을 합쳐 창조적 축적을 지향하는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4. 전문가마다 분여별로 위기의 원인을 조금씩
다르게 제시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산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많은 전문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즉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청사진을 제시하는 이 개념설계 역량이야말로
고부가가치 영역이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설정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발돋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역량이다.
5.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런 개념적 설계 역량은
논문이나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즉, 우리 스스로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채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창조적 역량이다.
6. 이런 축적된 경험지식이야말로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경쟁력의 결정체이자
가장 철저하게 보호하는 대상이며,
이에 바탕을 둔 개념설계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국가 간 산업경쟁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7. 이번 작업에 참여된 멘토들은 우리 산업이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경험을 축적하기보다는
선진국으로부터 개념을 받아 온 훈 실행하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왔고,
그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금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산업이 겪고 있는
경쟁력의 위기는 언젠가 한 번은 꼭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도록 예정되어 있던 관문이자
성장통인 셈이다.
8.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축적의
시간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축적의 시간’이다.
-출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축적의 시간>, 지식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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