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골목길 자본론

도일 남건욱 2017. 12. 16. 11:11
#1
획일적인 한국의 도시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소박한 골목길에 매력적인 가게와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고,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것, 
개성 있고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골목길에서 놀고, 먹고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대형마트, 백화점, 아웃렛 등 대규모 
유통단지에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한 기성세대의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1990년대 중반 무렵 홍대에서 시작된 골목길 상권은 
2000년대 중반 급성장해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 
서울시 내에서만 20~30개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해운대 달맞이 고개, 
대구 김광석거리 등 지방 도시의 골목도 떠오르는 골목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2
골목문화와 독립문화를 싹 틔운 홍대 인근 지역에 2000년대 후반부터 
스타트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홍대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의 
수가 로켓펀치(스타트업 네트워크 사이트) 등록업체 기준 200여 개로 늘어나, 
강남 테헤란밸리와 구로 G밸리와 더불어 서울의 3대 창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예술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산업이 형성된 
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홍대 젊은이들은 ‘다운타운 라이프사타일’을 향유한다. 
아직은 소수지만 홍대의 ‘다운타우너’들은 미래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다.
#3
언뜻 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세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도시가 어떻게 골목도시에서 창조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풍요로운 골목이 가득한 도시는 단순히 옛 정취를 느끼며 향수에 젖는 
치유와 힐링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도시문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창조적인 인재와 그들이 도전하는 창조적인 산업을 유치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한다. 골목길은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인 것이다.
#4
과거에는 도시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로 산업도시를 향해 나아갔다면, 
이제는 도시재생과 골목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한 창조도시를 지원해야 한다.
골목의 경쟁력이 곧 가게의 경쟁력
골목상권은 사업자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하나의 지역산업이다. 
상인 개개인은 독립적인 사업을 운영하지만, 
동시에 지역 브랜드를 공유하고 다른 지역과 경쟁하는 지역산업의 일원이다. 
골목상권 전체의 평판과 정체성은 상권 전체의 경쟁력이 되고 
그것은 개별 가게의 경쟁력만큼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골목상권의 역사를 보면 모두 공통적인 천이 과정을 
거친 것을 알 수 있다. 접근성이 좋고 문화자원이 풍부하지만 
임대료가 싼 지역을 뛰어난 창업자가 선점하면서 상권이 형성된다. 
경영능력과 역량, 의지를 갖춘 창업자가 개성 있는 가게를 열면서 
주변에 ‘첫 가게’의 성공을 모방하려는 가게가 점차 늘어나는 식이다.
#5
우리가 즐기는 골목문화는 일종의 공공재다. 
골목길을 사랑하는 소비자는 골목 가게가 제공하는 공공재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당한 비용 지불인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골목 가게의 공간이 협소하고 불편하더라도 자주 찾아와주고 
주인이 책정한 가격을 신뢰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골목을 사랑하는 여덟 가지 조언을 관통하는 척학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주의다. 
개인의 자유, 선택, 창의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한 공공재 창출 능력을 신뢰하는 것. 
자유주의자라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큰 집단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성장한 골목길의 변화에도 유연해야 한다. 
골목길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애 하기에. 개인이 선택한 결과로 발생한 
골목길의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가 
골목길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출처: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 3.0